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훈 전 인천지검장 업추비 사용 기록 조작
특수활동비 몰아쓰기 등으로 논란을 자초한 공상훈 전 인천지검장이 업무추진비도 부적정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평일 자택(배우자 명의) 근처에서 법인카드를 썼는데, 송도축제에 참여한 것으로 속여 기록했다.
2017년 8월 30일 공 전 지검장은 업무추진비 카드를 3차례 결제한다. 총 결제비용은 44만3천600원. 업무추진비 사용 이유는 ‘송도세계관광문화축제 관람’이다.
검찰이 공 전 지검장 업무추진비 영수증을 먹칠 해서 공개한 바람에 3건의 영수증 중 2건만 사용처가 확인된다.
이중 1건은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결제한 3만600원짜리 영수증이다. 또 다른 1건(9만 원)은 사실상 백지 영수증으로 내용 확인이 어렵다.
특이하게도 나머지 1건은 경기도 성남시 서현로321번길 10에서 사용한 32만3천 원짜리 영수증이다. 영수증 주소와 전화번호를 확인한 결과 이곳은 TGI프라이데이 성남분당점이었다.
축제 관람을 위해 사용했다는 업무추진비가 인천지검 담당구역인 인천, 부천 등이 아닌 성남시에서 쓴 영수증으로 확인된 것. 근무지와 무관한 지역에서 업무추진비를 쓸 경우 사유서를 남겨야 하지만, 이마저 지켜지지 않았다.
인천지검과 해당 매장 간 거리는 약 50km다. 차로 1시간 거리다. 이날 공 전 지검장은 송도축제에도 참여했으니 식사를 하러 인천지검, 성남시, 송도 등을 오갔다.
TGI프라이데이 매장에서 송도축제 장소까지는 52km. 공상훈 전 지검장은 차로 1시간 이동한 뒤, 식사 후 다시 차로 1시간 거리의 송도축제에 참여한 것.
TGI프라이데이 성남분당점은 현재 없어졌지만 2020년까지 성업했다. 특히 이 매장은 공 전 지검장 배우자 자택 근처다.
당시 재산공개 목록을 보면 공 전 지검장 배우자는 서현동 삼성아파트를 갖고 있었다. 이 아파트와 TGI프라이데이 성남분당점은 걸어서 15분 거리다.
배우자 명의 아파트 말고 집이 재산 신고되지 않은 것으로 미뤄, 공 전 지검장도 함께 살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 매장에서 송도축제를 핑계로 공 전 지검장은 32만3천 원치 음식을 사먹었다. 실제 송도축제 현장에서 사용한 3만600원과 보이지 않는 9만 원짜리 영수증을 더해도 성남에서 먹은 식비의 3분의1 수준이다.
공 전 지검장이 평일(당시 수요일) 배우자 집 근처에서 업무추진비를 쓴 것은 사적 사용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식사는 TGI프라이데이에서 해놓고 결제 명목은 ‘송도세계관광문화축제 관람’으로 해놨다. 기록 조작인 셈이다.
공상훈 전 지검장이 성남 집 근처에서 업무추진비를 결제한 건, 검찰이 직접 작성한 업무추진비 예산 집행 매뉴얼상 ‘근무지와 무관한 부적정 사용’과 ‘사적 사용’에 해당한다.
이 내용은 <뉴스타파>가 확보한 검찰 내부 자료 중 하나인 업무추진비 예산 집행 매뉴얼에 나온다. 이 매뉴얼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20년 1월 대검찰청 운영지원과가 작성한 문서다.
이에 대해 공상훈 전 지검장은 최근 통화에서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지난 9월 통화에서 공 전 지검장은 “예산 집행 내역을 내가 일일이 이걸 다 기재하고 하는 게 아니지 않냐”며 “직원들이 할 건데, 그걸 업무추진비로 정리를 해놓으니까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왕 특수활동비로 썼으면 문제가 안 되는 거 아닌가, 나도 사실은 어떻게 정리된지를 모르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특수활동비만 해도 수천만 원이 있는데 30몇 만 원을 절차 위반해가면서까지 고의적으로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창호 기자 ych23@newshada.org
홍봄 기자 spring@newshada.org
그래픽 오나영 zer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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