자신의 그림을 그리는 꿈을 꾸고 꿈꾸는 그림을 그렸던 그, 빈센트
현대미술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
노랑이 짙어지다 못해 황토빛을 띄는 <해바라기>, 짙푸른 심연의 울트라마린(군청색)이 점철된 <별이 빛나는 밤에>, 그의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온 마음을 다 바쳐 표현하고 싶었던 그의 열망이 느껴졌다. 생전에 그림을 한 점밖에 팔지 못하고도 포기는커녕 온통 그림뿐이던 사람, 그 앞에서 해바라기의 노란빛만큼 뜨거운 응원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 위로와 기운을 받은 사람은 혼자만이 아닐 터, 고흐의 그림을 사랑한 사람들이 영화 <러빙 빈센트>를 통해 그의 작품과 주변 인물들을 유화 애니메이션 영화로 재탄생시켰다. 고흐의 명작 130점을 다시 재현하고, 배우들이 연기하는 장면을 찍은 후 그 장면을 다시 유화로 그려낸 것이다. 국경, 나이, 성별을 초월한 전 세계 107명의 아티스트들이 총 6만 2,450점의 유화 프레임을 그려냈다.
영화는 고흐의 전 생애를 서술하기보다는 죽음에 이르기 전 가장 왕성하게 그림을 그렸던 시기를 회상한다. 고흐는 친하게 지내던 고갱과 다툰 후 본인의 귀를 잘라내는 기행을 저질렀고,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어느 곳에서도 따돌림과 괴롭힘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그런 심리적인 불안함과 고독 속에서도,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렸다. <러빙 빈센트>에서 고흐가 숙박했던 여관 주인 아들린 라부는 말했다.
“빈센트는 어떤 날씨에도 밤낮으로 그림을 그렸고 혼자 있는 걸 더 즐겼어요. 길고 긴 편지를 썼고, 항상 두꺼운 책을 읽었죠. 그는 행복해했어요.” 영화를 보며 깊이 마음에 남았던 것은 비를 맞으면서도 그림을 그리던 뒷모습, 돌팔매질하는 아이들에게 쫓겨 달아나면서도 캔버스를 꼭 움켜쥔 그의 뒷모습이었다. 그 뒷모습에는 어떤 누구도 그에게서 그림을 앗아갈 수 없음이 새겨져 있다.
어릴 적부터 고흐와 동생 테오의 편지를 읽으며 자란 도로타 코비엘라 감독은 28세가 되던 해 <러빙 빈센트>의 제작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하지만 어떤 제작자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가 테스트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자 상황은 역전되어 전 세계에서 화가들과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마치 평행이론처럼, 고흐가 처음 붓을 든 나이 28세와 같은 나이에 꿨던 감독의 꿈은 무려 10년에 걸친 노력 끝에 세상 빛을 보게 되었다.
예술이 주는 뜨거운 울림을 경험하고 싶다면 <러빙 빈센트>를 권한다. 고흐를 사랑하는 이들이 보내는 헌사와 같은 영화를 보며, 연민과 애정을 담아 그의 작품을 되새겨볼 수 있을 것이다. 삶 가운데 그림이 전부여서 인생이 그림이었던 사람,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을 통해 우리 안에 잠들어있던 열정 한 자락도 함께 깨울 수 있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글 NEWLOOKS
사진제공 BREAKTHRU FILMS, TRADEMARK FILMS, ㈜퍼스트런, 판씨네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