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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 새벽별 Aug 31. 2024

영국에서의 격리는 무엇이 달랐나

감시학자가 감시를 당하면 2

#7. 어쩌다 digital surveillance 7: 영국에서의 격리는 무엇이 달랐나


의도치 않게 코로나 기간 한국에서와 영국에서 모두 격리를 경험했다. 코로나에 감염되어서는 아니었고 해외입국자에게 부과되는 의무였다. 코로나 시기 여러 정책이 셀 수 없이 바뀌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영국의 해외입국자 격리 정책도 여러 번 바뀌었다. 2020년 5월부터 해외 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의무조치가 시행되었고 보건 담당자가 현장 점검을 하여 자가격리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벌금(최대 1000파운드)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처럼 GPS 기반의 어플리케이션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감시 방식은 사용하지 않았고 일부 예외 대상(수송업자, 의료인 등)도 있었기에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20년 7월에는 59개 나라에서 입국하는 여행자들에게 자가격리를 면제할 것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한국도 그중 한 나라였다. 다만 잉글랜드에만 적용되는 완화 조치였다.


2021년 1월부터는 자가격리 면제조치가 사라지고 영국에 입국하는 이들에게 10일간의 자가격리 의무가 주어졌다. 이 기간 동안에는 영국으로 출발하기 72시간 이내 코로나19 검사 후 음성 확인서를 받아야 했고 영국에서 자가격리 중에도 우편으로 키트를 받아 코로나 검사를 해야 했다. 2021년 10월부터는 백신을 접종한 경우 자가격리 의무가 해제되었다. 하지만 입국 후 이틀 내로 코로나 검사 키트를 주문해 검사 결과를 제출해야 했다. 2022년 2월부터는 백신을 접종한 경우 입국 전 코로나 검사를 면제하고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더라도 자가격리 의무를 해제하기로 했다. 다만 입국 전 검사와 입국 후 이틀 내로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하는 규정은 없애지 않았다. 나는 입국 전 코로나 검사 후 음성 결과서를 소지해야 하고, 해외 입국자에게 10일의 자가격리 및 우편으로 키트를 받아 검사 후 제출 의무가 있는 시기에 격리를 했다. 


영국에서의 격리가 한국에서의 격리와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생필품 구매'와 '비상약 구매' 관련 사항이었다. 격리 기간 동안 격리 장소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는 것이 대 원칙이지만, 영국의 경우 생필품이나 기본 식료품, 비상약을 구매하기 위한 외출은 허용되었다. 이 부분이 우리나라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이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생필품이나 식료품 구입을 위한 외출을 허용하지 않는 대신 초기부터 일정기간까지 해외 입국 격리자에게 햇반을 비롯한 식료품과 생필품을 지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나와 남편이 자가격리를 할 당시 관할 지역으로부터 더 이상 식료품이 제공되지는 않는다는 말과 함께 소독약과 쓰레기봉투만을 지급받았었다. 당시 재정 부족으로 더 이상 지원물품이 지급되지 않는 지역이 있는 듯했고 물품의 종류도 지역별로 다른 듯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배달앱이 잘 되어 있고 추후 약 배달이 가능한 어플도 있었던 것으로 알지만 전면 외출 금지와 비상시 (생필품이나 식료품, 비상약이 필요할 때) 외출이 가능하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큰 차이가 있었음에 분명하다. 


해외 입국자는 출국 전 코로나 검사를 하고 음성 확인서가 있는 경우에만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기 때문에 1차적으로 점검이 된 상태이기도 하다. 자가격리 시작 전이나 격리 기간 동안에도 추가 검사를 요구받기 때문에 두세 번의 검사를 통해 음성을 확인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양성이 나오면 비행기를 타지 못하거나 확진자로서의 자가격리로 전환이 될 테지만 말이다) 여러 번의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해외 입국자의 경우 방역에 협조하는 입장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2주 혹은 열흘 간 본인의 이동할 권리를 반납하고 방역에 협조하는 대상자 이기 때문에 위급한 상황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권리 혹은 위급한 상황에 빠지지 않을 권리 정도는 주어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2022년 2월 실렸던 기사(https://www.nocutnews.co.kr/news/5714899)이다. 당시 격리가 완화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격리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위중한 상태임에도 치료를 받기 위해 격리 담당 공무원과 몇 시간 동안 대치를 했어야 했다는 내용이다. 코로나 시기에 아기가 갑작스레 아픈데도 불구하고 온 가족이 격리 중이어서 약을 구하러 나갈 수 없고 발만 동동 굴렀다는 기사를 본 기억도 난다 (다시 찾아보려 했으나 못 찾았다..)


영국의 방식이 우리나라의 방식보다 무조건 좋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방식에도 많은 문제점들이 동반되었을 것이다. 생필품, 식료품, 의약품을 사기 위해 외출하는 격리자를 통한 감염을 걱정한 이들도 있을 것이고 최소한의 목적으로만 외출이 허용된 것인데 이것을 악용하여 무분별한 외출을 하는 격리자들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지 의문도 제기되었을 것이다. 다만, 코로나 판데믹 초기 기간을 지나 최소 6개월, 1년여의 시간이 지났을 때는 전문가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의 특성, 주된 감염 경로, 방역정책의 효과 등에 대해 유의미한 지식을 쌓아가던 시기이다. 여러 차례 코로나 검사를 거쳐 음성을 받고 격리 중인 해외입국자와 마트나 약국에서, 서로 마스크를 하고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짧은 시간 스치는 것의 위험성을 어느 정도로 평가하는 것이 적절할까? 


일정 정도의 통제는 필요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와 영국, 두 나라에서 격리를 하면서 개인을 향한 신뢰, 책임의식, 최소한의 권리와 같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아마도 내가 감시에 대해 공부하고 있지 않았다면 깊게 생각하지 않았을 부분들일수도 있다. 감시와 통제가 어떤 상황에서 강력해지는지, 그러한 감시와 통제의 효과는 어떠한지, 부작용은 어떤 부분들이 있는지 고민하는 것이 일상이다 보니 두 나라에서 해외 입국자로서 경험한 격리가 많은 여운을 남겼다. 개인적으로 격리 기간 동안 한국에서는 "답답하다"를, 영국에서는 "권리와 책임성"을 많이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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