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하다] 권력감시
지난 3월 전자칠판 비리로 구속돼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조현영(무·연수구4) 인천시의원이 교복 납품 비리 의혹에도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작년과 올해 인천지역 중고등학생 6천 명 가량이 국산섬유 인증을 받지 않은 저질 교복을 입게 됐다.
미인증 교복이 납품됐다고 지목된 학교는 숭덕여고, 석정여고, 인천영흥중고등학교, 인천금융고, 동인천중, 만성중, 구월여고, 구월중, 동인천고, 인제고, 인천고, 신송중, 인송중, 인천해양과학고, 인천현송중, 인천미송중, 박문중, 인천사리울중, 함박중 등(중복제외) 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잘못을 알면서도 방치했다. 학교들은 조만간 하복을 제공하고 추가 예산을 지급할 예정이다.
뉴스하다는 조 의원이 저질 교복 납품 과정에 개입한 경위와 시교육청의 부적절한 대응 과정을 취재했다.
2024년 12월 인천 모 중등학교 학부모들이 인천의 한 교복 생산공장에 방문했다. 교복선정위원회 활동의 하나로 제품 생산과정과 품질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학부모들은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교복이 이른 바 ‘Q마크(품질인증)’를 받지 않은 제품이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해당 공장은 국산섬유사용인증도 받지 않았다.
시교육청 교복업체 평가 기준에 따르면 Q마크와 국산섬유사용인증을 받지 않은 업체는 1차 납품 평가를 통과하기가 어렵다.
특히 국산섬유사용인증서는 제출하지 않았을 경우 15점이 감점돼 평가에서 탈락한다.
Q마크도 전품목 품질 인증을 받았을 때 5점이 주어지는 반면 제출하지 않은 업체는 0점을 받아 차이가 크다.
저질 교복을 납품한 업체들은 이 평가를 통과하기 위해 Q마크와 국산섬유사용인증을 받은 다른 업체에게 인증서를 빌려 서류를 꾸몄다.
학교에 제출한 교복 생산계획서에서는 Q마크 인증을 받은 공장을 우선 써두고 실제로는 미인증 공장에서 교복을 생산했다.
국산섬유사용인증은 당초 양도양수가 불가능한 문서다. 이 사실은 학부모들뿐 아니라 교복업계로 알려졌다.
인천학생복사업자총연합회는 생산 공장 확인 등을 거쳐 학생들에게 미인증 교복이 제공되는 사실을 확인했다.
총연합회는 납품을 막아달라고 인천시의회 이봉락 의장에게 민원을 냈다.
민원 내용을 확인한 시교육청은 미인증 공장에서 생산한 교복 납품을 망설였다. 이때 조현영 의원이 교복업체 편을 들며 납품에 개입했다.
조 의원은 미인증 공장을 사용한 일부 교복 납품업체 대표를 자신의 사무실에 앉혀 놓고, 시교육청 학교생활교육과장과 담당 주무관을 불러들였다.
문제가 된 업체들에게 역으로 ‘구두 민원’을 받았다는 것.
이 자리에서 조현영 의원은 교복 예산으로 압박하며 저질 교복 납품을 옹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의원은 시교육청 예산 전반을 심의하는 교육위원회 부위원장이다.
우리가 들었어요. (조 의원이) 그런 말을 했다고 우리한테 이야기 하더라고요. 교복을 없애 버리겠다 이렇게. 이런식으로 시끄럽게 하면. – 학생복총연합회 관계자
이봉락 의원실에 처음 (민원이) 와서 해결하는 과정이었는데, 이제 조현영 의원실에 (민원인이) 오시니까. 이쪽 저쪽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런 걸로 갔다. – 인천시교육청 관계자
조 의원이 교복 납품 과정에 개입한데는 일부 업체 대표와 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교복 납품 비리 의혹을 받는 업체 세 곳 중 한 곳의 대표 A씨와 조현영 의원은 고교 동기동창이다. 조 의원은 전자칠판 비리로 최근 해임되기 전까지 이 학교 동문회장이었다.
조 의원과 함께 구속되기 전 국민의힘을 탈당한 신충식(무·서구4) 의원 역시 같은 고교를 나왔다. 세 사람은 선후배 사이로 가깝다.
특히 전반기 교육위원장을 지낸 신 의원은 2000년대 초반 A씨와 입시학원을 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 의원과 A씨는 인천에서 같은 대학, 같은 학과를 졸업했다.
A씨는 “(조현영·신충식 의원과) 동문이고 친구고 그러니까 안다”며 “(신 의원과 입시 학원 운영은) 몇 십년 전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교복 대표하는 사람들이 들어가서 (조현영 의원을) 만난 거는 나중에 전해 들었는데, 저는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고 모르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조 의원은 대한생활체육회 피구협회장을 지냈다. 교복 납품 비리 의혹을 받는 또 다른 업체 대표 B씨는 인천 모 기초단체 피구연맹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공통 분모가 있다.
조 의원과 신 의원은 지난 3월 28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된 상태다.
이들은 2022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인천시교육청이 추진하는 학교 전자칠판 보급사업에 참여한 업체로부터 뇌물 2억2천만원 가량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문제를 인지하고도 미인증 교복 납품을 막지 않았다. 오히려 저질 교복을 납품 받기 위한 구실을 만들었다.
지난 1월 변호사 3명에게 법률 자문을 받았는데, ‘저질 교복 납품’과 관련한 질문이 아닌 ‘인증서 위조’ 여부를 묻는 자문이었다.
결국 시교육청은 변호사 3명 중 2명에게 ‘인증서 위조가 아닌 것으로 보여, 계약을 해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시교육청은 각 학교들에 ‘계약 해지도 고민해봐라’는 의견을 전달하면서도, 자체 결정하도록 책임을 떠넘겼다. 사실상 저질 교복을 눈감아 준 것.
허술한 조치로 미인증 동복 납품은 계획대로 진행됐으며, 학교들은 조만간 하복을 제공하고 추가 예산을 지급할 예정이다.
시교육청은 학교에서 확인 과정을 거쳤으며, 교육청 차원에서는 매뉴얼 정비와 전수조사 등을 추진 중이라 했다.
이런 문제가 있으니까 관련 학교에 말씀을 드렸죠. 다 서류 갖고 오셔서 저희랑 같이 확인하시고, 사실 이게 2단계 분리 동시 입찰로 진행하는 부분이어서, 이 분(교복업체)이 여기서 0점을 받았을 때 적격을 통과할 수 없냐 그런 것도 따져서 한번 (확인) 하시고. 학교마다 교복 선정 위원회가 있고, 학교장님이 분임경리관이고 계약 당사자이시니까… – 인천시교육청 관계자
끝내 저질 교복이 28개 학교 등에 납품된 사실을 확인한 학생복총연합회는 업체 대표 3명을 ‘입찰방해’ 혐의로 미추홀경찰서에 고소했다.
이들 업체가 2년 간 취한 부당이득은 약 20억 원, 저질 교복으로 피해를 본 학생은 6천여 명 가량으로 추산했다.
현재 고소인 조사가 진행됐고 조만간 업체 대표들을 불러 피고소인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학생복총연합회 관계자는 “입찰과 낙찰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학교의 문제점과 책임은 없는지, 낙찰자와의 봐주기식 교복생산과 납품에서 유착관계도 면밀히 수사해 공정한 교복입찰 제도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미인증 교복을 납품한 업체는 불가피하게 계획과 다른 공장에서 교복생산을 하게 됐고, 의도성이 없었기 때문에 입찰방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교복업체 대표 A씨는 “인증된 공장에서 생산하려 했는데 못하게끔 기득권 세력들이 방해해서 다른 공장에서 하게 됐다”며 “학교에서 서류 충족이 안 되면 입찰 참여가 안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도용을 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창호 기자 ych23@newshada.org
홍봄 기자 spring@newshad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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