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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학생 Nov 29. 2023

내 이름을 찾아서

#45 한국 이름으로 해외에서 생활하기

초등학교 시절 영어학원에서 Emily라는 영어 이름을 고른 걸 시작으로, 영어를 할 때면 당연히 영어스러운 이름이 필요하구나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다. 학창 시절 중국어와 일본어를 접하며 한자 문화권에서는 내 이름을 다른 발음으로 읽으면 되는구나 싶어 그 후로는 내 이름을 고수하려고 했으나, 대학시절 다른 언어권에서 지내면서 현지 흔한 이름으로 별명을 만들었었다.


미국계 회사였던 첫 회사 입사서류에 영어 이름을 적어내라는 종이를 받고 내 한국이름을 쓰고 싶어 문의하니, 관리자들도 영어를 쓰는데 신입이 눈치껏 쉬운 영어 이름을 지으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결국 대학시절 사용하던 별명을 가져왔다. 영어가 아니라 낯설지만 발음하기 나쁘지 않아 금세 주변 사람들이 불러주었다. 이후 유럽계 회사로 이직을 하며 다시 내 이름을 찾았다가, 뉴질랜드에 오기 전 계약직으로 일을 하던 회사에서는 다시 별명을 썼다.


뉴질랜드에 오면서는 영어 별명 없이 내 이름으로 살아보리라 굳은 결심을 했건만 결국 약간의 타협(?)을 하고 말았다.


여권상 내 영문 이름 사이에 띄어쓰기가 있는데, 이름이 “홍길동”이라면 Gil Dong Hong으로 표기된 셈. 미들네임이 흔한 이곳에서 내 이름의 절반을 날려버리고 길~이라 불러달라고 한다. 영 다른 별명은 아니지만 내 이름을 정확히 불러주는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어졌다. 간혹 중국 친구들이 중국어 발음으로 내 이름을 불러주는 게 반갑기까지 한 요즘이다.


다소 고집스러워 보일지 몰라도 가급적이면 앞으로도 내 이름을 지키며 살고 싶다. 뉴질랜드에서 지내는 인도 친구들만 보아도 기나긴 이름이지만 본인들 이름을 지키며, 혹은 이름에서 특정 부분을 따와서 별명으로 불린다. 내 이름도 다른 언어권에서 기억하기 힘들다지만 나도 다른 사람들 이름을 기억하려고 노력을 하니 이 정도는 쌤쌤이라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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