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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스펭귄 Jun 12. 2020

민트초코 생각나게 하는 새의 짝짓기 비결


날개를 편 푸른발얼가니새 (사진 Galapagos Conservation Trust 페이스북 캡처)/뉴스펭귄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제도에는 파란 장화를 신고 이성을 유혹하는 새가 산다.


푸른발얼가니새(학명 Sula nebouxii)는 시선을 강타하는 파란 발을 가졌다. 파란색은 자연계에 드문 색이라 파란 장화를 신은 것 같은 모습이 눈에 띈다. 몸은 진한 고동색이라 민트초코 색 조합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멋진 파란 발은 사냥과 헤엄치는 데도 쓰지만 암컷에게 어필하는 매력 포인트가 된다. 수컷은 짝짓기 상대를 유혹할 때 먼저 파란 발을 내보인다. 거들먹거리며 암컷에게 다가가 슬쩍 선물을 내밀기도 한다.


수컷 파란발얼가니새는 구애가 잘 통하지 않으면 발을 들었다 놨다 하며 파란 발을 부각하기도 한다. 그래도 암컷이 넘어오지 않으면 날개를 활짝 펴고 머리를 하늘로 치켜들며 춤을 춘다.

구애의 춤 (사진 flickr)/뉴스펭귄

파란 발은 짝을 유혹하는 데 유용하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갈라파고스 보전기금(Galapagos Conservation Trust)에 따르면 짙은 파란 발을 가진 개체일수록 더 많은 횟수의 짝짓기에 성공했다.


암컷이 멋진 외모에만 끌린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나이가 들어 먹이를 잘 먹지 못하거나 면역력이 낮아진 상태면 파란 발 색깔이 옅게 변한다. 그러므로 암컷 푸른발얼가니새는 건강한 후손을 위해 짙은 파란색 발을 가진 수컷을 고른다.


신기한 점은 이 새 항문도 파란색이라는 점이다.

푸른발얼가니새는 항문도 파랗다 (사진 flickr)/뉴스펭귄

파란 발이나 파란 항문을 가지는 이유는 섭취한 먹이에 함유된 카로테노이드라는 파란 색소를 특정 부위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유혹하기 위해 색소를 모아 발에 집중시킨다니, 멋쟁이들 특징인 ‘얼죽파(얼어 죽어도 파란발)’가 분명하다.


이 새는 특이한 걸음걸이를 가졌다. 파란 발을 옆쪽으로 들었다 다시 가운데로 모으면서 걷는데, 마치 뒤뚱거리는 스모선수 같은 모습이다. 옆으로 기우뚱한 사진이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기우뚱 걷는 모습 (사진 Galapagos Conservation Trust 페이스북)/뉴스펭귄

푸른발얼가니새 수컷은 인간으로 치면 일부일처제에 충실한 남편은 아니다. 여러 짝을 두며 기회만 나면 다른 암컷에게 구애한다.


한편 붉은발얼가니새는 붉은 발을 가졌다. 갈색얼가니새는 노란 발을 가져 세 종을 모아놓으면 얼가니새 신호등도 만들 수 있다.

얼가니새 신호등. 왼쪽부터 순서대로 붉은발얼가니새, 갈색얼가니새, 푸른발얼가니새 (사진 flickr)/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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