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과생의 스마트빌딩 만들기 (10) -
2018년 목표 중 하나가 브런치 작가 되기였다.
내가 경험한 것을 공유하고 싶은 이유도 있었지만 기록으로 남겨 놓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 네이버 블로그, 다음 티스토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살펴보다가 글쓰기에 가장 좋은 게 브런치인 것 같아 브런치를 선택하게 되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는 과정은 생각보다 쉬웠지만 문제는 어떤 콘텐츠로 데뷔할 것인지,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는지와 같은 고민이 내 발목을 잡았다. 마음먹기만 몇 달이 걸렸지만 그래도 2018년이 다 끝나가기 전, 마지막 날에 글을 다 쓸 수 있어서 너무 뿌듯하고 감사하다.
미국 퍼듀대학교. 캡스톤 디자인. 4개월.
공간, 목표, 기간 어느 하나 내게 부담되지 않은 게 없던 때였다. 4개월. 16주. 하루하루 너무 빨리 간다며 말했더랬지만, 생각해보면 매주 새로운 일들이 이렇게까지 생길 수 있나 싶을 정도로 120일은 긴 시간이었다.
먼저, 2번의 여행.
10월에 워싱턴 D.C 필라델피아 뉴욕 (4박 5일)
11월에는 라스베가스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 그리고 멕시코까지...! (6박 7일)
가까이 있는 시카고를 당일치기로 2번 다녀온 것까지 포함하면 미국 전역을 돌았다고 해도 좋지 않을까? 하하
나는 2번 둘 다 대형 팟(또는 그룹)에 속해서 여행을 했다. 사람이 많으면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물론 여행의 자유도에 제한이 있지만 그만큼 편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
맛집에서 여러 개를 시켜서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는 점, 운전면허 없는 내가 렌터카를 타고 미국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는 점, 밤늦게 돌아다녀도 비교적 안전하다는 점 등 대형 팟에서 즐길 수 있는 장점은 실컷 누리고 왔다.
새삼 느꼈던 것은, 여행지가 어디든 간에 여행 스타일이 맞는 사람들과 다녀야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는 것이다. 동부 팟에서는 다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서 끼니를 걸러가면서(...!) 관광지를 다니며 사진을 찍었는데, 물론 배가 고팠지만 그 부분에서 서로 이해하기 때문에 배고프지만 만족스러운 여행으로 기억한다.
더 많은 이야기는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여행기에서 풀어보려고 한다. 관광학도의 to the west/east라는 타이틀을 두고 글을 쓰고 싶은데 다만 걱정인 것은, 문과생의 스마트빌딩 만들기처럼 약간의 정보를 제공하는 글이 아닌 100% 사진 자랑인 여행기가 될까 봐 무척 걱정이라 무엇에 집중해서 쓸지는 아직 고민이다.
미국에 있으면서 시카고에서 시카고 컵스(Chicago Cubs) 야구 경기, 퍼듀대학교에서 대학 친선 풋볼 경기, 농구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월드컵 경기만 겨우 보는, 야구 룰만 겨우 아는, 좋아하는 팀은 대한민국 국가대표... 수준인 내게 너무 과한! 과하게 좋은 기회들이었다.
경기가 시작하고 반은 룰을 익히랴, 전광판 숫자 구분하랴, 전광판 이벤트(kiss time, instagram hastag 등) 살펴보랴 정신없었다. 그래도 경기 마지막에는 누가 이겼는지 구분할 정도였으니 야구, 풋볼, 농구 모두를 깼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하하.
내게 남은 것은 크게 2개가 더 있는데, 그중 하나가 개발일지이다. 팀장 오빠가 매일같이 배운 것, 문제를 해결한 것, 참고한 것 등 일지를 쓰면 좋다고 하면서 googlekeep를 추천해줬는데, 처음 쓸 때는 귀찮다가 점점 쌓여가니 기록 창고가 되어 뿌듯한 일지들이었다. 이번 브런치를 쓰면서 참고를 많이 했더랬다.
두 번째는 논문이다.
그 짧은 4개월 동안 팀 논문을 썼는데, Internet of Things: Technology to Enable the Elderly라는 제목의 논문이었고, 통과되었다. Eric 교수님이 위원장(chairman)으로 있는 IEEE의 workshop인 Charms 2018에 제출했다.
고등학교에서 소논문을 2번 정도 (그림형제에 대한 견해, 한국 식문화에 대한 견해... 논문이라고 쓰고 감상문이라고 읽는다) 써본 게 다라서 제대로 된 논문을 접해보기는 처음이었다. 그것도 기술(skills)을 기술(write down)하는 논문은 말이다..!
많은 우여곡절과 눈물과 밤샘과 다툼이 있었지만 결국 제출을 했고 대단하게도 통과까지 했다는 것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다. 뭔가를 얻어간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엄청난 결과물까지 얻어갈 줄을 처음에 알았겠는가.
우리가 쓴 논문을 링크로 공유한다.우리가 쓴 논문을 링크로 공유한다.
https://ieeexplore.ieee.org/document/8329939/authors#authors
그리고 소감.
스스로에게 너무 수고가 많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수고했어.
내가 수고한 만큼 우리 팀원들에게도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수고했다고 느낄 만큼 잘 이끌어주고 고민해주고 격려해줘서 고마워. 고마워요!
돌이켜보면, 정말 처음에는 (후회될 만큼, 눈물 날만큼, 두려울 만큼) 고민도 많고 고생했다. 끝나고 나니 배운 것도, 얻은 것도 많아서 캐리어 3개를 가득 채우고 귀국할 때처럼 가득 찬 느낌이다. 지금의 내가 알고 있는 정도로 프로젝트에 도전했더라면 우리 팀의 결과물의 완성도는 올라갔겠지만 아마 나는 처음부터 도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잘 몰라서 겁 없이 도전할 수 있었고, 실전에 바로 써먹어야 해서 빨리 습득할 수 있었고, PM이라는 직책 덕에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고, 1인분이라도 해보자는 마음에 포기하지 않고 마무리를 낼 수 있었다.
2017년 9월부터 12월. 22살의 가을과 겨울을 채울 수 있어 감사했던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