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나이 서른, 앞길이 '창창'할뿐더러 요즘 같은 100세 시대, '구만리'같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데?
인생 처음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지금까지 내가 뭘 어떻게 살았길래. 그 흔하디 흔한 대사, "왜 나한테 이런 일이!"라고 해야 할 것만 같은... 내가 그렇게나 빨리 죽는다고?
어쩌면 나는... 죽고 싶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생(生) 속엔 삶보다 죽음이 더 가깝고, 애써 살려고 발버둥 하기보다, 다 내려놓고 죽는 것이 훨씬 편하게 느껴진다. 때로 삶은 구질구질한 면이 있는데, 죽음은 미니멀리즘, 심플하고 간결하며 시크하게 보이는 것이 꽤 괜찮은 것만 같다. 뭐 죽어봤어야 그 '쓴' 맛을 알겠지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선조들의 속담은 현실 속에서 도통, 깨닫기가 어려우니 말이다. 개똥밭에 구르면 이승도 싫지 않을까?
내 병은 몸의 '신진대사'에 매우 중요한 호르몬이 나오지 않는 거였다. 신진대사란 '생물체가 생존과 성장을 위해 생명 유지와 관련된 에너지 대사, 영양소 처리 등을 하는 화학적 반응'을 말하는데, 그 화학적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화학적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것인가?
처음으로 '몸보신'을 해야 한다고 하여 값비싼 보양탕류를 먹기 시작했다. 아무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내 손에 닿는 사랑하는 이의 손, 그 따뜻했던 체온도 잘 감각되지 않았다. '16분 음표가 재조잘거리는 유채꽃밭' 같다던 내 다양한 감정 표현들은 어느새 단조로워졌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도, 사람에도, 무미건조함을 느꼈다. 몸도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뱃속에선 배가 고프다고 아우성인데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며칠이고 누워있던 내 눈에서 눈물이 주륵 흘러내렸다. 베개를 적시고 이불을 적시고 온 삶을 적셨다.
다만 머릿속은, 무수한 생각의 조각들이 몽땅 튀어나와 휘휘 젓고 돌아다니는 것인지, 이 생각 저 생각이 떠다니다 충돌하고, 채 하나의 생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또 다른 생각이 튀어나와 머릿속을 온통 어지럽혔다. 케이아스(Chaos)! 혼란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