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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헌 Aug 23. 2024

자녀를 위한 최고의 인생 선물

대학을 보내도 인생 준비는 되지 않는다

  2005년 '대학은 죽었다'라는 파격적 제목의 책이 출간되었다. 그 후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대학은 과연 얼마나 변했을까? 놀랍게도 대학 교육은 수십 년 간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20년 전의 강의실과 지금의 강의실 모습은 근본적인 변화가 거의 없다. 20년 전의 전화기나 20년 전의 자동차가 비교할 수 없는 혁신을 거듭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엘빈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기업의 속도가 100마일이라면 교육의 속도는 10마일로 기어간다고 했다. 교육 현실에 대한 명확한 비판이었다.     


  입시만으로는 인생이 준비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학은 왜 10마일로 밖에 움직이지 못하는가? 미국의 고등교육전문가인 캐빈 캐리의 저서 '대학의 미래'에 따르면, 오래된 조직들은 기존의 관행에 너무나도 익숙해져서 새로운 경쟁자가 기존의 비효율을 겨냥하여 그들을 위기에 빠뜨리기 전까지 어떠한 변화도 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특히 그는 대학의 학위 장사 속성을 비판한다. "대학은 더 이상 교육을 팔지 않았다. 대학이 파는 것은 성공의 상징이자 신호였다. 사람들은 단지 디자인과 기능 때문에 구찌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대학도 실용성보다는 이미지를 파는 상표가 되어가는 것이다. 그에 따라 대학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부유해지고 더 비싸지고 있다."


  심지어 박사 학위자들이 훌륭한 강사의 자격을 보장하는지에 대한 의문까지 던진다. 강사의 도덕성, 사회성, 인성이 강의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며, 박사학위는 그러한 자질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사학위로는 가르치는 능력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못한다. 왜냐하면 대학은 가르치는 일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으며, 전문가들이 그들의 강의를 제대로 평가하는 일도 전혀 없으며, 유사한 수업을 들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비교해 보는 사람도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의 비판은 계속된다. "대학은 수십 년 동안 학부 교육을 충실히 하지 않으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바가지를 씌워왔다. 학생들은 그들의 학습을 책임지지 않고, 교수법을 훈련받은 적도 없는 교수들의 변덕에 휘둘렸다. 대학들은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충분히 도전하지 않았다. 학생들을 위해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는지 일관성 있는 철학이 있는 대학은 생각보다 매우 드물다. “

  이것이 아이비리그를 포함해 세계최고라고 평가받는 미국 대학에 대한 비판이다. 그런데 어쩐지 우리와 너무 유사하지 않는가?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비슷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시금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대학 졸업장을 받는 것이 나의 사회생활을 위한 최선의 준비인가? 내 인생의 반드시 필요한 과정인가? 차라리 비싼 등록금으로 여행을 다니거나, 4년 동안 책을 1,000권 읽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수천만 원의 학자금을 대출받아서 수천만 원의 유지비를 지출하면서 대학을 나와도 크게 얻는 것이 없고, 또다시 취업난에 시달려야 한다면 굉장히 불합리한 투자로 보이는 게 정상적이지 않을까?


  대학의 필요성에 의문을 가진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트위터의 잭 도시 등은 모두 대학을 그만두고 창업을 선택했다.     


  2000권을 읽고 사회에 나간다면


  대학 교육만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실질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면, 부모들은 대학 입시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처럼 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입시만을 위해 모든 것을 지원하고, 그것만 해주면 된다는 생각이 얼마나 단편적인지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그의 작품 ‘신 2’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러분들은 인류의 가장 큰 문제점들 가운데 하나를 정확하게 보고 있어요. 자기 의견을 스스로 만들어 낼 줄 아는 인간은 아주 드물어요. 그들은 대개 부모나 선생님이 말한 것, 아니면 텔레비전 뉴스에서 들은 것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죠. 그럼에도 그들은 자기들의 의견이라고 확신하면서 그것과 다른 의견을 말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격렬한 입씨름을 벌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관찰하고 스스로 생각하기만 하면 세상에 있는 그대로 발견하게 되고 남들이 주입하는 의견에서 벗어나게 되죠.”


  자신의 자녀가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는 앵무새가 되기를 원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정보들이 넘쳐나고 수많은 교육 시스템과 사교육까지 넘쳐나는데 왜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는 것일까? 해마다 대학생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왜 이토록 생각하는 사람은 드문 것인가?


  그것은 입시만으로는 인생이 준비되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방법을 모르면 단순 암기는 활용할 수 없는 쓸모없는 지식이 되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유용하고 강력한 방법은 바로 많은 독서를 하는 것이다.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할 때 2,000권의 책을 읽었다면 어떨까? 분명 다른 수준의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누구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생각의 깊이와 경쟁력을 갖췄을 것이다. 


  그러니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 2,000권 독서하기를 강력 추천한다. 초등학교 6년 동안 1,000권, 중고등학교 6년 동안 500권,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약 6년 동안 500권을 읽는 것이다. 초등학생 때 읽은 책 목록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줘라. 중고등학생 때도 스스로 목록을 계속해서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격려하라. 100권씩 돌파할 때마다 축하 파티를 해줘라. 그 목록이야말로 그 사람이 누구인지 증명할 수 있는 강력한 자산임을 이해하고, 반드시 보관하라. 자녀가 커서 부모가 된다면 제일 먼저 물려줘야 할 가보로 간직하고, 대물림하라.


  물론 학교 공부도 중요하다. 그 모든 것을 무시하고 책만 보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독서는 절대 놓지 말아야 한다. 학교에서 책을 읽히는 교육을 하면 부모들이 항의한다는 소식도 들리는데, 정말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독서를 권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어릴 때부터 독서 습관을 들이고, 독서 환경을 만들어 주고, 항상 책을 가까이하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가장 중요하고 좋은 방법은 부모 스스로 책을 읽는 것이다. 부모는 하루 종일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으면서 아이들에게만 책을 보라고 하는 건 잘 될 리가 없다. 자녀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했다. 항상 책 보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하고 습관을 들일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많이 본 자녀가 입시에 불리하지만도 않다. 많은 책을 읽으면 이해력도 높아지고, 사고력도 좋아진다. 논술 교육이 따로 필요 없어질 것이다. 언어 능력도 당연히 좋아질 것이고, 무엇보다 가장 강력한 생각하는 능력을 보유한 채로 사회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2,000권의 책을 읽고, 책 읽는 습관을 물려줬다면 이제 진정 자식 교육을 마쳤다고 봐도 좋다. 이제부터는 스스로 인생을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들이 진정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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