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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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매일 눈을 뜨자마자 포기를 외치면서 시작한다. 새벽 수영을 다니기로 결정하고, 아침마다 6시 30분에 일어나려니 죽을 맛이다. 안 하던 짓을 하려니 몸과 마음에서 제발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가자고 유혹하지만, 새벽에 일어나 거의 반쯤 눈을 감은 채로 나갈 준비를 하면서 지내고 있다. 참으로 다행인 건 누나랑 같이 다니기로 했다는 점에서 알람을 끄고 더 잠을 자려고 해도 빈번히 실패하고 있다는 점. 신기하게도 처음에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웠지만, 요즘은 그냥 견딜만하다고 느껴지고 있다.
돌이켜보면 어려서부터 꽤 자주 포기하고 도망가곤 했다. 진로에 있어서도 그렇고, 관계에서도 항상 포기하기 바빴다. 중학교 때부터 했었던 b-boy를 그만두고 진로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대학을 포기하고 군대를 가게 되었고, 친했던 친구와 싸우기라도 한다면 그 관계를 더 이어가지 못하고 연락을 하지 않거나 연락이 오더라도 굳이 만나지 않아서 자연스레 거리를 둬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물론 포기라고 언급하기보다는 다른 선택을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건 스스로 합리화하는 것 밖에는 안 되는 것 같아서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다 우연하게 포기하고 싶을 때 조금 더 나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알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 삶을 대하는 태도의 방향성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군대를 제대하고 운이 좋게도 빠르게 취업을 할 수 있었는데, 그 직장에서 나를 무척이나 괴롭히는 상사가 있었다. 모든 일들을 나에게 미루고, 성과는 혼자 독차지하는 그런 상황이 이어지자 스트레스가 심해지다가 심한 정도를 넘어서면 두통이 올 수도 있다는 걸 그 당시에 처음 느낄 수 있었다.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머리가 아파서 업무에 지장이 조금씩 가고 있을 즈음에 너무 답답한 마음에 밖으로 나와 조깅을 했다.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던 중에 고비가 찾아왔다. 숨이 차오르고 다리와 허리가 무겁게 느껴지자 자연스레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찾아왔다. 그러나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더 이상 못 뛸 것 같다고 생각이 드는 그 순간에도 다리는 움직이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차라리 그만하고 싶다고 생각이 들 때 내 호흡이나 다리 움직임에 집중을 하려고 했다. 그러자 평소 같으면 힘들어서 뛰는것을 포기하고 걸었을 테지만, 평소보다 꽤 멀리 나아갈 수 있었다. 정말 힘들고 그만해야 된다고 느껴지는 그 순간에도 실제로는 더 해낼 수 있다고 그때 처음 알 수 있었던 거 같다.
그렇게 한참을 땀 흘려서 뛰고 나니, 머리가 한결 가벼워졌다. 내가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것들이 정말 힘든 것일까?라고 스스로 질문할 수 있게 되었고, 조깅을 하면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내렸던 거 같다. 그 이후에는 비슷한 스트레스가 찾아오면 조금 더 수월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평소에 참고 삼킬 수 있으면 약이고, 그렇지 못하면 독이라고 생각하곤 했지만, 무작정 참고 버티는 게 능사는 아니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내 마음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는지 중요했다.
결론은 간단하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빠르게 찾아오지만 실제로 내 생각만큼 어려운 문제도 아닐뿐더러,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분명 가지고 있다. 그러니 정말 그만두고 싶을 때 '조금만 더'라고 한 번만 더 생각하면 어떨까.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다. 무엇이든 더 잘 해낼 수 있다고. 살면서 더 많이 다치고 상처 받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오롯이 나를 위해서.
'멈추지 않는 이상, 얼마나 천천히 가는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