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생각 속에서 디자이너는 어떤 사람인가요?
From Design To Business
디자이너에서 기업가까지
핀터레스트와 다이슨, 이 두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세계적인 기업?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기업? 물론 그것도 정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기업의 진짜 특징적인 공통점은 따로 있다. 디자이너 출신의 CEO가 창업한 기업이라는 점이다. 현재 기업들이 사용자를 고려한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에 주목한다는 점, 성공적인 디자인을 위해서 디자인 부서에 많은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는 점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핀터레스트, 다이슨은 주목하는 차원을 넘어 아예 디자이너의 관점으로 시작해 성공한 기업이다. 핀터레스트와 다이슨의 성공 요인을 조금 더 살펴보자.
먼저 핀터레스트는 수집한 것들을 고정시키는 핀(Pin,압정)과 인터레스트(Interest,관심사)가 합쳐진 합성어로, 사용자들이 자신의 선호 이미지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수집형 SNS 웹사이트이다. 핀터레스트의 공동 창업자이자 수석 디자이너인 이반 샤프는 콜롬비아 GSAPP에서 건축학을 공부하고 벤 실버만과 함께 핀터레스트를 세상에 선보인다. 자신만의 보드에 흥미로운 사진과 그림을 직접 수집하는 듯한 직관적인 디자인은 이반 샤프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이렇게 탄생한 웹디자인은 이후 많은 기업들이 모방하는 ‘격자형 웹디자인’의 시초가 됐다. 언론은 핀터레스트에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사이트’, ‘웹사이트의 기준을 바꾼 사이트’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사용자에게 마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온 것 같은 경험을 주는 디자인으로서, 핀터레스트는 철저히 ‘사용자 중심’으로 제작된 형태이다. 그 성공 요인 중 핵심은 사람들의 ‘수집하고 공유하고 싶어 하는 심리’를 읽고 디자인으로 최적의 환경과 플랫폼을 구현해낸 점이다.
한편, 판매하는 제품이 디자인과 직결되는 기업이 있다. 영국의 대표 기업이자 세계인을 사로잡은 다이슨이다.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은 영국왕립예술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엔지니어링 회사를 거쳐, 직접 회사를 차린 인물로 유명하다. 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가 보이고 그 수요에 따라 개선해야할 사항이 분명한데도, 발전 없이 정체되는 기존 회사의 현실에 불만을 가졌다. 다이슨은 사업성과 실현가능성의 여부에 따라 의사를 결정짓는 회사에 미련이 없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제품 디자인을 펼치기 위해 과감히 창업하고 실행에 옮긴 것이다. 다이슨이 통찰한 제품의 수요는 정확했다.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는 모든 경쟁업체를 압도해버릴 만큼 사람들의 큰 수요를 이끌며 영향력을 발휘했다. 날개 없는 선풍기 또한 수많은 아류작이 있을 만큼 인기를 끌었다. 이렇듯 핀터레스트와 다이슨의 핵심은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을 누구보다 빠르게 파악하고 디자인으로 구현해낸다는 것이다. 디자이너의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았기에 해결점의 도출이 더 빨랐다.
조금 다른 사례이지만 CEO로 디자이너가 임명된 경우도 있다. 나이키의 마크 파커가 그 주인공이다. 2006년 나이키의 최고경영자로 임명된 마크 파커는, 나이키에서 활동을 이어온 전설적인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그의 손을 거친 운동화로는 에어맥스, 페가수스, 조던 시리즈 등이 있다. 그는 회사에서 여러 부서를 거치며 쌓은 경험으로 경영 역량을 키웠다. 엔지니어링 및 디자인 부분 총괄, 운동화 부문 총괄, 러닝화 및 특수 운동화 마케팅 총괄, 스페셜 디자인 프로젝트 팀장 등 최고 경영자로 취임하기 전에 이미 디자인 역량뿐만 아니라 경영 능력과 위기 대처 능력도 함께 기른 것이다. 그는 디자이너 출신답게 다른 기업의 최고경영자와는 달리, 디지털과 디자인 등 트렌드의 흐름에 탁월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 퓨얼 밴드, 플라이니트 레이서와 같은 경우 그가 분석하고 제안, 주도한 제품이며 스포츠 의류업계의 흐름을 주도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이렇듯 그의 디자인 트렌드를 읽는 감각이 지난 14년간 나이키를 지속해서 성장시킨 원동력이다.
위 성공 사례를 통해 분명히 볼 수 있는 것은 디자이너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 소비자들의 소비와 직결될 만큼 큰 영향력을 가지는 시대가 왔다는 점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3명의 인물은 그 수요를 파악할 수 있는 눈과 그것을 바로 시각화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창업자로서 기업의 성공을 견인했고, 기존의 포화된 시장 속에 있는 기업을 더 성공의 궤도에 올려놓았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디자인을 제품 개발 가장 마무리 단계에서 시각적으로 포장하는 효과 정도로만 생각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디자인이 제품의 시작점, 기업의 시작점이 되는 시대인 것이다.
글 newl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