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어쩌다 digital surveillance 6: 2주 간의 감금경험
감금이란 "드나들지 못하도록 일정한 곳에 가둠"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다. 나는 2주간 드나들지 못하도록 일정한 곳에 갇히는 두 번의 경험을 했다. '2주'라는 단서를 통해 언제, 왜 일어난 일인지 눈치챈 독자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2주 주간의 감금경험은 코로나19 기간의 자가격리였다. 코로나19가 '우한폐렴'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알려지고 그 후 판데믹이 선언되었던 시점에 나와 나의 신랑은 영국에서 지내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혼란스러웠던 시기에는 섣불리 국경을 넘나들기 어려웠지만 2021년 초 학생 비자가 만료되면서 감염병 상황과는 별개로 한국에 입국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당시 영국에 더 남을지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 지내다가 갑자기 한국으로의 귀국이 결정되어 매우 혼란스러웠다. 그냥 귀국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코로나19 관련해 입국 전 그리고 입국 후 해야 할 일들을 알아보느라 혼비백산이었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부담이 엄청났다. 귀국 항공편도 비쌌지만 귀국 전에 PCR 테스트를 받아야 했고 자가격리할 장소도 알아봐야 했다. 영국에서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에 '우리 집'은 없는 상태였고 양가 부모님께 신세를 지기에는 2주라는 기간이 다소 길다고 느껴졌다. 2주 간 방 하나, 화장실 하나 특정 구간만을 사용한다고 해도 식사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자칫하면 부모님께서 우리의 '수발'을 드는 모양새가 될 것 같아 따로 비용을 들여 장소를 구했다.
입국 절차 중에도 결코 웃으며 넘기기 어려운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하지만 최대 난관은 2주 간의 자가격리였다. 해외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에게는 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2주 간의 (추후 10일, 7일로 서서히 일자가 줄어들다가 자가격리를 하지 않게 되었다) 자가격리 의무가 주어졌었다. 처음 입국했을 때 영국, 그리고 특정 두 나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멕시코로 기억하는데 정확하진 않다)는 색깔이 있는 목걸이를 받아 따로 줄이 세워졌고 인천공항 인근 호텔로 버스를 타고 다 같이 이동을 해야 했다. 호텔 1층에서 PCR 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오는 다음날까지 배정받은 호텔방에서 나오지 못한 채 지내야 했다. 결국 여기서부터 감금이 시작된 것이다. 당시 장시간 비행으로 매우 지치고 배가 고팠으나 나눠준 소량의 음식으로는 허기만 겨우 면할 수 있는 정도였다. '감염병 시기에 사소한 것은 참고 협조하며 가야 하는 것 아니냐', '그래도 호텔에서 무료로 숙박하게 해 준 것이 어디냐',라는 말을 들을까 봐 지금도 글을 쓰며 조심스럽긴 하지만, 귀국 시기를 내가 자의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었고 감염병에 대한 아무런 증상도 없었는데 모든 상황에 대해 어떠한 선택권도 없었다는 것이 과연 맞는 상황인지는 다시 돌아보게 된다.
다음날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자가격리 장소로 옮겨 2주 간의 자가격리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미 공항에서 검역관 혹은 군인의 감시 하에 두 가지 애플리케이션 (자가진단앱, 자가격리앱)을 설치한 상태였고 GPS와 데이터를 격리 기간 내내, 24시간 켜 두어야 함을 안내받았다. 그리고 지역 공무원 한 분이 배정이 되었고 자가격리 시작 시 그 분과 확인 차 통화를 했었다. 격리를 하는 동안 아침 8시, 저녁 8시경 자가진단 앱에 건강상태를 입력해야 했고 휴대전화를 2시간 이상 한 자리에 두면 알람 소리와 팝업이 뜨기 때문에 한 번씩 휴대전화 두었던 자리를 옮기든 휴대전화를 흔들든 조치를 취해야 했었다. 해외 입국자의 경우 시차 적응이 힘든 경우도 있는데 오전 8시와 저녁 8시로 자가진단 시간을 고정시켜 둔 것이 아쉬운 행정처리로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리고 IT 강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자가격리앱도 오류가 많았다. 한 번에 잘 설치가 되지도 않았을뿐더러 설치 후에도 작동이 잘 되지 않았다. 한 번은 공무원에게 격리장소에서 이탈하지 않았냐는 황당한 연락이 오기도 했다. '코로나가 처음이라서', '코로나에 급하게 대응하느라' 등의 말로 모든 것을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는 코로나19가 알려진 지 1년도 훌쩍 넘긴 시점이라 매우 실망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2주 간의 격리도 생각보다 매우 힘들었다. (이 내용은 2주 간의 격리와 감시가 어떠했는지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적은 글이지 격리 정책의 옳고 그름이나 감염병 상황에서 격리가 필요하다 아니 다를 논하는 글이 아님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가끔은 집순이 모드로 밖에 아예 나가지 않는 경우도 있고 최근에도 논문을 쓰느라 햇볕도 보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내는 날도 많은데 확실한 것은 내가 자의로, 나의 의지로 밖에 나가지 않는 것과 어떠한 강제나 외부의 압력으로 밖에 나가지 못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는 것이었다. 2주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었고 심지어 격리를 하기 전보다 격리를 한 2주 후 건강상태도 매우 나빠졌다. 2주 간 강제로 햇볕을 볼 수 조차 없었고 따로 식재료를 준비한 것이 아니었기에 식사는 배달음식으로 해결해야 했다. 경제적인 부분도 부담이 되었지만 최대한 건강한 음식 위주로 먹으려도 해도 배달음식으로 건강까지 살뜰하게 신경 쓰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실내에서 스트레칭이라도 하려고 몸무림을 쳤지만 우리나라 주택 구조상 실내에서 격렬한 운동은 어렵기 때문에 적절한 운동량을 채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누군가 (담당 공무원) 나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엄청난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더군다나 공무원이 어떠한 방식으로 어떻게 내 위치를 확인하는 것인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었기에 2주간 묘한 불편감을 안고 지내야 했다. '2주간 격리 장소에서 이탈하지 않으면 불편할게 무어냐'라는 말을 누군가 할 수도 있겠지만 격리 장소에서 이탈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 내 위치를 확인해도 아무런 문제 상황이 생기지 않을 것을 내가 아는 것, 그러한 부분에서 떳떳한 것과 누군가 내 위치를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내 마음이 불편하고 나의 권리 중 어떤 부분이 침해받는 느낌을 받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내가 더욱 답답했던 것은 이 모든 일련의 상황 가운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모든 것은 자발적 동의하에 이루어진다는 설명이었다. 자가격리앱과 진단앱도 개인의 동의를 받아 설치를 하게 한다고는 하지만 설치를 하지 않으면 입국 자체를 할 수 없는데 이것을 동의를 받아 설치하는 '자발적인 절차'라고 설명하는 것은 일정 부분 기만 아닐까? 코로나19 관련 조치 중 자발적인 동의를 얻는다고는 했지만 사실상 자발적 동의로 보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거나 논란이 된 경우들이 있다. 격리 관련 정책도 마찬가지다. 입국을 꼭 해야 하는 상황이면 앱을 설치하고 싶지 않더라도 억지로 설치를 해야 하는 것인데 차라리 솔직하고 투명하게 자발적인 동의를 받는다는 설명을 하지 않았으면 덜 답답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격리나 코로나19 관련 조치에 우리나라가 빠르게 시스템을 마련하고 진행한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한국과 영국에서 각각 격리 경험을 한 후 우리나라의 격리 방식이 과연 옳은 방식인지에 대한 의문이 많이 생겼다. 다음 편에서는 영국에서의 격리 경험을 다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