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콘을 아시나요?

by 이은

어제는 새벽 4시에 눈이 떠져서 하루 종일 비몽사몽이었다. 다시 자려다가 큰애가 발표 자료를 찾아달라고 부탁한 게 생각나서 이거 저거 읽다보니 한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평소보다 조금만 잠을 못 자도 하루 종일 피곤이 따라다닌다.

그런데 낮부터 언니의 문자가 계속 들어온다. 밤에 있을 모 가수 팬콘서트를 예매해야하기 때문이다. 언니의 덕질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어제는 팬클럽 회원들만 티켓을 예매할 수 있는 선예매 날이었다. 그런데 언니가 내게 왜 문자를 하냐고...? 그렇다, 나도 팬클럽 회원인 것이다. 늦여름 팬클럽에 가입하라는 언니의 문자에 나는 2년 연속 그 가수 팬클럽의 회원이 되었다. 콘서트 티켓을 하루 전에 예매할 수 있는 것이 팬클럽 회원이 누리는 최대 혜택이다. 이것을 위해 가입비를 3만원 냈다!

하지만 난 콘서트에는 갈 수가 없다. 이미 그 날짜에 여행 예약을 해두었기 때문이다. 언니는 피켓팅(치열한 티켓팅)에서 광탈할 수 있으니, 나도 예매를 하는 게 좋겠다고 알려왔다. 나와 언니는 신분증을 공유해도 될 정도로 닮아서 언니가 만일 표를 못 구하면 내 티켓으로 입장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며.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은 없다!) 티켓팅을 위해 멜론에 가입하고, 팬클럽 인증을 하고, 멜론티켓을 까는 등 복잡한 사전 준비가 필요했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런. 일을...!!! 이런 일을 할 때는 이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이왕 하기로 한 일, 생각없이 설명대로 절차에 따르기로 한다. 이미 팬클럽에 가입한 순간 이럴 운명이었다. 그래도 그땐 팬은 아니지만 언니와 함께 공연을 보러가는데 의미가 있긴 했다. 하지만 못 가는 공연 예매는 훨씬 더 귀찮게 느껴진다.

어렵지 않게 표 두 장을 구했다. 얼마전 방영한 드라마의 인기가 별로였는지, 아니면 선예매였기 때문인지 수월한 티켓팅이었다. 언니 말에 의하면 선예매로 전석 마감이란다. 진정한 팬콘이네ㅡ.

팬콘서트, 일명 팬콘에 가본 적이 없다. 연예인이 준비한 걸 보여주고, 팬들이 원하는 걸 시키기도 한다고... 언니는 팬이 아닌 사람이 가면 일반 콘서트보다는 재미없을 거라고 했다. 팬들만이 즐길 수 있는 그런 문화인 것 같았다. 사실 언니를 따라간 일반 콘서트에서도 살짝 그런 분위기를 느끼긴 했다. 관객이 즐기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아이돌을 향한 팬들의 헌정(?)같았던 시간. '우리 가수 원하는 거 다 해~ 뭘 해도 다 좋아해 줄게~' 이런 맹목적 지지, 차분한 열광, 예의바른 관람... 경험이 많지 않아서 이상하게 불편했뎐 그 느낌을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렵다. 남의 아이 돌잔치에 참석한 기분이랄까. 콘서트나 팬문화를 얘기하는 것도 조심스런 일이다. 덕질의 세계는 내부자만이 온전히 누리고 즐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언니 역시 두 장의 표를 구해 내 표는 곧 취소하기로 했다. 내 취소표는 두 명의 찐팬을 행복하게 만들 것이다. 소소하게 쌓은 공덕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새해에는 내게도 소소한 행운이 두번쯤 찾아오면 좋겠다. 그 정도로 팬클럽 가입비 3만원과 티켓팅에 든 시간과 노력을 퉁치려 한다.


#이 달의 책/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