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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나 Apr 11. 2020

뉴저지 인턴 재택근무 3주차

재택근무 3주차. 3월 말과 4월 첫 주. 

슬슬 미국도 약간의 안정기가 접어든 것 같다. 사재기(Panic Buying)가 줄었고 집에서 온라인으로 세정제를 설치할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우리 집에도 놔드려야 하는데...

하지만 다른 문제가 있다면, 온라인 배달이 매우 느려졌다. 집에서 장을 봐서 부르려고 해도 아래와 같이 되는 시간이 없다. 

출처 freshdirect.com

혹은 아마존에서 무엇을 구입해서 배송시키려고 해도 기본 2-3주 이상 걸린다. 아마 아마존도 wholefood market의 배송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추측해본다. 

제가 산 게 뭐라고 한 달 넘게 걸리죠...?

Mary 할머니의 말씀으로는, 뉴욕이 아예 갇히게 되었으니 뉴욕 배달을 우선으로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freshdirect에서도 뉴욕을 위한 모금 활동도 하고 그런다.


사재기를 한 건 아니지만 평소보다 집에 머물 시간이 많아 여러 식료품을 사뒀는데, 뭐 해 먹으면 좋을지 확인해두면 좋을 것 같아서 Food List를 만들어봤다.

잘 챙겨 먹는지, 필요한 건 없는지 물어보는 엄마와 친구들에게 보내주니 "어휴... 한국에 있는 나보다도 잘 챙겨 먹네."라며 걱정을 접어두더라. 내가 봐도 뿌듯한 리스트이긴 하다. 하하하하.


1000개는 처음이라...

하우스메이트가 1년 전에 받은 퍼즐이 있는데 시작할 자신이 없어서 뒀던 거라며 꺼내왔다. 퍼즐을 시작했다. 내가 "퍼즐 정말 좋아해서 잘해!" 이렇게 큰소리쳤는데 아니 이건.. 개수도 개수지만 타임스퀘어라서 진짜 온갖 브랜드와 불빛들 때문에 힘들다. 토요일에 시작해서 아직도 맞추고 있다. 


유튜브에서 뉴스를 봤는데 sbs였나.. 확실하지 않지만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인터뷰 영상이었다. 사람들이 6피트만 유지할 뿐 마스크는 하지 않은 모습이 나오는 뉴스였는데, 그걸 보고 '역시 미국이야.' 싶었다. 아무래도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와 자가격리(Stay Home)만을 강조하다 보니 마스크는 그렇게 염두에 두지지 않은 게 아닌가 싶다. 미국은 현재 마스크 분량이 매우 부족해 정부에서 마스크를 꼭 착용하세요! 하면 마스크 대란이 일어날 테고 휴지/물 사재기보다 더 심한 사회 혼란을 야기할 거라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게 아니냐 하는 우리들끼리의 추측도 나왔다. 

그 영상을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진짜야? 괜찮아?" 라며 연락이 왔고 나는 "응, 사실이야."라고 답해줬다.

사회적 거리두기만 하는 산책러들

당장 내 방 창문을 통해 봐도 개 산책을 하는 사람들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각자 지금 뭐 먹고 있는지 공유하는 중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랑 줌(ZOOM)으로 영상통화를 했는데 대부분 대학생이라 수업 전부가 싸강(사이버강의)이 되면서 줌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3시간 수다 떨고 1시간 캐치마인드했다. 


집념의 한국인. 받은 스트레스를 퍼즐로 풀던 나는 결국 일주일 만에 1000피스 퍼즐을 완성했다.

캬! 뿌듯! 다시는 안 해!



미국 소식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한국에서 오는 안부인사도 점점 바뀌었다. 

미국 어때? > 미국 괜찮아? ㅠ > 미국에서 한국으로 안 들어와? 

동생이 진지하게 걱정함 하하하

귀국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고 있다. 사실 걱정도 되고 이러다가 죽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도 가끔 들기는 하지만 내게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어디에 있는 게 가장 최선의 길일까를 살피는 것이다. 

25살. 취준생. 인턴. 많은 꿈과 목표를 들고 왔지만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지금 여기 미국 뉴저지. 여러 상황을 보았을 때 미국을 떠나야 하는 게 맞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지금 한국에 가 있다면 난 뭐 하고 있을까


우스갯소리로 "나 한국에 가면 맨날 집에 누워있을걸?"이라고 했지만 농담의 말투에 담은 진심이었다. 취준생이지만 여전히 진로 고민을 하고 있는 난 지금 가면 아무것도 못하고 있지 않을까.


미국에 있는 게 어쩌면 조금 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건 아닐까. 작게는 토익시험부터 크게는 기업 면접까지 모두가 미뤄진 상황에서, 무엇을 하고픈지 모른 채 뿌연 연기 안의 길에 발을 내딛는 게 아직 어렵다. 


도피성으로 떠나온 게 아닌데 돌아가지 않는 이유가 도피성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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