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낭만의 전원주택

by 이은

어쩌다 나는 가족 세컨하우스의 집사가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안에 갇혀있던 시절 본가 식구들이 의기투합해 시골에 집 한 칸을 마련한 것이다. 마스크 없이는 어디에서도 자유롭게 숨 쉴 수 없던 시절 작은 정원이 있는 시골집은 식구들에게 해방감을 주었다. 하지만 팬데믹이 종식되고 모든 게 일상으로 돌아가자 시골집은 점점 짐이 되어가고 있다.

전원 생활의 낭만을 꿈꾸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세컨하우스 관리는 절대 쉽지 않다. 퍼스트하우스(=우리집)도 제대로 못 치우고 사는 판에 세컨하우스 집사라니. 전원주택이나 세컨하우스를 고려 중인 사람들에게 나는 선택을 부추기고 이런 삶을 강추한다. 이런 고통과 괴로움을 혼자만 누릴 수 없다. 할 수 있다면 함께 나누고 싶다. 평온한 주말 끊이질 않는 (잡)일들로 괴롭고 싶은 자, 전원주택으로 오라! 정원이 있다면 고통은 두 배!

지난 여름 시골집 건물을 둘러싼 지반이 조금씩 내려앉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담벼락 바닥에서부터 균열이 일더니 틈이 생기고 그 틈이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 얼마전부터 담벼락이 아예 바깥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이제 균열이 아니라 붕괴를 걱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정말 일이 끊이지 않는 시골집 엘레지. 그래도 다행인 것은 담벼락 옆이 밭과 공터라는 사실이다. 자주 가보지 못해 바로바로 손 쓰지 못하는 일들이 늘다 보니 어느새 사람만 안 다치면 된다는 생각이 든다. 걱정으로 벌어지는 담벼락 틈을 메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걱정도 가급적 않으려 한다.

할 수만 있다면 내 스스로 살피고 관리할 수 있는 것들만 소유하고 그것들을 누리며 살고 싶었다. 그런 까닭에 많은 것들에 욕심내지 않고 소소유(무소유까진 아니고 가급적 적은 소유?)의 삶을 지향해 왔다고 믿어왔는데 어느새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이 하나씩 늘어난다. 세컨하우스 집사는 그야말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내가 쓰게된 덤탱이 감투같은 것이다. 절대로 원한 적이 없었다. 전원생활의 ㅈ자도 원한 적 없던 내가 우당탕탕 전원일기를 쓰고 있으니 이건 정말 내가 웃어도 웃는 게 아니다.

그 누구도 삶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음, 어쩌면 나는 이것부터 인정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집 살림도 잘 못하는 내가 가족 세컨하우스를 관리하고, 또 비슷한 다른 일을 시작하게 됐다는 게. 내가 원하는 대로 삶이 흘러가는 줄 알았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삶이 이끄는 대로 내가 떠밀려가는 거였다.


#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