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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나 Mar 25. 2020

뉴저지 인턴 재택근무 1주차

아직은 개꿀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가 중국 우한을 시작으로 미국과 유럽까지 퍼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했지만 이제는 매일 지인들에게 안부인사를 받고 있다.

미국 분위기는 음... 워낙 넓다보니 나도 자세하고 정확한 사항은 뉴스를 통해서 알기는 하지만 분위기는 확실히 다르다.

한국 대구에서 폭발적으로 터진 후에 새로 인턴 2명이 김해와 진주에서 왔다. 약 2주 후에 출근하겠다고 오피스에 왔지만 회사의 새로 바뀐 정책에 의해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는 의사의 진단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코로나 검사비는 4000불이었고 보험이 된다고 해도 1300불 정도였다.


한국에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보내려고 했던 몇몇의 직원들은 주변에 마트와 온라인을 뒤졌지만 마스크와 손세정제가 all soldout이었다. (미국에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데 말이다!) 아마 중국인들이 미리 알고 다 털어서 중국에 보낸 게 아닐까 하는 게 우리들끼리의 이야기였다.


사태가 조금 더 심각해지고 마스크를 껴야 하나, 사야 하나 하며 한국인들끼리 이야기가 나왔을 때. 혹시나 해서 마스크 20개를 구입했고

아이러니하게 중국에서 배송 온 마스크.. 개별포장 따위 없음

같이 일하는 미국인 동료에게 이제 우리도 마스크 착용해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하자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마스크는 걸린 사람이 쓰는 거지! 걸린 사람들이 쓰고 다니니까 우리는 괜찮아. 그리고 우리는 20대잖아!'

오피스 내에서도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은 결국 소수의 한국인들 뿐이었다.


사재기 그중에서도 휴지 사재기가 시작되었다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고 우리 집 호스트 할머니도 아마존으로 겨우 화장실 휴지를 주문해 구비해두었다. 코스트코에 물이 다 떨어졌다더라, H마트에 라면이랑 쌀이 다 떨어졌다더라 하는 이야기가 사무실에서도 돌자 급히 근처 Shoprite에서 1갤런 사이즈 물 4개를 구입했다. 물, 휴지, 세정제는 일 인당 최대 4개까지만 구입이 가능하다는 공고문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그리고 약 3주 뒤 Shoprite는 문을 닫았다.

동네 CVS에 저장식품들도 거의 없다...

회사에 확진자와 같은 헬스센터를 다닌 직원이 헬스센터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그 메일 받았다는 이야기가 돌자 대부분 오피스를 떠났고 그 직원이 있던 사무실에 소독 스프레이가 잔뜩 뿌려졌다. 재택근무를 한다 안 한다 말이 돌기 시작했다.


재택근무를 할지도 모른다니...! 회사에서 늘 60% 할인받아 식사를 해결하던 나로서는 장을 봐야 했다.. 친구들과 함께 H마트를 갔고 평소에 사지도 않던 본죽, 스팸, 사골곰탕 등을 구매했다. (집에서 스팸을 구워 먹으니 미국인 호스트 할머니가 웃으셨다 깔깔)

내 방 저장식품 코너 마련하기

모바일 테스팅을 하는 우리 팀은 약 1500개의 디바이스들과 300개의 심카드를 10명이서 어떻게 잘 나누나가 관건이었다. 매일 오피스에 한 명씩 나와서 일할 당직을 세웠고 자주 들어오는 리퀘스트의 테스트 디바이스들을 구별해 그것들을 중심으로 나누었다.


다들 알겠지만 집에서 일한다는 건 조금은 풀어진다는 것이다. 일단 복장에서부터 그렇지 않은가. 내 침대에서 내 근무지까지 걸어서 5걸음이니까 말이다.

장점과 단점을 써본다면.. 다음과 같다.

풀어지는 걸 대비해 매니저님은 여러 규칙을 추가하셨는데 하나는 커뮤니케이션 툴인 디스코드(discord)를 개인 랩탑에 설치해 음성 및 챗으로 계속 소통할 수 있도록이었고 또하나는 일정 시간 응답이 없으면 오피스로 일주일 간 출근하기였다. 그래서 가끔 중간중간 출석 체크(roll call)가 진행되기도 했다.


그리하여 나의 하루 루틴을 살펴보면

기상

곧바로 출근

SVPN(Smart Virtual Private Network) 로그인

discord에 아침 인사하기

오전 업무 점검 및 timesheet 관리

테스트 리퀘스트받고 테스트하기

discord 화면의 일부

아침은 핫케이크와 두유

점심은 고민하고 대충 먹음

계속 과자랑 차(tea) 먹기

SIM Extension 관리

퇴근 준비

퇴근과 동시에 저녁 밥하기

저녁 먹고 미뤄둔 그림 그리기, 브런치 쓰기, 취준생 준비하기

... 는 여전히 미루고 넷플릭스와 유튜브 번갈아가며 놀기

취침

내 방 창문을 통해서만 바깥공기를 마실 수 있다

재택근무 1주차.

Stay home을 권고하는 거지 아예 못 나가게 막은 건 아닌데 잘 안 나고 있다.

안 나가려고 안나간 건 아닌데 최근에 장만한 3주차된 아이패드와 함께하고 있는 본투비 집순이는 햇살만 봐도 만족스러워서 여전히 집에서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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