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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얼문화재단, 기부금 9억 챙기고 석상 계획 번복

[두 개의 동상] 조봉암과 이승만

by 뉴스하다

동상 설립 번복, 또 다시 ‘조봉암 팔이’


불법 모금액 5억 원을 비롯해 동상 건립기금을 9억 원 넘게 모았지만 새얼문화재단은 ‘조봉암 팔이’를 이어간다.


재단은 석상 설립 기금 모집기간이 끝난 이듬해인 2024년 또 다시 조봉암을 내세워 기부를 받겠다고 나섰다.

조봉암 석상 건립 기념 석주 제작과 백서를 발간하기 위해 1억7천만 원을 모집하겠다고 지난해 9월 인천시에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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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품 모집기간은 올해 9월 22일까지이지만, 지난 10여 년 동안 동상 건립기금 모금 기간을 연장했듯이 이 기간 또한 연장 가능하다.


조봉암 석상 건립을 위한 공식 모금만 15년째. 모금 기간이 길어지면서 석상 건립계획을 둘러싼 재단의 거짓말은 쌓이고 또 번복됐다.


새얼문화재단은 공식 모금 1년 뒤인 2012년 언론을 통해 “하반기 중 동상건립과 관련한 위원회를 구성해 동상 건립 위치를 정할 것”이라고 알렸다.


인천시 중구, 동구, 부평구, 강화군이 유치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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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은 이행되지 않았고 건립시기는 미궁 속으로 빠졌다. 2013년 7월 <경인일보> 기사는 이렇게 보도했다.


‘새얼문화재단은 죽산 동상을 어떤 식으로 어디에 건립할 것인지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또한 건립 시점도 결정하지 않았다. 시민 합의 아래 건립돼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공식 모금만 7년이 흐른 2017년 재단은 드디어 동상 건립시기를 특정했다. 죽산 탄생 120주년이자 서거 60주기인 2019년에 동상을 건립하겠다는 것.


지용택 이사장은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그동안 동상 건립비 모금운동으로 8억 원 이상 모였다”고 말했다.


건립시기를 발표하면서 동상을 짓겠다는 계획은 석상으로 바뀌었다. 재단은 미국 워싱턴 D.C. 마틴 루터 킹 기념관에 석상을 모델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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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지용택 이사장은 <기호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죽산 선생의 탄생 120년인 내년에 석상을 세우려고. 처음에는 동상을 만들려고 했는데 석상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미국 워싱턴에 10m가 넘는 마틴 루터 킹 석상이 있는데 굉장히 웅장해. 그렇게까지 크게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3∼5m 정도 크기로 해서 만들었으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고 있지.”


지 이사장의 말과 달리 죽산 탄생 120주년이자 서거 60주기에 석상은 빛을 보지 못했다.


재단은 석상 건립시기를 공표해놓고도 이렇다 할 준비가 돼있지 않았다. 재단이 2019년 8월 16일 인천시에 제출한 기부금품 모집 변경등록 신청서를 보면 그 사실이 드러난다.


재단은 석상을 짓겠다고 한 2019년 기부금품 모집등록 기간을 2020년까지 다시 연장했다. 사유는 ‘모집목표액 부족’이다.


모집금액이 7억4천300만 원으로 목표인 8억 원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다. 그러면서 2019년 11월까지 건립부지를 선정하고 공모를 시작해 2020년 7월 석상을 완공한다는 계획서를 냈다.


건립부지 선정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키지 못할 공수표를 날린 것. 재단은 이후에도 1년 단위로 계획을 번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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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은 2011년부터 2022년까지 기부금품 모집 등록기간이 끝나갈 때마다 연장 신청했다. 사용계획은 연도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복붙(복사+붙여넣기)이었다.


마지막으로 모금기간을 연장했을 때는 2023년 7월 조봉암 석상과 기념공원을 완공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모집기간이 끝나고도 석상 건립 소식은 없었다.


재단 편의 봐준 인천시, 이번엔 과연 건립할까


019년 이후로 이렇다 할 석상 건립계획을 내놓지 못한 재단은 2024년 돌연 구상을 발표했다.


지용택 이사장은 지난해 7월 31일 죽산 조봉암 선생 65주기 추모식에서 “(부평 캠프마켓) 공원 정비사업이 완료되는 대로 건립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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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의 발표에는 석상 건립을 더는 미룰 수 없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는 모금기간이 13년 가량으로 길어지자 재단의 모집기간 연장 신청을 더는 받아주지 않기로 했다. 석상 건립기금 모금은 2023년 8월 31일로 종료됐다.


재단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모금 종료시점에서 1년 뒤인 2024년 8월 31일까지 기부금을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당장 석상을 건립은 불가능했다. 여전히 석상부지가 확보되지 않았고, 절차를 밟기 위한 석상건립추진위원회도 구성하지 못했다.


자칫 기부금 3억5천 만 원 가량(비공식 모금 제외)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인천시와 재단은 궁여지책으로 사용기간을 2년 연장해 2024년 8월에서 2026년 8월까지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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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된 사용계획을 보면 지금까지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24년 11월에 설계경쟁 공모를 시작해 2025년 5월 당선작을 발표하겠다는 것.


석상 건립이 언제부터 시작될 지는 미지수다.


재단이 인천시에 제출한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11월 설계공모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현재 눈에 띄는 진행상황이 없다.


부지확보 시기 역시 불투명이다. 공원 정비사업 완료 시점은 특정할 수 없다. 인천시와 국방부가 땅값을 두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


인천시는 땅값 감정평가 시점을 부지반환이 진행된 2019년 12월(A·B구역)과 2023년 12월(D구역)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국방부는 토양 오염정화 작업이 끝난 뒤를 감정평가 시점(2027년 이후)으로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지 문제로 석상 건립이 또 다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기부금품법 시행령에 따르면 법률상 분쟁 해결, 이해관계 조정 또는 인ㆍ허가 등의 신청ㆍ처리 등으로 인해 기간 내 기부금품 사용이 어려울 경우 2년 이내에서 사용기간을 추가 연장할 수 있다.


재연장되면 석상 건립기금 사용기간은 2028년까지 늘어난다.


이와 관련, 석상건립준비위원회를 꾸렸냐는 제작진 질문에 지용택 이사장은 “안 꾸렸고 (공모 시점은) 아직 조금 더 있어야 한다”며 “몇몇 교수들 하고 서울에 이런 사람들(전문가)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나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석상 제작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부평 캠프마켓 공원 계획이 늦어지면서 시간이 좀 갔다”며 “우리가 신중한 이유는 (석상은) 한 번 세우면 움직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타파함께재단 KINN(한국독립언론네트워크) 탐사보도 기획안 공모전 취재비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홍봄 기자 spring@newshada.org

이창호 기자 ych23@newshada.org

오나영 기자 zero@newstapa.org


〈영상보기〉

https://youtu.be/k1pdlLU_9GY

〈기사보기〉

[두 개의 동상] ⑥ 새얼재단, 기부금 9억 챙기고 석상 계획 번복

https://newshada.org/3178/

[두 개의 동상] ⑤ ‘조봉암 팔이’ 15년, 새얼문화재단 기부금품법 위반

https://newshada.org/3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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