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집으로 갈 때,
전철로 세 정거장을 가서 내린 후 버스를 탄다.
그런데 가끔
평소 이용하는 곳보다 한 정거장 더 먼,
그래서 네 정거장째에서 내려야 하는
역에서 전철을 탈 때가 있다.
그럴 때...
특히 뭔가에 집중하다 갑자기 전철에서 내릴 때,
네 정거장이 아니라 세 정거장을 지나 내리게 된다.
평소 전철을 타던 시간이
내 몸 어딘가에 입력되어 있는 걸까?
안내 방송을 듣지 않아도,
내려야지, 하는 생각을 따로 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움직인다.
버스에서 잠을 자다가도
내려야 하는 정거장에서
자연스럽게 눈이 번쩍 뜨이게 되는 것처럼.
의식하지 못했지만 어느덧 익숙해진 것들,
내 몸은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한번 몸에 배인 기억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좋은 것만 기억했으면...
내 머리도, 내 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