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뉴질랜드에서 맞는 두 번째 연말
올해는 뉴질랜드에서 보내는 두 번째 연말이다. 몇몇 가까운 친구들과 약속을 잡으며 즐거운 연말과 더 행복할 새해를 기약한다. 까마득했던 작년을 떠올리며 그래도 올해는 뉴질랜드에 나도 어느 정도 적응하며 살고 있구나 안도했다.
작년 뉴질랜드에서 맞이했던 첫 연말은 <12월 32일> 노래 가사처럼 기억되어 있다.
너는 결국 오질 않고 새해만 밝아서
기뻐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만 울었어
내게 1월 1일은 없다고
-별 <12월 32일> 2002.10.10.
학교는 11월 말에 방학을 했고, 12월에는 사람들이 바쁜 날들을 보내는 동안 나는 홀로 시간을 보냈다. 플랫으로 살고 있던 카페매장은 안부를 전하며 포옹하는 사람들, 일상을 살며 커피를 마시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나는 분주한 소음이 들려오는 방에 혼자 있었고, 남편이 퇴근하고 나서야 가까운 바다나 헬스장을 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 전에는 연말이면 주말마다 송년회 약속을 빼곡하게 적어두고, 그게 여의치 않으면 평일이라도 가까운 사람들과 약속을 잡았다. 한국에서 코로나 두 해를 보내고 연말을 남편과 둘이 보내는 데에도 익숙해졌지만, 바쁜 사람들 사이에 홀로 있는 게 많이 힘들었다.
올 해도 11월 말 학기가 끝나면서 연말이 시작됐다. 일 년을 넘게 지내고 나니 모르던 사람들과도 술 한잔하면서 각자 사는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도 익숙해졌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만나면 링크드인 프로필을 공유하며 다음을 기약하고,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시시콜콜 유학생활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는다.
일주일에 약속 두어 개씩 잡으며 적정한 사교생활과 혼자만의 시간의 균형을 찾았다. 같은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친구들도 여러 그룹으로 만나니 주고받는 화제도 다양했다. 가까운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는 올 한 해 나에게 스트레스를 줬던 사람들에 대한 매운 농담으로 놀림을 당하기도 했고, 맨 정신으로만 만나던 친구들과는 와인향에 취해가며 사는 얘기를 나눴다.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은 시기에는 각자 집에 모여 음식을 나눠먹었다.
작년이나 올해나 같은 책상 앞에 앉아 과제를 하고 시간을 보내는 건 비슷하다. 내향적으로 성격이 많이 변했다고 해도 결국은 사람들이랑 함께 시간을 보낼 때 안정감을 느낀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을 만나 내년을 기약했다. 내년 이맘때에는 또 다른 걸 느끼겠지만, 조금 더 따뜻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