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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학생 Jun 02. 2023

Term 1: MBA 신입생

#10 좌충우돌 MBA 첫 학기 생존기

뉴질랜드에 온 지 약 한 달 만에 학교 코스를 시작했다.


학기 시작 직전 금요일 Induction에서 같이 시작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MBA라서 그런지 현업에 있는 사람들이 많고, 나를 포함해 몇몇 외국인이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들뜬 마음이 더 컸다. 싱가포르에서 전 직장 상사를 만나 콧대 높은 한 대학의 MBA 면접을 통과하고도 바쁜 회사 일정에 입학을 포기한 이야기를 들을 때만 해도 남의 일로 생각했었다.


MBA는 직장생활을 최소 5년 이상 하다가 공부하러 온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면서 대다수의 학생들이 풀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으니 수업 과정이 조금 수월할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영어도 만만치 않고 수업 내용도 방대하다. 한국어로 수업을 들었으면 조금 쉬웠을까, 그래도 회사에서 영어 좀 쓰면서 살던 나한테 현지 억양은 또 다른 외국어처럼 느껴졌다.


이번 학기에는 나를 포함한 외국인 학생이 들어왔지만, 지난 2년 반 국경이 닫힌사이 현지인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비자기간이 따로 없는 현지 학생들은 한 학기에 한 두 과목 정도 들으며 일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고 새로 입학하는 외국인이 한동안 없었으니 수업에는 외국인 비율이 낮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예습 복습을 하며 겨우 학기를 시작했다. 반년 일찍 네덜란드에서 MBA 과정을 시작한 대학 친구와 같은 수업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했다. 첫 학기 세 과목 중 한 과목은 학생 12명 중 나 혼자 외국인이었다. 교수에게 내 상황을 털어놓았더니 한동안 외국인 학생을 잊고 있었다며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는 답변을 주었다.


뉴질랜드는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곳이라, 내가 외국인임을 밝히고 도움을 요청하면 친절하게 도와주는 사람이 많은 게 참 다행이다. 나름 정신을 차린다고 했는데도 4000 단어짜리 첫 과제에서 C+를 받았다. A를 받을 거란 기대는 안 했지만 이대로 가면 졸업도 못할 것 같았다.


다음 과제부터는 내가 쓴 초안을 네덜란드에 있는 친구가 알려준 애플리케이션으로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고치고, 학교에서 제공하는 리포트 첨삭 플랫폼에서 첨삭을 받아 수정해서 리포트를 완성했다. 개인 발표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었다. 조별 과제에서는 파트를 나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가져와 정리하고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은 다른 사람이 맡고 나는 보조를 했다. 과제가 몰린 주에는 낮과 밤을 바꿔 새벽 시간에 집중해서 리포트를 쓰고 첨삭 요청을 보낸 후 다음날 수정을 해서 제출하는 걸 몇 차례 반복하니 8주짜리 한 학기가 끝났다.


혼자 외국인이었던 수업은 조별과제에서 도움을 많이 받고 개인 과제도 그럭저럭 소화해서 기대보다 좋은 결과를 받았다. 다른 한 과목 결과가 석연치 않았지만, 고등학교 때 교과 과목 내신 등급이나 대학 전공수업 성적이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냥 넘기기로 했다. 다행히 낙제점 없이 첫 학기를 마무리 지었고 3개월 긴 여름 방학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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