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제도에는 파란 장화를 신고 이성을 유혹하는 새가 산다.
푸른발얼가니새(학명 Sula nebouxii)는 시선을 강타하는 파란 발을 가졌다. 파란색은 자연계에 드문 색이라 파란 장화를 신은 것 같은 모습이 눈에 띈다. 몸은 진한 고동색이라 민트초코 색 조합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멋진 파란 발은 사냥과 헤엄치는 데도 쓰지만 암컷에게 어필하는 매력 포인트가 된다. 수컷은 짝짓기 상대를 유혹할 때 먼저 파란 발을 내보인다. 거들먹거리며 암컷에게 다가가 슬쩍 선물을 내밀기도 한다.
수컷 파란발얼가니새는 구애가 잘 통하지 않으면 발을 들었다 놨다 하며 파란 발을 부각하기도 한다. 그래도 암컷이 넘어오지 않으면 날개를 활짝 펴고 머리를 하늘로 치켜들며 춤을 춘다.
파란 발은 짝을 유혹하는 데 유용하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갈라파고스 보전기금(Galapagos Conservation Trust)에 따르면 짙은 파란 발을 가진 개체일수록 더 많은 횟수의 짝짓기에 성공했다.
암컷이 멋진 외모에만 끌린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나이가 들어 먹이를 잘 먹지 못하거나 면역력이 낮아진 상태면 파란 발 색깔이 옅게 변한다. 그러므로 암컷 푸른발얼가니새는 건강한 후손을 위해 짙은 파란색 발을 가진 수컷을 고른다.
신기한 점은 이 새 항문도 파란색이라는 점이다.
파란 발이나 파란 항문을 가지는 이유는 섭취한 먹이에 함유된 카로테노이드라는 파란 색소를 특정 부위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유혹하기 위해 색소를 모아 발에 집중시킨다니, 멋쟁이들 특징인 ‘얼죽파(얼어 죽어도 파란발)’가 분명하다.
이 새는 특이한 걸음걸이를 가졌다. 파란 발을 옆쪽으로 들었다 다시 가운데로 모으면서 걷는데, 마치 뒤뚱거리는 스모선수 같은 모습이다. 옆으로 기우뚱한 사진이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푸른발얼가니새 수컷은 인간으로 치면 일부일처제에 충실한 남편은 아니다. 여러 짝을 두며 기회만 나면 다른 암컷에게 구애한다.
한편 붉은발얼가니새는 붉은 발을 가졌다. 갈색얼가니새는 노란 발을 가져 세 종을 모아놓으면 얼가니새 신호등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