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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 새벽별 Aug 11. 2024

전자팔찌는 계속된다

코로나 안심밴드는 전자팔찌 정책의 서막이었다.

#5. 어쩌다 digital surveillance 5: 전자팔찌는 계속된다


2020년 4월 27일 도입된 전자팔찌, 일명 안심밴드는 코로나 감염병 상황에서 자가격리 이탈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었다. 전자팔찌 도입에 대해 인권 침해, 법적 근거 미비 등의 비판도 있었지만 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는 '감시의 일상화', 즉 '감시에 무뎌지는 우리들'이다.


코로나 초기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역시 감염병 상황으로 인해 초래되는 감시와 추적 기술 사용의 일상화 및 감시기술이 근접감시(over the skin)에서 밀착감시(under the skin)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였다. 또한 감시와 추적 같은 국가의 대응이 임시적 조치로 보일 수 있지만 이러한 임시적 조치의 대부분이 위기상황이 종료되어도 지속되는 것을 경고했다. 그는 1948년 이스라엘 독립전쟁을 예로 들며 그 당시 비상시국이 선포되고 언론을 검열하고 토지를 몰수하는 등의 특별 규제를 임시로 도입했지만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이러한 규제가 오랜 기간 유지된 것을 언급했다. 코로나 감시와 추적에 대한 유발 하라리의 우려는 기우가 아니었다. 거의 우려가 우리나라에서 모두 실현되었기 때문에다.


유발 하라리가 2020년 3월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를 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4월,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에 전자팔찌가 도입되었다. 자가격리 감시 강화를 위해 우리나라에 먼저 도입되었던 것이 자가격리 어플리케이션이다. 자가격리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한 후 격리 기간 동안 사용할 때 휴대전화 전원은 물론 와이파이나 데이터, 그리고 GPS 기능을 자가격리 기간 내내 켜두어야 한다. 휴대전화를 실내에 두고 자가격리 장소를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자가격리자의 휴대전화가 2시간 이상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 경고창이 뜨고 알람음이 나는 기능을 추가하기도 했다. 자가격리자 중에서는 PCR 테스트에서 음성을 받은,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다. 당시 해외에서 한국으로 입국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2주간의 자가격리가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염되지 않은, 건강한 상태의 사람에게 GPS 데이터를 기반으로 2주간 실시간 감시가 이루어지는 상황은 수위 높은 감시 상황임에 분명하다. 유발 하라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휴대전화 및 GPS 데이터를 이용한 감시는 근접감시에 가깝다. 최소한 내 의지로 나의 신체에서 떨어뜨려 놓을 수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자팔찌는 다르다. 근접감시가 아닌 피부에 닿는 밀착감시이며 전자팔찌를 찬 순간부터 착용 기간이 끝날 때까지 나의 신체에서 떨어뜨릴 수 없다. 결국 유발 하라리의 밀착감시에 대한 우려가 실현된 것이었다.


유발 하라리의 또 한 가지 경고는 위기 상황의 임시조치 대부분이 위기 상황 종료 후에도 지속된다는 것이었다. 위기 상황이 종료되고도 임시 조치가 지속된다는 것은 그 임시 조치가 정상적인 상황에서 다른 목적으로 쓰인다는 것을 시사한다. 넓은 의미에서 임시 조치가 도입 목적과 다르게 지속 혹은 확장된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코로나 기간, 전자팔찌는 또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었고 코로나 판데믹 종료 선언 이후인 지금도 전자팔지가 사용되고 있다. 2020년 여름, 피서철이 시작되자 여러 지자체에서 해수욕장에서의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전자팔찌 착용을 의무화했다. 예를 들어 경북도의 경우 도내 모든 해수욕장에서 전자팔찌를 착용하지 않으면 해수욕장 내 편의시설 (파라솔, 샤워장, 화장실 등) 사용을 제한하거나 격리조치를 받게 될 수 있음을 발표하였다. 밀착 감시가 쉽게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고 사회 안에 확산이 되었지만 진지한 토론의 장 한 번 가져보지 못한 채 모든 시간이 지나갔다. 이렇게 우리 사회에 한 번 허용된 감시 기술은 감시의 강도가 강해지거나 감시가 더 넓은 범위에서 활용되는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속된 말로 '빠꾸'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도입을 논의하며 면밀한 검토와 사회적 논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2020년 8월에는 또 다른 전자팔찌 제도, '전자장치부착 조건부 보석 제도'가 발표되었다. 전자팔찌를 부착하면 구속된 피의자를 풀어주는 제도이다. 실시간 위치 파악이 가능하도록 전자팔찌를 채워 도주를 방지하되 피고인이 불구속 재판을 받도록 허용해 주는 것이다. 당시 법무부는 4대 사범 (성폭력, 살인, 강도, 미성년자유괴)에게 부착시키는 전자팔찌를 전자보석 대상자에게 부착하는 것은 인권침해의 여지가 높다며 대신 스마트워치 방식의 손목시계형 장치를 부착할 것을 밝혔다. 결국, 위기 상황을 이유로 도입이 정당화되었던 전자팔찌가 다른 목적으로도 사용이 되고 위기 상황 종료 이후에도 우리 사회에 남게 된 것이다. 신체에서 떼어 낼 수 없는 24시간 감시 장치가 우리 사회에 도입되었지만 이 제도가 많은 국민들의 이목을 끌지는 못한 것 같다. 자가격리를 어긴 경험이 없는 이상, 코로나 기간 해수욕장에 방문하지 않는 이상, 전자보석을 신청한 경험이 없는 이상은 전자팔찌 제도의 존재를 아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허용된 전자팔찌의 다음 용도는 무엇일까?

이렇게 조용히 감시 장치의 저변이 계속 넓어져 가는 것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배경사진 출처: '전자팔찌' 차면 보석 가능해진다. MBN 뉴스. 2020.08.03. https://www.youtube.com/watch?v=RBgi4xhZv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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