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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나 Dec 14. 2019

캐리어 세 개, 백팩 하나, 크로스백 하나

그리고 면세품 비닐백 하나

미국 출국은 9월 초. 출국까지 한 달이나 남은 8월, 캐리어 하나를 완성했다. 방에 큰 캐리어 하나를 펴놓고 오가면서 생각나는 물품을 막 넣어 두는 거다. 각종 양념, 고무장갑, 화장솜, 방향제, 좋아하는 인형, 블루투스 스피커.... 정리하고 말고 없이 툭툭 던져두며 짐을 쌓았다.


7월과 8월. 마지막 대학교 생활을 누리려고 한 것도 아닌데 많은 학생 수련회에 참가했다. IVF 연합 수련회, IVF 청소년 수련회, 교회 수련회까지. IVF 수련회는 한 번 하면 5일은 기본으로 길게 하는 수련회인데, 이 수련회를 4년동안 일 년에 2번 씩 참가한 IVFER(아벱퍼라고도 한다)로 살았던 나로서 짐 싸기는 정말 쉬운 거였다. 


훈련된 짐 싸기, 출국 직전에 짐싸기 집중훈련받은 3개의 수련회, 그리고 짐 싸는 걸 즐기는 독특한 성격까지. 엄마와 나는, 펼쳐둔 캐리어에 매일매일 필요하다 싶은 물건들을 그렇게 쌓아가며 여름을 보냈다. 그렇게 쌓인 짐들은 28-30인치 캐리어 두 개, 18인치 기내용 캐리어 한 개, 백팩과 크로스백을 탄생시켰다.


큰 캐리어 두 개.

하나는 옷만 담은 캐리어, 다른 하나는 옷을 제외한 용품들을 담은 캐리어. 

옷 캐리어 하나.

캐리어 하나는 옷만 담았다. 앞선 미국은 두 달, 넉 달이었는데 이번에는 일 년이었다. 두 달은 12월 - 2월이라 겨울옷만, 넉 달은 9-12월이라 가을 옷과 초 겨울 옷까지만 챙기면 됐지만 일 년은 9월부터 9월이라 가을 겨울 봄 여름 가을 옷을 챙겨야 했다. 귀걸이에 이어 옷 모으기까지 좋아하는 나는 진짜 큰일이었다. 매일 옷장을 열면서 입을 옷이 없어! 를 외치는 게 일상이라 적은 옷을 들고 갈 수도 없었다.(변명) 바지만 8개를 넣었는데 캐리어 반이 찼다.... 내 옆에 상의는 바지의 두배나 있었고 코트와 패딩은 아직 들어가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겨울옷이 얼마나 두꺼운데! 잠옷도 계절별로 3벌씩 챙겼는데 그것도 못 넣고! 이게 말이 되나 싶었다.


캐리어를 하나 더 추가해야하나. 아니 택배로 보내달라고 해야 하나..하며 고민하던 찰나. 엄마의 도움으로 다 넣을 수 있었다. '이건 가서 사고!' '이 바지랑 이 바지는 비슷하네. 하나로 줄이자.' 겨우겨우 가을 겨울 그리고 여름 조금을 한 캐리어에 담을 수 있었다. 


기타 용품 캐리어 하나. 

나는 화장품이 되게 많았는데, 화장품 사는 걸 즐기기도 하지만 다른 해외여행과 미국 장기 거주를 해보니 한국화장품만 한 게 없다는 걸 알았다. 세포라는 딱 관광용으로 좋을 뿐 매일매일 쓰는 스킨, 닦토, 물토, 수분크림 등을 너무 비싼 화장품으로 갖출만한 여유가 없었다. (인턴 나부랭이 주제에!) 가격을 떠나 성분과 모든 면에서 정말로 한국을 따라올만한 게 없다. 

군대 간 동생 덕에 수료식 날, PX에서 닥터지를 털어서 다 가져왔다. 그 '닥터지'들이 캐리어 반을 차지했고 나머지는 각종 양념들, 욕실용품, 전자기기들, 다이어리 쓸 것들 그리고 양말과 속옷, 많은 귀걸이까지 챙겨서 넣어뒀다. 올리브영 vip를 유지했던 덕에 많은 샘플들을 모을 수 있었는데 특히 여름에는 맨날 올리브영에서 선크림을 종류별로 줘서 다 놔두었다. 그것도 다 챙기니 (거짓말을 조금 보태서) 반년은 넘게 쓸 수 있는 샘플들이 모였다. (다 초기 자본을 아끼는 데에 도움이 된다) 아 참고로 한국 생리대 최고이시다. 정말 최고... 


이렇게 오래 짐을 싸면서 계속 머리에 떠오르는 질문은, '가서 살까?' 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특히 뉴저지 는 의류와 신발에 세금이 붙지 않는 주(state)라서 가서 사는 게 썩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들고만 가면 되는 일이다. 내가 비행기에서 챙기지 않아도 되고, 세금이 안 붙는다는 거지 결국 또 돈 주고 사야 하는 것 아닌가? 예상치 못하게 써야 할 초기 정착비가 얼마나 많은데, 뭣하러 또 돈을 쓰나... 싶었다. 


짐 싸기는 들고 갈 것과 아닌 것을 잘 저울질하는 과정인 것 같다. 


기내용 캐리어.

이건 들고 갈까 말까 고민했는데, 정착하기 전 그러니까, 집을 구하기 전에 약 일주일간 에어비엔비에 예약을 해뒀다. 일주일 동안 집을 알아볼 생각이라 에어비엔비 예약을 해두었다. 

겨우 눌러가며 짐을 쌌는데 일주일 동안 짐을 풀고 또 이사 간다고 짐을 싸는 건 정말 최악인 것 같아 그냥 일주 일용 기내 캐리어를 싸가기로 했다. 노트북 충전기, 2박 3일 정도의 옷을 챙겨 빨고 입을 수 있도록 잘 정리해뒀다.


백팩과 크로스백.

기내에서 먹을 간식, 노트북 그리고 정말 중요한 서류들과 여권을 챙겨뒀다.


짐을 싸는 마지막 마음은 뭐라도 그냥 다 챙기자였다. 어차피 티켓도 원웨이고! 1년이나 있을 거고! 얇은 옷? 얇으니까 챙겨. 가디건? 껴입을 수 있으니까 챙겨. 반팔? 여름에 입고 겨울에 안에 이너로 입으면 되니까 챙겨 등 진짜 내 평생 이렇게 알차게 챙기기는 처음이었다. 


면세품 가방 하나.

몇개월에 걸쳐 적립금과 쿠폰을 쌓아두고 여러 면세점을 비교하며 상품을 담아두고. 추가할인 및 페이백이 되는 카드들을 알아두었다. 조말론 향수, 조르지오아르마니 파운데이션, 다니엘웰링턴 시계 등 국제 면세점이라서 가능한 가격들로 구입했다. 제일 뿌듯한 짐가방이다. 하하하.


미국 여행/인턴 등을 한다면 꼭! 챙겨가야 할 것 

추가로, 미국이든 해외 장기 여행을 간다면 꼭 챙기면 좋겠다 싶은 것을 정리해보았다. 

- 때수건: 우리나라처럼 '죽은 세포를 벗겨야한다'는 개념을 가진 나라는 많지 않다. 미국에서 파는 때수건이래봤자 스크럽용 수건이라 시원하지 않을테니 챙겨가도록 하자.

- 화장품: 세포라에 대한 환상으로 거기서 사야지! 하는 순간 텅장됨. 올리브영과 같은 드럭스토어(drug store)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그냥 화장품 정가를 보는 순간 정말 낯설 것이다. 어디를 가도 성분이며 가격이며 한국 화장품이 정말 최고시다.. 

- 각종 양념들: 한식은 정말 많은 양념이 들어간다. 김치찌개를 끓인다고 해보자. 설탕, 간장, 액젖 등이 필요하겠지. 양념불고기 비빔밥을 한다고 하면 고추장, 참기름 등이 추가로 더 필요할 것이다. 진짜 한국에서만 구할 수 있는 양념들이 많은데, 요즘은 마트에도 작은 사이즈에 여행용 양념들이 많이 나오니까 몇개 챙겨두면 정말 도움이 될 것이다. 

- 다이소에서 살 수 있는 값싼 물품들: 미국에서 수건을 사봤는데 빨래를 할때마다 먼지가 계속나와서 힘들었었다. 그래서 수건을 샀고 반짇고리, 수저세트, 캐리어용 저울을 샀다. 캐리어용 저울을 정말 추천한다. 그냥 추천. 나처럼 짐이 넘칠까와 같은 걱정을 하는 사람은 그냥 사두는게 좋다. 

- 빨래망: 안입는 계절 옷을 정리하기에도 좋고, 빨래할 때 구분 지을 수 있어서 좋고 속옷 등 조금이나마 옷 손상을 줄일 수 있어서(기분 탓일 수도 있다) 좋기에 몇 개의 빨래망을 챙겨두자.

- 생리대: 생리대는 필수품이다보니 미국생리대를 사서 쓰기에도 부족함이 없지만 만족도며 편리함은 한국생리대인 것 같다. (지극히 주관적)


진짜 몇 주에 걸친 짐싸기가 마쳤다. 나중에 한국에 오려고 짐쌀때는 얼마나 끔찍할까. 하하하하하하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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