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기존에 써온 내 이야기들에서 탈피하고 싶다. 쉽게 떠오르고, 어렵지 않게 써지고, 여전히 내게 유효한 것 같은 서사와 문장들. 이미 쓰면서 고통이나 쾌락을 느꼈고 그 시간과 경험에 대해 나름의 의미를 부여했었던 그런 이야기들에서 벗어나고 싶다. 또 다시 그 이야기로, 익숙한 단어와 표현들 가득한 문장들로 돌아가고 싶지가 않다.
한 번도 써 보지 않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오늘이나 내일에 대해 써야 하나? 그렇다고 일기나 To-do 리스트를 쓰고 싶지는 않은데. 내가 아닌 너, 그나 그녀, 혹은 우리나 그들에 대해 써야 하나? 그건 더 어려운 일 같다. 속상한 것은 이런 고민 역시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고민조차 여러번 쓴 적이 있다.
쓰고, 또 꺼내 썼던 지난 경험들이 더 이상 현재의 나와 닿아있지 않은 것 같다. 앨범을 꺼내보며 그때를 추억하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매번 앨범만을 들춰볼 수는 없는 일이다. 한데 지금 내가 통과하고 있는 시간은 놀랄만큼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뭐 하나 쥐어짜낼 게 없다. 정말 뭐라도 쓰려면 경험 채집이라도 나가야할 판이다.
쓸 것도 없다면서, 그렇다면 뭘, 왜, 쓰고 싶은 것인지? 아니, 쓰고 싶은 건 확실한지? 브런치 재개장 5일만에 폐장의 기운이 올라온다. 100일 미션이라며. 에라.
#탈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