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힘 버튼의 마법

자기기만의 쓸모

by 백건

닫힘 버튼의 마법


우리는 종종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을 습관처럼 누른다. 문이 닫히는 속도와는 무관하게, 손가락으로 이 버튼을 누르는 순간 우리는 알 수 없는 안도감과 통제감을 느낀다. 실제로 많은 경우 이 버튼은 이미 정해진 닫힘 시간을 단축시키지 못하는, 이른바 플라세보 효과(Placebo Effect)에 불과하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완전히 문이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는 승객의 안전을 위해 닫힘 버튼의 작동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비효율성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버튼을 누르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 것은, 우리 삶에 필요한 어떤 심리적 안전장치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현대 사회는 예측 불가능성과 통제 불능의 상황으로 가득하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때로 무력감과 불안감을 느낀다. 이럴 때 우리는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처럼, 비록 실제적인 효과가 미미하더라도 스스로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을 주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MZ 세대가 레트로에 열광하는 심리적 기저에는 안전에 대한 욕구가 있는 것처럼 통제감은 불안감을 다루고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정서적 메커니즘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불안할 때, 책상 정리나 필기도구 점검과 같은 사소한 행동에 몰두하기도 한다. 이것이 시험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러한 행동을 통해 마음의 동요를 가라앉히고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처럼 우리는 크고 작은 심리적 닫힘 버튼을 통해 스스로에게 안도감과 확신을 부여한다.


물론, 이러한 심리적 안전장치가 현실 도피로 이어지거나 중요한 문제 해결을 위한 실제적인 노력을 회피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이러한 작은 '자기기만'들이 우리의 마음을 다스리고, 더 큰 어려움에 맞설 용기를 얻는 데 필요한 디딤돌이 되어주기도 한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 잠시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걱정거리가 많을 때 아무 의미 없는 낙서를 하거나 산책을 하는 행위 등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이 우리에게 주는 통제감처럼, 우리 삶에는 심리적 안정과 평화를 위한 자신만의 닫힘 버튼이 필요하다. 그것이 명상이든, 취미 활동이든, 혹은 누군가에게 하는 기도이든, 이러한 작은 행위들로 인해 우리는 복잡하고 가변적인 세상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힘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삶에는 어떤 닫힘 버튼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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