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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별 Aug 26. 2016

나는 너를 알고 있을까?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전부가 아니라면.

이탈리아 피렌체


로마의 길거리
로마의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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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무언가를 안다는 말보다는 모른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쓴다. 처음 보는 것들은 내가 몰랐던 것들이고,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들이니까. 살면서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전부 사실이 아니라 거짓이라면?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 혹은 가족들에게서 처음 보는 모습을 본다면 참으로 당황스럽기도 혹은 새롭기도 하다. 사실은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모습인데 말이다. 문득 가까운 친구를 떠올리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8년 가까이 알고 지내서 술버릇이 어떤지, 자주 쓰는 말투나 좋아하는 것, 영화를 보는 취향이나, 좋아하는 이성의 성향을 알고 있지만 과연, 지금도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유효한 것일까 하는.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은, 다시 말해서 내가 알고 있는 정보들은 모두 과거에 알게 된 것들이다. 8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 친구는 내가 알고 있는 성향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소소하게 많은 것들이 변해있었고, 문득 들었던 생각을 기준으로 다시금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예전에 나는 대부분 잘 안다고 생각했다. 나의 일에 대해서도, 주변에 친구에 대해서도, 혹은 내가 좋아하는 축구에 관해서나 사람에 대해서. 하지만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인지할수록 신기하게도 더 멀게만 느껴졌다. 단순히 안다는 단계를 넘어 이해하는 단계로 넘어가니 그 깊이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알고 있는 어쭙잖은 것들로 사물을 바라보고, 사람들을 판단하는 마치 세상을 60년은 살아 본 할아버지처럼 이야기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연애라는 건 말이야, 인생이란 말이야' 같이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정답인 거처럼 이야기했던 시간들이 참 야속했다. 



돌이켜보니, 나는 알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렇기에 세상을 바라보는,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궁금하고 관심이 간다. 카페에 들어가서도 조명이 신기하게 보이고, 얼음을 담아주는 커피잔은 왜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걸까 궁금하다. 자주 보는 친구는 어떤 점이 잘 맞아서 주말마다 만나는지, 예전에 알고 있던 엄마의 관심사가 요즘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말이다. 아주 어렸을 때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해 보이던 그 시선으로 조금이나마 돌아가는 중인 요즘이 참 좋다. 



더위에 지쳐 삶의 의욕이 많이 떨어지는 여름을 지내고 있는 지금, 더위를 잘 보낼 수 있는 방법들을 더 궁금해하고 관심을 가졌더라면, 무작정 참다가 하루에 샤워를 7~8번 하는 방법보다 더 쉽고 간편한 방법으로 여름을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의 나도 그렇고 미래의 나도 많은 걸 알아가겠지만, 알아간다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안다고 아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세상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을 가지고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더 맑게 바라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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