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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스하다 Feb 13. 2024

검찰 ‘스폰서 검사’ 파문인 ‘범방’과 업무추진비 밀회

"어느 검사가 사건 맡았는데 부장님이 얘기 좀 해주세요"

“부장님 범방 중에 이런 사람이 있다. 어느 검사가 (사건을) 맡고 있는데 부장님이 얘기 좀 해달라고 하면, (부장이) 내가 보기에도 얘기할 만하다 그러고 얘기를 해줬는데…”


“검사들 지갑 색깔을 다 몰랐는데, 지금은 검사들이 지갑을 열어야…”


이 대화는 뉴스하다가 만난 현재 청소년 범죄예방위원 한 지역협의회 관계자가 꺼낸 말 중 일부를 발췌한 겁니다.


뉴스하다가 지난 7월부터 검찰 예산검증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업무추진비 지출내역이 있습니다. 일명 ‘범방’이라 불리는 민간단체와 식사와 행사 등을 함께하는 것이었습니다. 


검찰은 2010년 ‘스폰서 검사’ 파문이 이는 등  민간위원들과 유착관계로 인한 문제가 불거지자 범방과 관계를 끊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도 끈끈한 사이를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당시 검찰은 범방 지원업무도 폐지한다고 약속했지만 아직도 범방이 검찰 내부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검찰과 범방의 밀회, 그 목적은 무엇인지, 그들의 관계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특히 그동안 감춰져 있던 범방 인천협의회 멤버들을 공개합니다.


범방 절연 약속 검찰, 국민 무시

검찰은 국민과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2010년 6월 대검찰청은 ‘검찰개혁방안’을 발표했다.


검찰 개혁 방안 내 ‘민간단체와 관계 재정립’ 항목에는 ‘검찰과 범죄예방협의회(당시 범방 이름)의 관계를 끊겠다’고 돼 있다. 또 ‘순수한 봉사단체로 시작된 범죄예방협의회는 그동안 많은 역할을 해왔지만 부정적인 측면이 지적되기도 했다’고 나와 있다.


여기서 검찰이 말한 부정적인 측면이란 민간에서 위촉된 범방 위원이 일부 검사와 유착관계를 맺고 세를 과시하는 사례 등이다. 


2010년에는 범방의 전신에 몸담았던 인물이 “오랜 기간 검찰과 지역 공직자들에게 명절·휴가 경비 보조, 향응·접대 등을 제공하는 ‘스폰서’ 관행이 있다”고 폭로했다.


 ‘스폰서 검사’ 파문이 커지자 검찰은 ‘앞으로 범죄예방협의회와의 관계를 끊고, 검찰이 지원하던 업무를 폐지한다’고 못박았다.  


검찰은 ‘다만, 범죄예방 기능은 살려 범죄예방협의회가 순수한 자원봉사 단체로 재건되도록 법무부에 건의하겠다’며 조직을 없애지는 않았다.


그러나 직접 찾아간 인천지검 2층에는 학교 교실 만한 범방 사무실이 보란듯이 있었다.

청소년 범죄예방위원 인천협의회 사무실. 이창호 기자.


현재 범방전국연합회 홈페이지를 통해 연결된 지역협의회는 60곳이다. 이들 중 홈페이지에 공개한 주소와 지역 검찰청 주소가 같은 곳은 56곳이다. 56개 지역협의회는 검찰 내 사무실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범방직원은 검찰 내부 사무실로 들어갈 수 있는 카드를 소유하고 있었다. 또 ‘법무부’가 찍힌 명함을 사용하고 있다. 


구내식당도 검찰 직원가격으로 이용한다고 했다. 범방 직원 명함을 보면 법무부 내부 조직으로 보인다. 이 조직에 대해 잘 모르고 명함을 받는 사람은 법무부 직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청소년 범죄예방위원 인천협의회 관계자 명함. 명함에 법무부 로고가 박혀 있다.


검찰이 범방 지원 업무를 폐지한다고 해놓고 여전히 사무실을 사용하게 해준 것. 또 구내식당 밥값도 할인해주고 출입증까지 발급해줬다.


끊지 않은 검찰과 그들의 만남

인천지검은 2017년 3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범방과 간담회, 행사 등 목적으로 24차례 만났다. 이중 11번은 만찬(저녁식사)이었고 8번이 오찬(점심식사)이다. 5번은 만찬, 오찬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


연도별 만남 횟수는 2017년 3번, 2018년 5번, 2019년 9번, 2020년 3번, 2022년 4번이다. 24차례 만나 지출한 업무추진비는 총 756만6천150원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1월에는 ‘범방 한마음대회’에 검찰이 과일, 물품 등을 챙겨 참석했고, 같은 날 만찬까지 이어지는 잔치였다. 이날 만찬에만 107만7천500을 썼고 한마음대회에 필요한 물건을 사는데, 21만4천950원을 사용해 총 129만2천450원을 지출했다.


당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마음대회 행사에는 이정회 인천지검 검사장과 조상범 인천연합회 회장을 비롯해 시의회 의장과 시교육청 부교육감, 지역주요 언론사 사장, 법사랑위원과 자원봉사자 500여명이 참여했다.

2019년 11월 21일 인천지검 대강당에서 개최된 ‘2019 범죄예방 한마음대회’에는 검사들과 지역 유력인사들이 참석했다. <인천지검 제공>


검찰이 범방을 만나서 50만 원 이상 업무추진비 쓴 것은 한마음대회를 포함해 총 3차례다. 2017년 9월 4일 ‘법사랑위원 오찬간담회’ 때 구내식당에서 53만5천500원을 사용했다.


2019년 9월 20일에는 ‘인천법사랑연합회 운영진과 만찬간담회’ 명목으로 해물전문점에서 56만 원을 지출했다. 


인천지검은 50만 원 이상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때 작성해야 하는 참석자 명단도 첨부하지 않았다. 규정 위반이다.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이 확보한 검찰의 ‘업무추진비 운영 및 지도 감독 유의 사항’을 보면, 한 건에 50만 원이 넘는 업무추진비를 쓸 때는 참석자의 소속과 성명을 적어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직자들이 회식비 등에 무분별하게 세금을 오남용하지 못 하도록 막는 최소한의 장치다.


검찰 업무추진비는 1건당 50만 원 이상 결제할 경우 주 상대방과 소속, 성명을 적은 명단을 제출해야 한다.

만남이 없는 2021년에는 인천지검 1~8월, 11~12월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이 없다. 2023년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검찰이 1~3월까지 공개했다.


김우현 검사장 시절(2018년 6월 22일~2019년 7월 30일) 검찰과 범방의 만남은 9번, 이정회 검사장 시절(2019년 7월 31일~2020년 8월 10일)은 5번, 공상훈 검사장 시절(2017년 8월 1일~2018년 6월 21일)에는 4번 등 이들 검사장 시절이 범방과 만남이 잦았다.


부천지청은 2017년 2월 16일부터 2023년 6월 15일까지 32차례 범방과 만남을 가졌다. 오찬 21번, 만찬 9번, 2번은 오찬, 만찬 여부가 나오지 않는다.


연도별로는 2017년 2번, 2018년 3번, 2019년 3번, 2020년 5번, 2021년 9번, 2022년 8번, 2023년 2번이다. 총 지출한 업무추진비는 629만8천 원.


부천지청은 범방과 만남에서 50만 원 이상 업무추진비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장소가 대부분 고급식당이다. 식사비용은 대부분 수십만 원이다.


인천지검과 범방의 만남은 공적 성격인 검찰시민위원회(8회), 법무행정협의회(10회)보다 많다. 부천지청이 스스로 공개한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에는 검찰시민위원회와 3회 만남이 전부였다.


범죄예방위원 그들은 누구인가?

범죄예방위원이 누구인데, 검찰과 자주 만남을 갖고 검찰이 사무실 제공 등 특별한 혜택을 주는지 그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뉴스하다는 검찰과 범방과의 밀회를 인식한 직후 법무부, 인천지검과 부천지청에 범방위원 명단 공개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취재 끝에 범방 인천협의회 2015년, 2023년 명단을 확보했다. 개인정보가 될 만한 것을 빼고 독자와 시민들에게 공개한다.           

                                                                                   


회원 대부분 지역 기업인과 토착세력들이다. 인천에는 9개 지구와 이들이 연합을 이뤄 인천협의회를 수뇌부로 두고 있다. 회비는 매달 3만 원이다. 범방 직원은 임원이면 한 달 약 100만 원씩 낸다고 밝혔다.


범방 인천협의회 임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회장, 사장 등 경영진, 의료재단 이사장과 병원장, 지방의원, 공무원, 교사, 신부, 임대업자 등 이른바 잘 나간다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범방 인천협의회 회원은 현재 약 350명이다.


그들이 계속 만나는 이유?

뉴스하다가 만난 범방 직원은 여전히 범방과 검사장, 차장검사, 부장검사 등이 만남을 갖고 있다고 했다.


예전에는 범방이 식사비를 모두 냈지만 최근에는 각자 계산한다고 했다. 검찰과 범방이 만난 자리에서 검찰이 쓴 업무추진비가 전체 식사비의 일부라는 뜻이다.


“6~7년 전 그때만 하더라도 우리가 검사장님 하고 식사 한 번하자 검사장이 그래도 내가 여기 왔는데 임원들이랑 식사 한 번해야 되는 거 아니냐? 식사하면 우리가 모든 걸 부담했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야, 검사장이 3만 원선에서 10명이 참석하면 30만 원 자기가 내고.”


“옛날에는 검사들 지갑 색깔을 다 몰랐는데 지금은 검사들이 지갑을 자꾸 열어야 되니까.”

특히 이 직원은 예전에는 사건 청탁이 먹혔지만 지금은 잘 먹히지 않는다고 밝혔다. 여전히 사건 청탁이 이뤄지고 예전에는 그 청탁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


“청탁이 됐었다. 솔직히 우리 이런 사건 있는데 이 사건에 대해 신경 좀 써주십시오. 요즘은 못 한다. 옛날에는 부장님 우리 범방 중에 이런 사람이 있다. 어느 검사가 맡고 있는데 부장님이 얘기 좀 해달라고 하면 내가 보기에도 얘기할 만하다 그러고 얘기를 해줬는데, 이제 그 자체를 못한다.”


범방이 검사들 식사비를 내주고 검사들은 범죄예방위원 청탁을 들어주는 관계가 수년 전까지 있었다는 것.


반대로 검찰이 세금으로 생색을 낸 정황도 그려졌다. 검사장이 범방 임원들에게 돈을 건네고, 그 돈을 함께 불우이웃 돕기에 썼다는 발언이다.


“예전에도 그렇게 검사장이 임원들한테 돈을 주고 그러면, 이제 분기마다 추석이나 구정 때 이럴 때 불우시설 방문 것은 거 있잖아요. 검찰에서 돈 나오고 그돈 내고 같이 가서 일을 하고 그런 거죠.” 


범방 직원은 부·차장검사가 임원 선임에도 관여한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 범방 관리 조직이 있다고도 했다.


“동구지구 회장이 나갔는데, 결국 1년 간 아무도 할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하루는 보고를 갔는데 부장이 지금 동구 회장이 누구예요 아직도 없어요라고 그러더라. 임기가 다 돼서 저기 했는데 없어요. 부장이 차장검사한테 보고했는데 그사람을 다시 시키라고 해서 1년간 공석으로 있었다. 그사람을 그냥 다시 하라 그래서 그 사람이 다시 하고 있다.”


“형사2부 관리였는데 여성아동부로 옮겼다. 성격은 맞는 편인데 부장들 서열이 있잖아요 서열에서 밀리핀 편이라 입김이 약하다. 대검은 아직 형사부 형사2과가 한다.”


인천지검 구내식당 2층은 검찰과 손님을 위한 특식이 마련된다고 범방 직원은 설명했다.

특별식을 마련해준다는 인천지검 구내식당 2층. 이창호 기자.


“2층은 특별식만 한다. 메뉴가 정해지면 1층 식당에서 만들어서 올려서 거기서만 식사하게끔 장어 한 마리씩 돌려주고 게도 쪄서 한 마리씩 주고.”


“식당이 2층에 있잖아요. 얼마 전 인하대 법대교수들 법대 대학원 학생들 2층에서 따로 식사 한 번했다.”


한편 범방은 청소년 학교(정서적)폭력과 성폭력 예방교육을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뉴스하다는 인천지검에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특히 범방 인천 또는 부천협의회에 지원하는 사업과 예산 규모, 범방과 인연을 이어가는 이유, 사무실 지원업무 등과 관련해 인천지검에 정보공개 청구했으나 ‘정보 부존재’를 이유로 모두 비공개했다.


이창호 기자 ych23@newshada.org

홍봄 기자 spring@newshada.org

그래픽 오나영 데이터기자 zero@newstapa.org  


<기사보기>

검찰 '스폰서 검사' 파문인 '범방'과 업추비 밀회

https://newshada.org/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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