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별 Mar 05. 2019

의도와 결과.

일상의 기록#42

#

살면서 딱 한 가지 원하는 능력을 고를 수 있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고르고 싶은 것이 있다. TV 광고에 등장하기도 했던 'Bibbidi Bobbidi Boo'라는 주문을 외우고 싶다. 생각과 소망이 실현된다는 뜻인데, 내가 생각하고 의도한 대로 세상이 움직이면 얼마나 좋을까 가끔 상상 속에 빠지곤 한다. 그만큼 인생은 내가 계획하고 원하는 대로 쉽게 흘러가지 않고, 오히려 세상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기 십상이다. 실제로 대부분 내가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전개가 펼쳐지는 경우가 참 많다. 그렇다면 왜 내가 생각했던 결과와 실제로 겪게 되는 결과가 다른 걸까?


5년 전에 고아원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던 적이 있었다. 피자와 치킨을 잔뜩 사들고 아이들과 재미난 시간을 보내곤 같이 갔던 친구들과 굉장히 뿌듯한 감정을 느끼고 돌아왔다. 그 당시에 느꼈던 좋은 감정들을 내 주변 사람들도 느꼈으면 좋겠어서 페이스북에 아이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던 사진을 올렸다. 내가 올린 게시글을 보고 다른 사람들도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거나 더 많은 후원을 받기를 바라는 의도로 했던 행동이었다. 그러나 다음 날 같이 갔던 친구가 화를 내면서 당장 사진을 지우라고 연락을 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황당하기도 했지만 기분이 나빴던 것도 사실이다. 좋은 취지로 하는 행동에 대해서 내가 오히려 욕을 들어야 하는 상황을 납득하기 어려웠고, 무엇보다 그렇게 화를 내야 하는 정도로 잘못된 행동인가 싶었기에 친구에게 많이 속상하고 서운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왜 그렇게 화를 내면서 이야기했는지 물어보니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친구는 내가 올렸던 글이 좋은 취지이고 의도는 좋았으나, 상대방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고 한다. 내가 올린 글을 나중에 커서 그 아이들이 보았을 때 아주 조금이라도 상처를 받을 수 있다면 글은 지우는 게 맞다고 말이다.


그 말을 듣고 아차 싶었다. 내가 좋은 취지라고 생각하며 올렸던 그 사진들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 이미 방송을 통해서 소개도 되었고, 블로그에 올라왔던 글들도 있어서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조금이라도 그 친구들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적어도 사전에 미리 동의를 구하거나 얼굴이 노출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어야 했다. 내가 좋다고 생각되는 의도는 항상 좋은 의도로 보이거나 이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 일이 있고서야 알 수 있었다.


살다 보면 의도했던 것보다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하고,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얻기도 한다. 의도는 어쩌면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의도를 받아들이는 상대방은 나의 생각이 아닌 행동으로서 판단하고 이해하기 때문에 구구절절 설명해도 이해시키기 쉽지 않다. 나를 포함한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기 때문에 행동하는 것에 있어서 항상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상대방의 대한 배려지만, 내가 배려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또한 상대방에게는 배려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선택하고 행동하고 더 나아가야 한다. 그러니 혼자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에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질문을 해야 비로소 내가 의도했던 것과 결과가 비슷하게 나올 수 있다.  앞으로 죽음을 앞두는 그 순간까지 선택과 선택 속에서 살아갈 날들을 앞두고 있다. 당신이 내린 선택의 의도와 생각이 온전히 표현되는 그 날이 오기를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포기하고 싶을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