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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 새벽별 Jul 27. 2024

4. 진짜 전자팔찌를 채운다고?

위반율 0.0037%. 하지만 감시는 더 강력해졌다.

#4. 어쩌다 digital surveillance 4: 진짜 전자팔찌를 채운다고?


우리나라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알려진 때는 2020년 1월 20일. 대구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확진자가 늘어 2월 말까지 약 6천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보도되었다. 그 이후로 긴 시간 확진자, 자가격리자, 사망자 통계가 뉴스를 잠식했다. 당시 나는 영국 브리스톨에 있었다. 초기 확진자 숫자는 한국에서 가파르게 치솟았었고 영국에는 영향이 미미할 때였다. 버스를 타고 학교에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에 확진자가 몇천 명까지 늘어가는 한국 기사를 보며 걱정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 뒤 영국 일일 확진자 숫자가 엄청나게 빠르게 늘면서 한국에서 괜찮냐는 연락을 많이 받았지만 말이다. 


2022년 3월, 우리나라에서 하루 60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여 일일 확진자수 세계 1위에 등극되기도 했던 것을 생각해 본다면 6천 명이라는 숫자가 초라하게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당시 몇 천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상황은 많은 이들을 엄청난 공포로 밀어 넣었다. 이에 우리나라는 코로나 초기 3T (Test, Trace, Treatment)를 내세운 방역 전략을 택했고 외신의 주목을 받기도 했었다. 우리나라의 방역 대응은 빠른 추적과 철저한 감시를 동반한 격리로 방향이 잡힌 듯 보였다. 그리고 그러한 추적과 격리를 위해서 다양한 감시 기술이 도입되기도 했다. 


2020년 4월로 시계를 돌려보자. 당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는 기존에 사용하던 자가격리 어플리케이션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전자팔찌를 도입할 것을 발표했다. 자가격리 어플리케이션의 경우 2020년 3월 7일부터 자가격리자의 건강 체크와 위치 확인을 위해 사용되고 있었다. 여기에 2시간 동안 휴대전화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 경우 경고음이 울리고 담당 공무원에게 알림이 가도록 하는 기능을 추가한 것이었다. 이러한 감시 강화는 코로나 초기 질병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을 때 격리 이탈자 및 감염에 대한 국민의 공포심을 달래기 위해 혹은 보수적으로 질병에 대응하기 위한 대처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국과 한국에서 모두 자가격리를 경험한 후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감시가 매우 과도하다고 느껴졌다. 추후 격리를 통해 경험한 감시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백번을 양보하여 자가격리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고 감시 기능을 강화한 것까지를 질병에 대한 보수적 대응으로 이해한다 하더라도 전자팔찌의 도입까지를 그 범주 안에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정부와 방역당국에서 전자팔찌 도입에 대해 처음 발표했을 당시에는 위치추적을 위해 모든 자가격리자에게 전자팔찌를 채우겠다고 이야기했었다. 이에 4월 8일, 전자팔찌 도입은 지나친 인권침해라는 전문가 및 시민사회단체 143명의 긴급 성명이 발표되었다. 그다음 날인 9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최영애 위원장이 전자팔찌가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특별히, 전자팔찌처럼 신체에 직접 부착하여 위치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은 개인의 기본권 제한, 공익과의 균형성, 피해의 최소성 등에 대한 엄격한 검토와 법률적 근거를 가치고 최소한의 범위에서 실시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여러 우려가 있었음에도 결국 4월 27일부터 전자팔찌가 도입되었다. 다만 모든 자가격리자가 아닌 자가격리 이탈자 한해서, 동의 하에 전자팔찌를 채우는 것으로 적용 범위는 조정되었다. 정부는 전자팔찌 대신 안심밴드라는 이름을 사용하였다. 


정부의 전자팔찌 도입 발표부터 실제 도입까지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만감이 교차하였다. 특히 정책 도입에 대해 발표하고 채 한 달이 안 되어서, 심지어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도 전자팔찌의 도입이 강행된 것이 놀랍고도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더군다나 2020년 4월 4일을 기준으로 자가격리자는 3만 7천여 명이었고 자가격리장소 이탈 등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했다고 보고된 인원은 137명이었다. 위반율은 0.0037%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물론, 판데믹 상황에서 1명의 이탈자가 또 다른 감염을 발생시킬 수 있기에 위반율이 낮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도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자가격리자 중에서는 감염으로 인해 자가격리를 하는 인원 외에 코로나 검사 후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해외에 다녀오거나 접촉자로 분류되어 자가격리를 하는 이들도 존재했었다. 앞서 소개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주장 중 '엄격한 검토와 법률적 근거를 가지고 최소한의 범위에서 실시되어야' 한다는 대목을 가져와 생각해 본다면? 엄격한 검토, 법률적 근거, 최소한의 범위, 이 세 가지 영역을 충족시키며 정책이 시행되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자가격리 이탈자에게 전자팔찌를 채우기로 결정했다는 정부의 발표를 듣고 며칠간 머릿속을 맴도는 질문은 이것이었다. 


"진짜 전자팔찌를 채운다고?"


후에 박사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다시 언급할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연구를 위한 인터뷰를 하며 한번 더 놀랐던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 중 전자팔찌가 도입됐는지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반응도 나와 비슷했다.


"진짜 전자팔찌를 채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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