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 Them” — 내버려 두기의 미학

토닥토닥 스토아철학

by 백건


“Let Them” — 내버려 두기의 미학


멜 로빈스는 자신의 저서 [The Let Them]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당신을 오해하든, 실망시키든, 떠나든 — 그들을 내버려 두라(Let them).”

이 심플한 문장은 마치 스토아철학자 에픽테토스가 2천 년 전에 던진 조언의 현대식 버전인듯하다.

“당신의 통제 밖에 있는 것에 마음을 쓰지 말라.”

스토아 철학의 핵심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데 있다.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내 안의 것(사고, 노력, 바람, 혐오)이고 내 밖의 것(육신, 명예, 통치, 재산)을 탐할 때 좌절로 인해 고통이 생긴다고 본다. 멜 로빈스의 “렛뎀”은 바로 그 경계선을 일상 속에서 실천적으로 표현하는 언표 (言表)다. 이 말은 무기력한 체념이 아니라 오히려 “나는 나를 통제하고, 너는 너를 통제해라”라는 주체적 선언이다. 즉, 감정의 핸들을 되찾는 일이다. 남의 운전대에 매달려 울지 않고, 자신의 방향 키를 꽉 잡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좋은 사람’ 혹은 '우아한 사람'으로 보이려 애쓰느라 자기의 감정까지 타인에게 양도한다. 하지만 내버려두는 순간, 자기 존중이 회복된다.

“그들은 그들의 세계에서 행동하고, 나는 내 세계에서 평화를 지킨다.”

그건 냉정이 아니라 품격 있는 거리 두기다.


멜 로빈스는 말한다.

“그들이 이상하게 굴면 그냥 내버려둬. Let them.”

친구가 약속 장소를 30분 늦게 와도, 연인이 “재밌는 영화 보자” 해놓고 공포영화 예매해도, 상사가 회의 중 당신 말을 끊고 자기가 천재인 척해도 — Let them.

에픽테토스가 살아 있었다면 아마 이렇게 말했을 거다.

“어떡할 겨. 내비둬. 그건 네 통제 밖이야. 커피나 한 잔 더 마셔.”


우리는 세상이 공정하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자꾸 세상을 바로잡으려 애쓴다. 하지만 세상은 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다른 음료가 나오는 고장 난 자판기다. 화가 난다고 자판기를 발로 차면 내 발만 아프다. 그래서 현명한 사람은 투덜대지 않고 받은 것에 만족한다. 내버려둠은 포기나 현실 회피가 아닌 마음의 정리 습관이다. 오늘 누가 이상하게 굴면 이렇게 중얼대보자.

“Let them. 세상엔 고장 난 자판기도 필요하니까.”

그리고 웃자.

이것이 스토아철학식 유머다.


“Let them”의 철학은 “Let yourself”로 이어지는 연장선에 있다. 남을 내버려둘 때, 나도 비로소 나 자신을 내버려둘 수 있다. 완벽하려는 강박, 인정받으려는 불안, 통제하려는 욕망을 내려놓을 때, 그 자리에 평정(아타락시아)이 들어온다. 에픽테토스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들이 떠나면, 그건 그들의 길이다. 그러나 네 평정심이 떠난다면, 그건 네 선택의 몫이다.”

그러니 오늘 누군가가 당신에게 실망하든, 비난하든, 오해하든 —

미소 지으며 이렇게 중얼대자.

“내비 둬. 저렇게 살다 죽게. (Let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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