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뉴룩스 Jul 16. 2021

귀로 읽는 책의 시대

The Age of Audio Books


빨래를 개는 무념무상의 시간에 

잠시 오디오북을 끼워 

넣어보는 것은 어떨까. 


편견을 끄면

따뜻한 목소리가 

찬찬히 말을 건넬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교양있는 수면제” 전자책 구독 플랫폼 ‘밀리의 서재’가 오디오북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눈을 감고도 편하게 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을 콕 집어낸 것이며, 어린 시절 부모님이 머리맡에서 읽어주시던 책의 느낌을 떠올리게 한다. 듣기 편안한 목소리와 읽어주는 이의 목소리에 담긴 생생한 감정.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기계적 TTS(Text to Speech) 방식에서 벗어나 진짜 성우들과 유명 배우들의 목소리로 오디오북이 만들어지면서 점차 많은 이들이 그 매력을 알아차리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손끝으로 넘기는 책의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어 왔다. 유튜브 플랫폼의 활성화, 넷플릭스 등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폭발적 확장으로 인해 사람들은 책 이외의 수많은 즐길 거리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하지만 책은 그 형태만 바꾸었을 뿐 여전히 그만의 가치로 사람들을 독서하게 만들고 있다. 종이책의 공백을 전자책과 오디오북이 보란 듯이 채운 것이다. 전자책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야유를 보냈지만, 눈이 편한 전용 리더기와 구독 서비스가 등장할 만큼 꾸준히 영역을 넓혀왔다. 그리고 이제는 오디오북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


오디오북 어플리케이션 ‘윌라’는 이용 후기를 통해 일상 속 다양한 순간에서 오디오북을 즐길 수 있음을 홍보한다. 지하철에서, 운동할 때, 설거지할 때, 운전할 때 등 다른 것을 보더라도 무언가 들을 수 있는 환경만 충족된다면 한 편의 이야기를 읽어 내려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마니아층을 확보한 라디오와, 상황별로 듣기 좋은 음악을 모아놓은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등 대체 콘텐츠도 많지만 오디오북은 확고한 수요가 존재한다. 바쁜 일상에서 사람들은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한다. 그리고 독서는 언제나 버킷리스트에 오르더라도 뒤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이러한 간극을 메꾸는 것이 오디오북이 아닐까. 듣는 것만으로 원하던 독서를 해내게 하는 것, 따로 시간을 내지 않는다는 점이 새로운 독서 문화를 깨웠다.


그러나 오디오북이 개선해야 할 문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TTS 전자음이 주는 거부감은 성우의 목소리로 점차 해결되어 갔지만 녹음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책의 다양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하루에도 수십 권씩 신간이 나오는 출판 환경을 따라가기에는 한계가 분명한 것이다. 또한 성우의 속도를 따라가는 만큼 깊은 감상이나 메모가 힘든 점, 특정 부분으로 돌아가기 힘든 점 등 크고 작은 문제점으로 인해 아직 ‘보편적’인 콘텐츠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우려를 넘어서기 위해 윌라, 밀리의 서재, 네이버 오디오클립 등 오디오북 채널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밀리의 서재는 회원들이 직접 오디오북을 만들 수 있게 해서 다양성을 넓히고 있으며, 30분 만에 책 한 권을 요약한 콘텐츠로 편의성을 높이기도 했다. 또한 전자책의 텍스트가 더해져 깊은 감상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한편 윌라의 경우 모든 콘텐츠를 전문 성우의 낭독으로 제공해 오디오북의 품격을 높일 뿐 아니라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기발한 시도가 많아질수록 오디오북의 수요도 늘어날 것이며 더욱 양질의 콘텐츠가 공급될 것이다. 


타인이 읽어주는 책은 단순히 내용 전달을 넘어 감정을 함께 공유한다. 읽는 이의 호흡이나 목소리의 미세한 떨림이 활자로 표현하기 힘든 섬세한 감정을 실감 나게 그려낸다. 이런 경험이 문학 작품에 국한된 것일 수도 있지만, 목소리의 억양 변화로 특정 내용을 강조할 수 있다는 점은 다른 분야의 책에도 충분히 접목될 것이다. 귀로 책을 듣는 행위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새롭게 떠오르는 콘텐츠에는 이유가 있다. 빨래를 개는 무념무상의 시간에 잠시 오디오북을 끼워 넣어보는 것은 어떨까. 편견을 끄면 따뜻한 목소리가 찬찬히 말을 건넬 것이다.


글 NEWLOOKS 



매거진의 이전글 케렌시아의 시간, 당신의 내일을 바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