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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룩스 Aug 04. 2020

1%의 노력, 99%의 경쟁, 영화<커런트 워>

이들의 전류 전쟁은 여전히 ‘Current War’로서 진행 중이다.


이 전쟁에서 승자는 누구일까? 

미래를 장악하고자 했던 이 전쟁에서의 승자는, 

이들의 경쟁을 통해 

윤택한 삶을 살게 된 우리일지도 모른다.     


어두운 밤을 낮처럼 환하게 밝혀준 전구의 발명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놀라운 사건 중 하나였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은 전구가 13시간까지 빛나도록 기능을 개선하며 전구의 상용화에 기여하였다. 알려진 바와 같이 에디슨은 전구 발명을 비롯해 1,093건에 달하는 성과를 남겼지만, 그의 업적 아래엔 역사가 기록하지 않은 또 다른 얼굴이 숨겨져 있다. 영화 <커런트 워>는 쇼맨십에 탁월했던 스타 사업가이자,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승부사로서 에디슨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제목 ‘커런트 워(Current War)’는 ‘전류 전쟁’으로 직역할 수 있다. 차세대 에너지인 전기가 개발되자, 전기를 내보내는 공급 방식에 대한 논의가 치열하게 이루어졌다. 가장 먼저 연구에 뛰어들었던 에디슨은 전류의 세기와 방향이 일정한 직류를 택했다. 직류는 안정성이 높았지만, 전송 거리가 짧고 많은 양의 발전기가 필요해 값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때 직원이었던 ‘니콜라 테슬라’가 교류를 활용한 기술을 주장했다. 교류는 변압기를 활용해서 높은 양의 전류를 동시에 전송할 수 있었다. 자신이 결정한 의견에 대해서 단호하게 밀어붙이던 에디슨은 테슬라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했다. 결국 테슬라는 그의 곁을 떠나, 에디슨에 맞서 교류 전기의 효율성을 연구하던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사(社)’의 창업가 ‘조지 웨스팅하우스’와 손을 잡게 된다.     

웨스팅하우스의 도전에 위기를 느낀 에디슨은 교류 전기의 위험성을 언론에 퍼트리며 웨스팅하우스를 공격한다.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교류 전기가 잘못되면 목숨을 해칠 수 있다고 말하거나, 실제로 유기동물을 감전사시키는 등 사람들의 마음속에 교류 전기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한 것이다. 웨스팅하우스는 그의 공격에 반응하기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더 넓은 지역을 밝히면서 교류 전기의 효용성에 대해 꾸준히 입증해나간다. 15년에 걸친 두 사람의 전쟁은, 시카고 만국박람회 입찰에서 승리한 웨스팅하우스의 교류 전기가 표준으로 채택되면서 막을 내리게 된다.     


단편적으로 보았을 때 웨스팅하우스는 경쟁에서 이겼지만, 그가 실제로 원했던 것은 에디슨과의 협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었다. 반면 에디슨은 최초의 타이틀을 거머쥠으로서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자 했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은 각자가 바랐던 것을 얻었다. 웨스팅하우스는 니콜라 테슬라와 함께 나이아가라 폭포에 최대 규모의 수력발전소를 지으며 사업의 범위를 막대하게 넓혔다. 에디슨은 전류 전쟁에선 패배했으나, 화려한 명성을 오늘날까지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 전쟁에서 과연 승자가 누구일까? 미래를 장악하고자 했던 이 전쟁에서의 승자는, 어쩌면 이들의 경쟁을 통해 윤택한 삶을 살게 된 우리일지도 모른다.     


완전한 승자가 없는 전쟁이기에, 두 사람의 갈등을 그리는 영화적 기법도 독특하다. 두 사람은 영화 내내 대립하지만 극 중에서 단 두 번 마주친다. 이들은 각각의 성과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과정에서, 기자들의 질문이나 서로 언급을 통해서만 대화한다. 두 사람의 첨예한 갈등이 오갈 때, 교차 편집되는 신문은 언론을 통해 부딪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그려낸다. 또한 영화 전반에 걸쳐 에디슨은 미국의 전도 위에 주마다 전구를 달아 자신의 영역과 웨스팅하우스의 영역에 다른 색으로 불을 밝힌다. 이는 영화의 소재 ‘전구’로서 두 사람의 경쟁을 박진감 넘치게 시각화하면서,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강인함과 불안감으로 변해가는 에디슨의 심리를 빛으로 표현해낸다.     

에디슨은 전류 전쟁에서는 패배했지만, 새로운 발명품들을 출시하며 꾸준히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해냈다. 놀랍게도 최근 들어 에디슨이 주장했던 직류의 효율성이 다시금 논의되는 중이다. 전류 전송의 표준 방식이 바뀐다면, 100여 년간 우리가 가꿔온 생활양식도 대폭 변화할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세상이 끊임없이 진화하는 가운데, 이들의 전류 전쟁은 여전히 ‘Current War’로서 진행 중이다.(current는 명사로서 ‘전류’를 뜻하지만, ‘현재의, 지금의’라는 뜻의 부사로도 쓰인다.)     



영화 <커런트 워> 알폰소 고메즈-레존 감독, 미국     

   NEWLOOKS 편집부

사진 제공   바질리브, 썬더 로드 픽처스, 필름 리트스, 와인스틴 컴퍼니, 이수 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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