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어쩌다 호기심 천국이 되었을까

by 미쓰당근
늙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세상과 인생에 대해
더 이상 호기심을 느끼지 않게 되는 과정이다.
호기심은 한편 피곤한 감정이다.
우리를 어딘가로 움직이게 하고 질문하게 하고
이미 알려진 것들을 의심하게 만드니까.

김영하 <오래 준비해온 대답> 중


인간의 호기심이 가장 왕성하게 나타나는 시기는 언제일까?

눈앞에 펼쳐진 세상 모든 것이 다

궁금한 듯 반짝이는 눈망울로

끊임없이 “왜요?”, “왜요?”라고 묻는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아!’ 하고 금방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그런데 그 많던 호기심은 언제 다 사라져 버리는 걸까?

살면서 궁금한 것도, 알고 싶은 것도 별로 없는

세상 어떤 일에도 시큰둥한 어른들의 모습을

주변에서 쉬이 보게 되니 말이다.


요즘은 엄마나 아빠를 모시고 병원에 다닐 일이 많아졌다.

그다지 살가운 성격의 딸이 아닌지라

엄마와 셋이 아닌 무뚝뚝한 아빠와 단둘이

어디를 다닌 적이 거의 없었는데

병원만큼은 셋이 세트로 함께 갈 필요가 없으니

종종 둘이 집을 나선다.

평소 말수가 없는 아빠라 거의 침묵의 동행길.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아빠의 질문이 많아졌다.

길을 가다 색다른 건물이 보이면

“저건 뭐 하는 곳이야?”

새로 나온 자동화 기기가 보이면

“이건 뭐니?” 하며 궁금해하는 아빠.

급격한 기술의 발달로 너무나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아빠는 모르는 것도 그래서 궁금한 것도 참 많아진 모양이다.

마치 어린아이의 눈에 세상 모든 것들이 궁금하고 신기해 보이는 것처럼.

하긴 빛의 속도로 바뀌는 세상의 변화에

젊은(?) 나조차도 적응하기가 쉽지 않으니

아빠에겐 이 변화가 어떻게 느껴질까.


지금은 하루가 멀다고

“이건 또 뭐니?”, “이건 왜 안 되니?” 하며

스마트폰을 들고 내 방문을 힘차게 두드려 대는 통에

“아빠! 지난번에도 알려 준 거잖아!“라는 말이

퉁명스럽게 튀어나오기는 해도

나는 아빠가 호기심 천국이 된 것이 좋다.

그리고 앞으로 더 나이 들어도 계속

뭐든 호기심을 가지고 마음껏 물어보시길 바란다.

아마도 그 옛날에는

”이건 뭐야?“, ”저건 뭐야?“, ”왜?“, ”왜?“ 하며

질문을 쏟아댔을, 호기심 천국이었을 우리에게

엄마 아빠는 분명

지금의 나보다는 훨씬 친절하고 자상하게

설명해 주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