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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나 Mar 09. 2020

교회, 안녕.

교회도 결국 사람들이 모인 곳

해외에서 한인교회는 특수한 종교 단체 모임이라기보다 한국인들을 만날 수 있는 커뮤니티라고 생각한다. (매우 주관적 생각)


나에게 제주를 떠나 미국으로 왔을 때의 교회와 신앙은 이랬다.

교회는 늘 다녔지만 예배 = 목사님의 말씀이었기에 목사님의 말씀 정도에 따라 교회를 계속 옮겨 다녔다. 예배를 찬양, 말씀, 교제로 나눠본다고 하면, 나는 말씀> 찬양 > 교제 순으로 교제는 제일 뒤에 있었다.

대학 생활 내내 기독 선교 동아리를 하면서 처음으로 한 곳에 정착해 내 신앙뿐만 아니라 다양한 모습의 신앙을 볼 수 있었고 미국을 떠나기 전 제주의 한 교회에서 리더를 하면서 공동체에 속해 보는, 또 다른 첫 경험을 해보았다.


전에 있던 인턴 한 명이 교회를 소개해줬고 한인교회를 다니게 됐다.

엎어지면 코앞에도 교회가 많았지만 일단 그 교회를 간 이유는, 소개해줬다는 게 큰 이유였고 한인교회는 지난번 퍼듀에서 경험했을 때 말씀은... 그랬지만 한식 밥이 너무 맛있어서였고 타지의 외로운 생활에서 같은 , 같은 문화를 공유할  있는 한국인이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기 위해 한인교회를 다녀봐야겠다 싶었다.

바베큐 파티가 있을 때라고 해도 항상 이 정도는 나왔다.

다른 많은 한인교회가 있었지만 사람들의 환대가 너무 감동적이라 딱 첫 주에 교회를 다녀오고 나서 느낀 건 '아, 이곳에서 나의 쓰임을 찾아봐야겠다.'였다. 기독 선교 동아리를 한 것도, 제주교회에서 리더로 섬긴 것도 뭔가 이 교회를 위한 훈련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전에 있던 인턴들도 교회를 다녔는데, 교회를 진짜 다닌 거지, 교회의 예배에 참석한 건 아니었다. 그 정도로 한인교회의 느낌은 커뮤니티를 위한 목적성을 매우 띄고 있다고 무방하다(라고 생각한다).


우선, 우리 집 그니까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정말 애매하다.

딱 회사와 뉴욕을 위한 곳이라, 사실 그 유명한 펠팍과 에디슨을 가려면 우버 30-50불을 내거나 버스와 기차로 2시간을 (차로는 30-1시간) 돌고 돌아가야 하는 위치에 있다.

출발시간을 일요일로 하니, 버스가 아예없다고 뜬다... 깔깔

다행히 교회에는 라이드 시스템이 있었고 라이드가 필요로 하면 언제든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그리고 나도 몰랐던 거지, 내가 이렇게 멀리 있을 줄은...


라이드는 항상 스트레스였다.

예를 들어, 나는 제주공항에 살고 라이드 해주는 분은 서귀포 중문단지에 산다면 1시간 집 라이드 해주고 다시 1시간 자기 집으로 가야 하니까. 해주는 사람도 당연히 스트레스였지만 얻어 타는 나는 매번 눈치 보였다. 시스템이 있다는 건 라이드가 있다는 것뿐이었지, 라이드를 제공해주는 사람들의 불만이 잘 해결되고 있던 게 아니었다. 기름값이든 수고 보상이든 뭔가가 있는 게 아니라 희생, 봉사, 배려의 추상적 감정을 강요하거나 호소하는 게 쌓여 있던 터에 집이 먼 내가 등장한 거다.

모임이 끝나고 이제 헤어지는 시간이 다가오면

"자... 오늘 누가 뉴나 데려다 줄래?"

"하... 저는 오늘 학교 가서 공부해야 돼요."

"저는 오늘 완전 다른 곳 가야 돼요..."

"알겠어. 리더인 내가 할게"

와 같은 대화가 내 앞에서 이루어진다.


거의 매주 반복이 되니 이건 솔직히 민폐다 싶어 여러 방안을 제안했다.

제가 라이드 비용 낼게요. 어휴 교회에서 어떻게 돈을 받니. 다 해주려고 하는 거야.

제가 그럼 우버 타고 다닐게요. 라이드 안 해주셔도 돼요. 괜찮아, 라이드 시스템이 있는데 왜 그래.

그래서 마지막 방안으로 교회를 안 나가자 연락 오기를, "뉴나야 라이드 때문에 교회 안 나온다고 하던데. (난 아무 말 없이 교회를 안 갔다, 그러니까 그들도 내가 빠진 이유를 대충 눈치채고 있었던 거지. 그게 내 스트레스라는 걸.) 교회 근처에 사는 00 언니 있거든? 그 언니 집에 금요일에 퇴근하고 우버 타고 가서 금, 토 자고 교회 오는 건 어때?"라는 제안을 던졌다. 나는 이게 교회에서 던지는, 그들 스스로 생각하기에 최고의 제안이었다고 생각할 거라고 본다. 내가 무슨 교회에 미친 애도 아니고 내 모든 주말을 교회를 위해 남의 집에 불편하게 자야 하며 일단 그 언니는 무슨 죄란 말인가...


교회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보니, 하... 뒷이야기가 정말 많이 돈다.

뒷담이면 뒷담이고 그냥 하는 이야기라고 하면 그런 것일 테지만 일단 모이면 뒷 이야기가 돈다. 사실 뭐 어디든 2명 이상 모이면 남의 이야기를 하니 그 부분에 대해 이제 반 오십 넘은 나는 흔들리지 않지만, 내 뒷이야기를 직접 내가 전해 듣는 건 기분이 썩 좋지 않다. 나는 라이드를 타고 다닌다는 이유와 교회 다닌 지 얼마 안 됐는데 교회 사람들과 너무 친하다는 이유로 싫다는 이야기를 교회에서 제일 친한 친구에게 전해 듣고 사람 만나는 게 두려워졌다.

성경 말씀의 은사(능력이라고도 한다)가 없는 목사님 덕에 뉴욕의 유명한 교회를 탐방하고 돌아오겠다며 약 한 달 동안 돌아다니고 다시 한인교회를 가자 "뉴나 너, 교회 간 보고 다닌다며?" "아니, 교회 옮긴다며?"라고 하면서 나를 반겼다. 나는 소문의 출처를 물었고 나와 같은 사랑방을 하던, 내게 갠톡으로 교회 안 나오는 이유를 묻던 언니였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우리 회사에 예전에 이 교회를 다녔던 직원이 있는데 교회에 오래 다닌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내게 영희(가명)랑 같이 회사 다니냐고 했고 그렇다고 답하자 아, 걔 결혼한다던데.라는 말을 했다.

"네? 결혼한다면 직장동료가 제일 먼저 알지 않을까요? 완전 헛소문인데..."

"아, 그래? 교회가 원래 그렇잖아."

교회가 원래 헛소문이 도는 곳인가. 돈다고 해도 그게 '그럴 수 있지.'라며 넘어갈 문제일까.


이 외에도, 새 가족 사랑방을 졸업하고 다른 사랑방을 가니 "어, 배신자다." 라며 3주간 내 이름 대신 그렇게 불렀고, 놀리는 걸 알기에 농담으로 받아들이려다 그렇게 되지 못한 나는 울었던 기억 하나. (원래 새 신자 반을 4-5주 다니며 교회 적응을 하고, 5주 이상 교회 출석한 교인들을 직접 사랑방/셀/소그룹/작은 모임에 배정한다)


라이드 비용도 우버도 다 거절당한 상태로 교회 다니고 있는데 지나가면서 한 언니가 "뉴나 네가 라이드 탈 때마다 커피라도 좀 사드려. 그래야 사랑받아."라고 말한 기억 하나.



나는... 처음 교회에서 느낀 따뜻함과 환영이 정말 좋았다. 내가 신앙이 있든 아니든, 사람들이 정말 밝고 서로 보고 싶었다고 하고 함께하는 느낌이 너무 좋아 어쩌면... 무리해서 다닌 걸지도 모른다.

찬양과 말씀 그리고 교제. 이 세 가지로 나누어 본다고 하면 찬양과 말씀은 부족했고 교제에서는 상처를 받았다. 부족해서 뉴욕의 새로운 교회를 나가면 교제했던 친구들이 더 칼같이 정죄했고, 교제하다가 말씀과 찬양 이야기를 하면 "아무리 별로라도 그 예배를 지키는 게 하나님이 좋아하시는 거야"라며 내게 전혀 설득되지 않는 말로 가르치던 많은 그 친구들.


나는 많이 힘들었다고

매주 교회 가는 게 절대 즐겁지 않았다고 말하며 안녕을 고한다.


교회 안녕, 교회 사람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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