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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일이다. 60대 여자 한 분이 매장에 찾아왔다. 그녀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 도둑이 들었어요"
그녀 아무도 열 수 없는 도어록을 원했는데 나는 몇 가지를 추천해 주었다. 그리고 1시간 후 그녀 집에 도착했을 때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이미 그녀의 현관에는 도어록이 3개가 설치되어있었다. 혹시나 주소를 잘못 적었나 싶어 전화를 했는데 현관 안에서 벨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녀가 전화를 받고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현관 안에는 총 4개의 잠금장치가 보였다. 그때 나는 이상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옆집에서 김치, 고등어, 심지어는 tv 리모컨까지 훔쳐간다고 말하며 옆집을 욕했다. 그러니 튼튼하고 자신 외에는 누구도 열 수 없는 것으로 설치해달라고 했다. 이미 그녀의 현관 3개에 달려있는 잠금장치는 내가 열 수 없는 것들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지금 설치되어있는 것만으로도 어느 누구도 열 수 없다고 말했지만 방금 전에도 김치를 훔쳐갔다며 믿지 않았다.
우리가 살면서 도둑 치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까? 아마 생소할 것이다. 나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도둑 치매에 대해 모르고 있었는데 그녀를 통해 처음으로 알았다. 그녀가 바로 도둑 치매였다. 도둑 치매란 어느 특정 부분에 자신의 집에 도둑을 들었다고 착각하는 것인데 특이한 건 다른 기억은 다 정상이란 것이다. 오로지 도둑을 맞았다는 그 부분만 착각을 일으킨다. 그리고 대부분 도둑 치매의 범인은 옆집이나 친척 아니면 경비원이 누명을 쓰고 있다.
보통 침해는 나이가 많지만 도둑 치매를 겪는 나이는 의외로 젊은 사람도 많았다. 그들이 왜? 도둑 치매를 겪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짐작하건대 그들에게 어떠한 계기로 기억의 오작동을 일으켜 심리적 불안이 도둑을 맞았다는 착각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싶다. 그렇다 할지라도 나는 그들의 고통을 공감할 수는 없다. 그래서일까? 도둑 치매를 겪는 사람들에게 지금 설치되어 있는 잠금장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설명하지만 그들의 불안한 마음을 안심하게 만들지 못했다. 그들이 원하는 건 새로운 잠금장치를 다는 것만이 자신이 안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어도 어김없이 빠르면 3일 아니면 늦어도 한 달이 되면 도둑이 들었다고 다시 연락이 온다. 참 난감한 일이다. 자영업을 하는 나로서는 이번에도 마땅히 원하는 대로 해야겠지만 이번엔 양심에 칼을 그어야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경찰에 연락을 해보라고 권하는데 이미 경찰도 수없이 왔다간 상황이 대부분이다.
도둑 치매로 그들이 겪는 고통은 나는 공감할 수 없다. 다만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아무리 내가 선의로 말하여도 그들은 믿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양심에 칼을 긋거나 다른 곳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뿐이다. 어떠한 것을 선택해도 내 마음은 편치 않다. 그래서일까? 나에게 도둑 치매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