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더 사랑하게 해주는
MBTI가 큰 인기를 얻어온 것은 오래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TI는 여전히 MZ세대 사이에서 가장 공감받고 가장 사랑받는 대화 주제로 자리 잡았다. 그것은 처음 만난 상대와의 어색한 분위기를 풀 수 있는 훌륭한 아이스 브레이킹 소재이며, 친구와의 좋은 스몰 토크 소재이다.
MBTI 검사는 자신의 성격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고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자신에 대한 공부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라는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우리는 쉽고 간단한 여러 문항들을 해결하며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16가지로 분류되어 나온 검사 결과지를 읽으면서 인지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에 대해 새삼 배우기도 한다. 그것은 나와 같은 MBTI인 사람과는 공감이 가득한 대화를, 다른 MBTI인 사람과는 케미나 궁합에 대한 대화를 만들어낸다.
과거에는 사람들의 성격을 분류할 때, '외향형'과 '내향형' 크게 두 부류로만 분류했다. 100명의 사람이 있으면 100가지 성격이 있기 마련인데, 한 가지 기준만으로 그 수많은 사람들을 설명하기엔 너무나도 부족한 점이 많다. 게다가 사회적으로는 외향형 성격을 내향형 성격에 비해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만연해있었다. 초등학생 교과서에는 외향형과 내향형 성격 두 학생이 대화를 나누는 이야기가 있었다. 내향형 학생은 외향형 학생에게 소심하고 자신감이 부족한 자신에 비해, 밝고 쾌활하고 사람들 앞에서 발표도 잘하며 주변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외향형 학생이 부럽다고 이야기한다. 외향형 학생은 자신에게 그런 장점도 있지만, 때때로 준비물을 빠뜨리기도 하고 실수도 많이 해 내향형 성격의 꼼꼼하고 조심성이 많은 성격이 부럽다고 말하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어찌 보면 두 성격의 장단을 모두 설명한 것 같지만, '외향형의 장점이 훨씬 많지만, 그래도 내향형도 이 정도의 장점은 있다.'며 외향형 성격을 더 높게 평가하는 듯한 뉘앙스로 들렸다. 평소에도 조용하고 소심한 나의 성격에 대해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었기에 외향형 친구들은 나에게 늘 동경의 대상이었으며, 내향형 성격에 가까운 나로서는 교과서의 내용이 그리 달갑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MBTI 검사의 가장 큰 순기능은 '나를 더 사랑하게 해 주는' 검사라는 점이다. MBTI 검사가 유행하고 나서, 내 성격에 긍정적인 면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다. 나의 MBTI는 ISFJ인데, 활발하지 못한 게 아니라 차분한 것이며 창의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현실감각이 뛰어난 것이다. 이성적이지 못한 게 아니라 공감을 잘하는 것이며 추진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계획성이 뛰어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처럼 MBTI는 내 성격의 단점이 아닌 장점을 부각해주며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켜주기도 한다. 이것이 내가 MBTI 검사를 사랑하게 된 이유이다.
우리는 더 이상 성격이 어떻냐는 질문에 '외향형이다.', '내향형이다.'라는 말 대신, 나의 MBTI를 말해주고 소개한다. 성격을 표현하는 생각의 방식이, 성격을 설명하는 대화의 방식이 바뀌어버린 것이다. 철 지난 이야기였지만, 문득 내가 느낀 MBTI에 대한 감상이다. 나를 더욱 사랑하게 해 주었던, 내 자존감을 높여주었던 MBTI 검사의 유행에 대해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