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일 년 기록

#36 일 년 동안 잘 살았고, 앞으로 잘 살아보자!

by 뉴학생

한 달 전부터 뉴질랜드에 온 지 일 년이 되면 기록해야지 다짐했는데 진짜 일 년이 왔다. 오랫동안 준비하면서 기대도 컸고 코로나로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치기도 했었는데, 지금 뉴질랜드에서 살고 있다는 게 새삼 낯설게 느껴진다. 지난 일 년을 되돌아보니 정신없이 지나갔지만 웃을 일도 울 일도 참 많았다.


가장 좋았던 점은, 타인에 간섭하지 않는 사회가 해방감을 주었다는 점이다. 내가 어떤 차림새로 무얼 하던 내 영역을 존중해 준다. 동시에 “~~ 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편견도 상대적으로 적다. 그동안 30대 기혼 미출산 여성이라는 타이틀에 나를 가두며 적당한 선을 찾으려 부단히 노력해 왔다. 여기서는 “나”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 내가 뭘 하고 싶은지를 알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 외에도 뉴질랜드의 자연환경이 주는 평온함이 있다. 알레르기 성 비염으로 매 환절기마다 고생을 하던 나지만, 뉴질랜드에서는 알레르기 약을 먹을 일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차로 15분만 가면 나오는 바다와 걸어서 10분 가면 나오는 공원 덕분에 머리가 복잡할 때면 주의 환기를 하고 돌아올 수 있다.


단점이나 힘든 점이라면 안전과 경제적인 부담이다. 한국만큼 안전한 곳은 없다는 걸 몸으로 느끼는 해외생활이다. 외국인 신분으로 해외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조심하며 스스로를 지키는 정도이다. 금전적인 고민은 뉴질랜드에 오기 전 8~9년은 꾸준히 돈을 벌어오다가 소득 없이 지출만 하고 있는 상황에서 온다. 남편이 돈을 벌고 있다지만 사악한 렌트비에 남편 소득으로 둘이 살기에 빠듯한 현실. 최대한 모아둔 돈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지출을 줄이며 살고 있다.


뉴질랜드 행의 시작은 “더 늦기 전에 해보자”였다. 새로운 걸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라는 초조함이 있었고,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다. 동시에 한국에서 이뤄 놓은 게 많지 않으니, 몇 년 정도는 방황하고 나중에 웃으며 추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뉴질랜드에 와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늦지 않았고 지금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응원을 많이 받는다. 만약 뉴질랜드행을 선택하지 않았으면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를 했을 게 분명하다.


나는 지금 뉴질랜드 삶에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