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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학생 Nov 02. 2023

Term 4 : 더 글로리 - The Glory

#42 후보 선수

오랜만에 회사생활을 하는 동안 내가 많이 따르던 선배와 통화를 했다. 인턴으로 사회에 발을 내딛던 시절부터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나는 순간까지 마음을 담은 격려와 쓴소리를 항상 해주었던 선배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최근 내가 겪은 상황을 공유하자 곧바로 정확한 진단이 내려주었다.


최근 겪은 일은 이렇다. 여러 학교가 모여서 진행하는 대회가 있어 몇 달 전 대표팀을 선발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원을 했지만 떨어졌고, 선발된 멤버들이 대단한 친구들인걸 보고 아쉬움도 바로 털어냈다. 이후 후보 멤버로 제의를 받아 어차피 공부하기로 한 거 트레이닝을 받자 싶어 후보 선수가 되었다.


나를 포함해 각자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모였고, 두 달가량을 대회준비를 하면서 바쁘게 달렸다. 그리고 대회 날, 우리 학교가 우승을 했다. 우리 학교가 그 대회에서 받는 첫 트로피가 되었다. 기쁜 일이지만 한편에서 내가 직접 참가하지 않은 대회의 우승을 내가 같이 누려도 되는 걸까 혼란스러웠다.


우승을 하지 않았다면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내 이력서에 특화된 부분으로 한 줄 정도 넣었을 것 같다. 대회에서 돌아오는 길 그리고 돌아와서 디브리핑을 하는 날 팀원들에게 속 마음을 털어놓았다.


“난 너네가 너무 자랑스러워. 근데 내가 이 영광을 같이 누리는 게 맞는지 모르겠어.”


고맙게도 팀원들은 “proud of you”를 “proud of us all”이라는 단어로 바꿔주었다. 전화통화에서 회사 선배는 팀원들로부터 인정을 필요로 했던 내 마음을 바로 읽어냈다. 이후 팀원으로 단체 사진을 찍고 축하행사에 참여를 했다.




처음 후보 선수로 제안을 받았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던 순간이 떠올랐다. 아직 완벽하지 않은 내 영어에 오히려 후보 선수가 나에게 가장 적합한 자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대회 날 후보 선수로 벤치를 지키며 다른 경쟁팀들을 관찰하고 기록하며 내 몫을 했다. 이 과정에서 내가 얻은 부분은 트레이닝에서 쌓은 능력치와 가까워진 팀원들이다. 초반에 다른 사고방식에 속을 끓이는 시간들도 있었지만 가까워지면서 서로 의지도 했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몇 주 동안 생각이 많아 몸이 계속 처지는 상태였는데 선배와의 전화통화 후 비로소 마음이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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