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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별 Aug 16. 2016

그냥 쓴다.

주저리 주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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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브런치를 처음 가입했을 때 글을 굉장히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전문적으로 보이고 싶기도 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어서 글을 쓰고 지우고를 반복했다. 돌이켜보면 결국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잘 안쓰는 단어를 섞어가면서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사람으로 보이게 썼던 거 같다. 나는 항상 긍정적이지 못한 사람인데 말이다. 그럴수록 무언가 적어 내려가는 것이 힘들었고 나 스스로 어색했다. 이제는 내 글을 보는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를 위해서 글을 쓰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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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미국을 한달정도 여행하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철인3종경기 준비를 위해 마라톤 22km를 완주했고, 수영도 꾸준히 다니고 있다. 그 사이에 유럽을 다녀왔고, 유럽에서 좋은 인연들과 친구들을 만났다. 하프마라톤 코스를 완주하며 느낀 게 있다면, 결과는 절대 중요한 게 아니구나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나름 열심히 뛰었지만 1등을 한 사람과 30분 넘게 차이가 났다. 내가 1등을 하지 못 했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않았다. 처음 22km에 완주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뻤고, 다음에는 42.195km를 완주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결과와 순위에만 집중했다면 나는 터무니없는 실력을 가진 사람이겠지만, 결과와 순위가 세상 모든 것을 대변할 수 없다. 다른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는 순간 굉장히 작아지고 초라해진다. 이미 안보일 정도로 멀리 뛰어간 사람이 있는데 나는 고작 이 정도 밖에 못 오다니 하면서 말이다. 그런 조급한 마음에 속도를 더 올려서 무리를 해봐야 절대 완주할 수 없다. 그저 나만의 속도와 리듬으로 꾸준히 할 수 있는 만큼 나아가다 보면 조금 늦더라도 완주할 수 있다. 절대 다른 사람의 발걸음에 나를 맞출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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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요즘 내 마음은 오락가락 상태다. 희망과 불안이 동시에 찾아오는 핫플레이스인데, 내 마음이 왜 이렇게 핫플레이스가 되었는지 알아보는 중이다. 최근에 본 '메멘토'라는 영화 중에 기억은 사실의 기록이 아니라 해석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나의 기억으로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연봉을 받으며 많은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했으나, 지금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다른 사람으로 채우고, 내 존재가 그렇게 대단했던 건 아니었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나의 경험들이 다시 많은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 거 같은 희망이 느껴지기도 한다. 둘 다 맞는 말인 거 같아서 뭐가 정답이라고 할 수 없겠지만 사실이라고 믿는 것들도 사실이 아닐 때가 참 많은 거처럼, 이왕이면 희망적인 부분에 더 포커스를 맞추고 싶다. 말하고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불안은 당일치기, 희망은 장기투숙을 시켜야 하지 않을까. 내 마음 안에서 곧 떠날 불안이 있기에 희망의 존재가 더 빛나는 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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