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도 위로와 멘토,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가족은 필요하다.
‘레미: 집 없는 아이’는 진정한 멘토와 가족의 의미를 확인하게 하며 따스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영화이다. 집 없는 소년 레미가 거리의 음악가 비탈리스를 만나서 자신의 노래 재능을 발견하고 같이 여행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말레피센트2’,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를 만든 제작진이 다시 뭉쳤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와 ‘인턴’ 등 멘토와 멘티의 관계를 다루는 명작들과 함께 거론되며 주목받고 있다.
‘집 없는 아이’라는 제목에서 익숙함을 느끼는 이유는 1878년에 출간된 프랑스 작가 엑토르 말로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미 1958년에 영화화 된 적이 있고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한 것을 보면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여 공감을 일으키는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이번 영화에서는 프랑스 감독인 앙트완 블로시에르가 연출을 맡았다. 142년 동안 세계명작으로서 사랑받은 원작을 깊이 있는 도입부로 시작해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원작이 가지는 스토리의 힘과 감동을 새로운 이미지로 표현하여 전 세계 관객들에게 닿기 위해 프랑스 국민 배우들이 열연을 펼쳤다. 레미의 스승인 비탈리스 역을 연기한 다니엘 오떼유는 10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하면서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유능하고 유명한 배우로 평가된다. 영화 ‘제8요일’을 통해 제 49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고, 프랑스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세자르상에서 첫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후 2020년 현재까지 10회에 걸쳐 꾸준히 후보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천재’라는 수식어가 딱 들어맞는 아역배우 말룸 파킨이 400대 1이라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비운의 소년 레미 역을 맡았다. 오페라 하우스 어린이 합창단에서 노래할 만큼 예술적인 재능을 타고난 말룸 파킨은 영화 촬영 당시 12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영화는 시간이 흘러 할아버지가 된 레미가 이름 모를 한 소년을 위로해주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이어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집 없는 아이가 비극적인 생활을 하다가 우연히 조력자를 만난다는 단순한 성장 영화로서의 설정을 넘어, 이 영화가 ‘판타지 어드벤쳐’ 영화로 평가되는 것은 스승과 어린 아이가 동물들과 함께 프랑스를 여행하며 거리 공연을 펼치는 등 다양한 모험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원작 소설이 가진 음울한 분위기 대신 생동감 넘치는 동물들과 자연을 영상으로 그려내고, 귀를 사로잡는 음악으로 영화를 활기차게 이끌어간다. 비탈리스는 레미에게 음악적인 가르침 이상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교훈과 희망을 선물한다. 멘토로서 레미의 숨은 재능을 찾아줄 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을 쉬게 할 수 있는 울타리가 되어주고 가족 같은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긴 여정을 함께한다. 레미가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인 것이다.
감독은 갈수록 자극적인 이야기에 길들여지는 관객들에게서 숨어있는 따뜻한 정서를 두드려 깨운다. 긴 세월 동안 스테디셀러로서 ‘인증 받은’ 감동적인 이야기를 현대의 기술로 재탄생시켜 지친 심신을 위로하고 희망찬 메시지를 보낸다. 아동 문학에서 뻗어 나왔기에 유치하지 않을까 의심할 수도 있지만 어른이 봐도 좋은 영화, 동화처럼 아름다운 영화, 가족이 함께 봐야 할 추천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주인공들이 펼치는 작은 공연들과 청정한 자연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그림들로 문화적, 예술적 욕구를 충족할 수도 있다.
모바일과 인터넷 환경을 통해 뭐든 쉽게 찾고 학습이 가능한 현실이지만, 진심으로 기댈 수 있고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참된 스승의 존재가 여전히 절실하다. 비탈리스와 레미의 끈끈한 동행을 따라가다 보면 잊고 있던 인생의 멘토들을 떠올릴 수도 있고, 주변 누군가에게 어떤 조력자가 되고 싶은지 그려보는 기회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제공 마스 필름스, 벨가 필름스, 파테 필름스 AG, TVA 필름스
글 newl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