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의 편지: '다정함'이라는 추신

by 송승원 기자
common (1).png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연의 편지에는 사실상 세 명의 인물과 상처가 등장한다. 큰 수술을 앞두고 두려움에 빠진 '호연'과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를 도왔다가 함께 따돌림을 당하며 상처를 받은 '소리', 자신의 약점을 쥔 패거리가 저지른 악행을 바로 잡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동순'. 이들을 잇는 건 호연의 편지다. 수술을 앞둔 호연은 어린 시절 함께 병원 생활을 하며 힘을 줬던 소리가 자신의 반으로 전학 온다는 사실을 알고 소리에게 편지를 남긴다.


편지에는 학교의 약도와 반 아이들의 특징 등 소리가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정보가 다정하게 담겨있다. 소리는 첫 편지를 시작으로 호연을 찾기 위해 다음 편지를 찾아 나선다. 편지와 편지를 잇는 건 호연이 남긴 소중한 인연이다. 호연은 자신의 단짝인 동순이 소리를 만날 수 있도록 단서를 남긴다. 동순은 돌연 사라진 호연을 원망하면서도 걱정되는 마음에 소리의 편지 찾기를 돕는다.


두 사람의 교집함은 다정함이다. 다정한 마음을 지녔기에 자신을 희생해 타인을 도왔고 불행하게도 상처를 입었다. 그 상처가 너무 깊은 탓에 '내가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하고 후회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을 구원하는 것도 타인의 다정함이다. 따듯한 차와 마음을 내주는 기사님과 기꺼이 옆자리를 내주고 응원해주는 친구들의 다정함을 통해 소리와 동순은 다시 타인에게 마음을 열고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이야기가 한창 무르익을 때, 소리가 이전 학교에서 도왔던 친구가 보낸 편지에서도 다정함을 읽을 수 있다. 자신도 반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를 돕기 위해 패거리에게 '그만해'라고 말하기까지 많은 망설임이 있었다며, 당시의 소리가 자신을 위해 얼마나 용기를 내준 건지 고맙다는 마음을 표현한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이번에는 학급 친구들의 도움으로 패거리를 내쫓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소리는 비로소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된다. 자신의 다정함이 바꾼 작은 변화에 긍정의 눈물을 흘린다.


호연이 남긴 마지막 편지에서야 드러나는 호연과 소리의 어릴 적 병원 생활 이야기의 핵심도 다정함이다. 연약한 호연이 투병 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것도 "같이 놀자"고 손을 내민 소리의 다정함 덕분이었다. 소리가 오래전에 베풀었던 다정함이 인연의 도움을 받아 편지의 형태로 돌아온 셈이다. 예상할 수 있듯, 소리와 동순은 수술을 잘 마친 호연을 만난다. 이들의 상처는 서로의 다정함을 통해 회복됐다. 영화는 이렇게 우리를 살게 하는 건 서로의 다정함이라는 훈훈한 추신을 남기고 막을 내린다.


PS. 어쩌면 오늘 우리가 보여준 다정함이 돌고 돌아 언젠가 ‘연의 편지’로 우리에게 도착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