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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이 답이다
이민규
by
시원시원
Dec 16. 2020
출처 시원시원
절벽 난간에 남색 바지와 하얀 저고리를 입고 검정 고무신을 신고 머리에 갓을 두른 한 남자가 서있다.
그는 근심이 가득하고 체념을 한듯한 얼굴을 하고 조롱박 같은 혹이 길게 매달려 있었다.
세상이 없어질듯한 긴 한숨을 쉬며 그는 중얼거린다.
"나의 삶이 오늘로 끝이구나!"
"덧없는 인생이었어"
"고달프고 힘들었다고"
"이렇게 쓸쓸히 살 거였으면 진작에 갔어야 하는 건데"
"잘 살아보겠다고 너무 아등바등 살았어"
"불쌍한 내 인생아!"
"이제 그만 안녕이다"
그는 큰 결심을 하고 절벽 아래로 뛰어들려는 찰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잠시만요!!"
"뛰어내리시면 안 돼요"
그 소리에 뒤를 돌아본다.
그의 뒤에서 한 남자가 뛰어오며 소리를 지른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삶을 그렇게 버려서는 안 됩니다"
"제발 이쪽으로 오시지요"
그는 뛰어오는 남자를 보며 말한다.
"당신이 내 삶을 어찌 이해하겠소?"
"얼마나 고달픈 인생이었는지 당신은 알지 못하오"
"괜히 참견 말고 가던 길 가시오"
그 남자는 말한다.
"아이고, 영감님 어찌 그런 말을 하시는 겁니까?"
"죽어가는 남자를 보고 제가 어찌 갈 수가 있을까요?"
"그렇게 가시면 영감님 가족이 슬퍼하실 겁니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한다.
"나는 가족이 없다오"
"홀로 긴 세월을 지냈소"
"더 이상 미련 없소"
그 남자는 손을 좌우로 흔들며 말한다.
"안됩니다, 안돼!"
"정 가시고 싶으시다면 저에게 영감님 사정이나 말해주고 가세요"
"아무도 영감님의 삶을 기억 못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외롭겠어요"
"제가 영감님의 삶을 기억해드릴 테니 저에게 말씀해 주세요"
그 남자의 말에 그는 마음이 흔들린다.
"정말이오?"
"내 이야기를 들어준단 말이오?"
"좋소, 당신 말대로 하겠소"
그는 그 남자에게로 걸어갔다.
그가 다가오자 조롱박처럼 달려있는 커다란 혹이 보였다. 낯빛이 어두웠고 깊게 파인 눈 옆에는 세상 풍파를 겪은듯한 주름이 깊게 파여있었다.
"내가 왜 죽을 결심을 했는지, 잘 들어주길 바라오"
그 남자는 손짓을 아래로 하며 말한다.
"여기 앉아서 이야기하시지요"
"그리고 통성명도 안 했습니다"
"저는 이민규라는 서생입니다"
그 남자의 이름을 듣고 그가 말한다.
"좀 이따가 죽을 몸인데 통성명은 무슨..."
"그냥 혹부리 영감이라 부르시오"
혹부리 영감은 퉁명스럽게 말하더니 자리에 앉는다.
이민규가 말한다.
"영감님 왜 죽으려고 하시나요?"
혹부리 영감은 말한다.
"당신도 지금 보지 않았소"
"내 얼굴에 달린 혹을,..."
"수십 년 동안 이 혹 때문에 놀림당하고 괄시를 받았소"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심지어 내 친구까지 업신여기며 괴롭혔다오"
"다른 이들은 다 결혼하고 자식까지 낳고 행복하게 사는데 이 얼굴 때문에 결혼도 못 하고 혼자 사는 것도 이젠 지겹소"
"더 이상 살 낙이 없다오"
"그래서 오늘 생을 마감하려 하오"
이민규가 말한다.
"영감님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엔 영감님은 철부지입니다"
이민규의 철부지란 말에 성이 난 혹부리 영감은 말한다.
"내가 철부지라고!!"
"내 나이 60이 넘었소"
"말이 너무 심하게 하는 거 아니오"
화를 내는 혹부리 영감을 보며 이민규는 차분히 말한다.
"영감님은 지금 자신의 삶을 불평만 하십니다"
"영감님은 삶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상황을 어둠으로 몰고 가시는 건 영감님 자신이십니다."
어이없다는 듯 혹부리 영감은 말한다.
"그게 무슨 말이오"
"내가 내 삶을 어둠으로 몰고 가다니..."
이민규는 말한다.
"영감님, 영감님은 자신의 삶을 개척하려고 새로운 일을 실행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혹시 자신의 얼굴이 스스로 부끄러워서 남들 앞에 못서시는 건 아니신가요?"
이민규에 말에 혹부리 영감은 뜨끔했다.
한참을 생각을 잠긴 혹부리 영감은 말한다.
"내 얼굴이 부끄러운 건 사실이오"
"하지만 이 혹 때문에 사람들의 놀림거리가 되긴 싫었소"
"그러다 보니 집안에만 지냈소"
이민규가 말한다.
"집안에서는 무얼 하셨나요?"
"혹시 혹을 없애달라고 기도를 하거나 이 상황을 하루빨리 없애달라고 상상하거나 하진 않으셨나요?"
혹부리 영감이 깜짝 놀라며 말한다.
"어찌 아셨소"
"무슨 책인지는 모르나 거기에 쓰여있었다오"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
"그래서 매일 상상을 했소"
"하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오"
이민규가 무릎을 치며 말한다.
"바로 그겁니다."
"상상만 하면 현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왜냐면 장밋빛 미래를 '상상만'하는 사람들은 성공에 이르는 과정에서 더 쉽게 좌절할 수 있고 상상 속으로 도피를 계속하게 됩니다."
"영감님처럼요"
혹부리 영감은 말한다.
"그런가 보오"
"자꾸 상상하게 되고 현실은 변화지 않으니 좌절하게 되고 다시 상상하고 계속 반복하다가 지금 여기까지 왔다오"
"족집게 양반이시구려"
이민규가 말한다.
"하하하"
"목표를 달성하려면 두 가지의 동기가 필요하답니다."
"하나는 시발 동기, 그리고 또 하나는 유지 동기입니다"
시발 동기란 말에 혹부리 영감이 말한다.
"시발 동기 지금 나에게 욕하는 것이오"
"농담이오 농담 하하"
혹부리 영감은 농담까지 하면서 어느새 이민규 말에 빠져들고 있었다.
"시발 동기는 목표를 달성한 상태를 상상하는 것입니다. 지금 영감님이 하신 것처럼요"
"그리고 유지 동기는 목표 달성 방법에 의해 실행이라는 것을 해야 합니다"
"영감님이 사람과의 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실행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목표 달성을 하려면 낙관적인 태도와 비관적이 태도를 반드시 함께 갖추어야 합니다"
혹부리 영감은 의아해했다.
"비관적이 태도를 가지란 말이 이해가 안 가오"
"난관적인 태도를 가지려는 것도 힘들데 비관적이 태도를 가지라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민규가 말한다.
"비관적인 태도를 갖는 이유는 낙관적인 태도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을 예상해서 대비책을 세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상상을 실행한다 해도 순탄하게 흘러가진 않기 마련이죠"
혹부리 영감이 말한다.
"알았소, 이제 이해가 가는구려"
"지금 내가 여태껏 어떤 생활을 했는지 말이오"
이민규가 말한다.
"제 말에 동의하신다고 생각하니 매우 기쁩니다"
"요약해 드리면 "
"첫째, 원하는 상태를 이룬 자신의 모습을 생생하게 상상하고 거기서 얻게 될 이득을 최대한 찾아낸다"
"둘째, 목표 달성 과정에서 겪게 될 난관이나 돌발사태를 예상한다"
"셋째,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한다"
이민규의 말에 혹부리 영감은 기뻤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번도 진실된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자신이 피하거나 남이 피하거나 둘 중 하나였기 때문에 같이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아야겠다고 생각한 혹부리 영감은 이민규에게 묻는다.
"오늘 당신은 내 은인이오"
"당신의 말을 듣고 내 삶을 다시 생각해 봐야겠소"
혹부리 영감의 말을 듣고 이민규가 말한다.
"정말이십니까?"
"감사합니다"
혹부리 영감은 말한다.
"내가 더 감사하다오"
이민규가 신이 나서 말한다.
"영감님 그럼 제가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잘 이해하시고 그대로 해주시면 영감님의 삶은 틀림없이 변할 것입니다"
혹부리 영감은 말한다.
"정말 그리해줄 수 있소?"
"그리해준다면 평생을 은인으로 여기겠소"
이민규는 말한다.
"저는 영감님이 마음을 바꾸신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우선해야 할 일은 문제의 핵심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실행해야 할지 나온답니다"
"변화를 시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갖고 있는 문제와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아는 것'입니다.
"영감님의 문제는 혹으로 인한 남들의 시선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부끄러워하는 데 있습니다"
"우선 당당해지세요 물론 어려운 일입니다"
"그동안 해왔던 것이 있기에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습니다"
"남들이 시선이 부끄러운 건 사실로 받아들이시고"
"그 시선을 느낄 때 왜 부끄러운지 자신에게 물어보고"
"어떻게 하면 해결할지를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혹부리 영감은 말한다.
"당장은 떠오르지 않는구려"
"오늘 집에 가서 생각해 봐야겠소"
이민규는 말한다.
"그렇게 하세요"
"당부의 말씀을 드리자면"
"생각만 하시면 안 됩니다"
"생각을 하셨으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결정하세요"
"결정을 하셨으면 저를 찾아오세요"
이민규는 혹부리 영감에게 자신이 사는 집을 알려주었다.
혹부리 영감은 말한다.
"정말이오?"
"알겠소 내 그리하리다"
"정말 고맙소 "
혹부리 영감은 이민규의 손을 잡고 감사의 인사를 했다.
둘은 그렇게 헤어지고 혹부리 영감은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온 혹부리 영감은 남들의 시선이 왜 부끄러운지 자신만의 해결책을 생각했다.
"남들의 시선이 부끄러운 건 내가 내세울 것이 없기 때문이야"
"나에게 내세울 만한 것이 있다면 내 혹보다 그것에 시선이 갈 거야"
"그게 무엇일까?"
혹부리 영감은 방안에 있다가 마당에 서성거리다가 마루에 앉자 생각을 해보지만 도통 해결방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분명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면 답이 나온다고 했는데..."
긴 한숨을 쉬며 마루에 누웠다.
하늘을 보니 하얀 구름과 파란 하늘의 조화가 아름다웠다.
덤으로 새소리까지 들리니 혹부리 영감의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노래가 흥얼거렸다.
깜짝 놀란 혹부리 영감은
"바로 이거야"
"노래"
"내가 노래는 꽤 하잖아"
"그러니 노래를 아주 잘하면 남들 시선이 혹에서 내 노랫소리로 변할 거야"
"찾았어 찾았다고"
신이 나 혹부리 영감은 이튿날 이민규를 찾아갔다.
이민규의 집
누군가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이민규는 말했다.
"누구시오?"
대문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혹부리 영감이오"
"이민규 서생 집 아니오?"
잠시 대문이 열리더니 이민규의 모습이 보였다.
혹부리 영감은 반갑게 인사했다
"잘 계셨소?"
"당신 덕분에 내가 해야 할 일이 생겼다오"
"너무 기쁜 나머지 그날 바로 오려했으나, 선생이 당장 실행하라 해서 실행을 하고 오느라 좀 늦었소"
혹부리 영감의 말에 이민규가 말한다.
"아닙니다 하하"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오셨습니다"
"들어오시지요 "
이민규를 따라 혹부리 영감은 안으로 들어섰다.
"여기가 제 방입니다."
"아무것도 없지요 하하"
"전 정리가 잘 돼야 생각도 잘할 수 있고 실행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제 방엔 책만 있습니다"
혹부리 영감은 말한다.
"선생의 방은 내가 상상한 모습 그대로 구려"
"선생의 말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했다오"
이민규가 말한다.
"그것이 무엇인지요?"
혹부리 영감은 말한다.
"그날 마루에 누웠는데 하늘이 너무 아름다웠소, 새소리도 너무 청량하게 들리더이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노래가 흘러나왔소"
"그때 깨달았소, 어려서부터 노래를 좋아했다는 것을 요"
이민규가 말한다.
"정말 잘 됐군요"
"노래 연습하시느라 늦게 오신 거군요"
혹부리 영감은 말한다.
"맞소"
"당장 달려가 말해주고 싶었으나 선생에게 내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 연습을 하느라 늦었소"
"해보겠소 잘 들어주시오"
눈을 감고 이민규는 혹부리 영감의 노랫소리를 듣는다.
노래를 끝마친 혹부리 영감이 말한다.
"내 노래 어떻소?"
이민규가 말한다.
"오해 없이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노래는 잘 부르십니다"
"하지만 혹의 시선을 바꿀 정도의 느낌은 없습니다"
혹부리 영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나도 그리 생각했소"
"그래서 심히 우울했소"
"아무리 연습을 한들 나아지지 않았소"
이민규가 말한다.
"제가 저번에 말한 것 기억하십니까?"
"비관적인 것도 함께 가져가야 한다"
"생각나시는지요"
혹부리 영감은 말한다.
"기억하오"
이민규가 말한다.
"영감님은 노래를 잘하시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 영감님의 노래는 혹의 시선을 막을 수 없습니다"
"이것이 영감님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그걸 미리 예상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혹부리 영감은 말한다.
"선생 말이 맞소 "
"대비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지 잘 모르겠소"
"그 대답을 듣고 싶어 왔다오"
이민규가 말한다.
"과감하게 도전했지만 예상치 못한 복병을 우리는 만나 포기합니다"
"그런데 그냥 포기를 해버립니다. 대비책이 없이 말입니다"
"영감님의 한 가지 실수는 노래를 혼자 하고 혼자 듣는 데 있습니다"
"정확히 평가할 사람이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손뼉을 치며 혹부리 영감은 말한다.
"역시 내 생각과 일치하오"
"나 역시 내가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잘 판단이 안되오"
"이 연습이 맞는 건지도 도통 모른다오"
"그렇게 생각하니 또다시 우울했다오"
이민규는 말한다.
"그래도 영감님은 실행을 하셨습니다"
"거기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변화를 원하면서도 실천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그런대로 삶이 견딜 만하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충분히 고통스럽지 않기 때문이죠"
"절실히 원하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에 반해 영감님은 삶이 견디기 힘들고 지금은 절실히 원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당장 실천까지 하셨으니 아주 훌륭하십니다"
이민규의 칭찬에 부끄러워진 혹부리 영감
"부끄럽소"
"내 아직 멀었소"
"그런 칭찬은 과분하오"
이민규가 말한다.
"연습이 제대로 되는지 알 수 없다고 하셨고 그래서 우울하다고 하셨는데 거기에 대한 실행은 하셨나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혹부리 영감은 당황한다.
"아... 그게... 그러니깐"
이민규가 말한다.
"한 번의 실행이 끝났다고 그것이 끝난 게 아닙니다
"실행을 하면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끊임없이 대비하셔야 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실행을 해야 합니다"
"영감님은 혹의 시선을 바꾸기 위해 노래라는 문제 해결을 하셨지만 노래로 시선을 바꿀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실행은 하지 않으셨습니다"
"너무 시작부터 크게 잡으신 거 아니신지 우려됩니다"
"작게 시작하십시오"
"나중에 크게 이루면 됩니다"
혹부리 영감은 말한다,
"작게 시작하라니 무슨 말이오"
"노래로 시선을 바꿀 수 있는 것이 크단 말이오?"
이민규가 말한다.
"그 말이 아닙니다"
"노래로 시선을 바꿀 수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자신이 노래를 잘한다는 생각에 그 문제들을 생각하지 않고 혼자 노래하고 듣고 하시니 말씀드리는 겁니다"
"혹시 자신의 노래에 대한 선입견은 없으신지요?"
혹부리 영감은 말한다.
"어렸을 때 노래를 한번 한 적이 있는데 잘한다고 칭찬을 한번 받은 적 있소이다"
"태어나 처음 칭찬이라 아직까지 기억이 생생하다오"
"서생 말이 맞소 노래에 대한 자부심이 많이 있소"
이민규가 말한다.
"자부심이 있는 건 좋으나 자만심이 있으면 좋지 않습니다"
"영감님은 노래에 대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노래를 잘하려는 것도 중요하나 작은 것부터 성취한다고 생각하십시오"
종이에 무언가를 적더니 혹부리 영감에게 건네준다.
"이리로 찾아가 보십시오"
"노래 전문가이니 도움을 청해보십시오"
"까다로운 사람이나 최고의 노래 전문가입니다"
"제가 추천서를 적었으나 영감님을 받아줄지는 모르겠습니다"
"영감님이 진심을 그 사람에게 보여주시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누구든 진심을 담아 요청하면 놀라운 일은 일어나는 법이니까요"
이민규가 적은 종이에 이렇게 쓰여있었다.
"조선 최고의 노래 전문가 박진영"
박진영 집 앞
노랫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담 너머로 고개를 들고 보니 어린아이들이 누군가에 지시에 노래를 하고 있었다.
혹부리 영감은 이민규가 적어준 종이를 손에 꽉 지고 문 앞에 서있다.
긴장을 다소 한 탓인지 입술이 자꾸 말랐다. 침을 연신 발라보지만 소용이 없었다.
긴 숨을 한번 쉬고 문을 두들겼다.
"계시오?"
잠시 뒤 키가 큰 한 사내가 나왔다
"뉘시오?"
혹부리 영감이 말한다.
"아랫마을에 이민규 서생 소개로 왔소이다"
쪽지를 큰 사내에게 건네주었다.
쪽지를 본 큰 사내는 혹부리 영감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한다
"친구 글씨는 맞는 것 같소만 내가 가르치는 건 아이들뿐이요"
"영감님은 나이가 너무 많소이다"
"그리고 그 나이에 무슨 노래를 배우려고 하시오"
"그냥 사시던 것처럼 인생 편하게 사시오"
까칠한 사람인 줄은 알았지만 막상 들으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혹부리 영감은 아직 내 말을 듣지도 않고 판단한 박진영에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어떻게 안 되겠소"
"노래 아니면 안 돼서 그러오"
그러자 박진영은 말한다.
"그건 영감님 사정이지 제 사정이 아닙니다"
"아무리 친구의 부탁이지만 되는 게 있고 아닌 게 있습니다"
"어서 돌아가세요"
하며 문을 닫는다.
한동안 닫힌 문만 쳐다본 혹부리 영감
포기하고 갈까?라고 생각도 해봤지만 이민규의 말이 발목을 잡는다.
"아니야 선생이 진심을 담아 요청해보라고 했어"
"분명히 놀라운 일이 벌어질 거라고"
"여기서 포기하긴 일러"
혹부리 영감 문 앞에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쉬지 않고 계속 불렀다. 목이 아팠지만 참고 불렀다.
그렇게 두 시즌 동안 불렀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목이 쉬어 소리가 나오지 않았지만 있는 힘껏 불렀다.
끼익~~~ 하며 문이 열린다.
박진영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한다.
"영감님 고집이 대단하십니다"
"어휴 사정이나 들어봅시다"
"들어보고 제가 안된다고 하면 집으로 가시는 겁니다"
"아셨죠?"
혹부리 영감이 말한다.
"그렇게 하겠소"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힘들게 살았으며 죽으려는 절벽에서 이민규 서생을 만나서 이곳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혹부리 영감의 사연을 들은 박진영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진작에 말씀하시지 "
"알겠습니다. 제가 최고의 노래꾼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혹부리 영감은 말한다.
"감사하오."
"정말 감사하오. 열심히 하겠소"
박진영은 말한다.
"자 안으로 들어오세요"
"많이 힘드실 것이나 잘 해내시리라 믿습니다"
혹부리 영감은 말한다.
"제가 지금껏 살아온 인생보다 힘든 적은 없었소"
"내 힘들어도 절대 포기는 안 할 것이오"
박진영이 말한다.
"영감님의 그 패기 마음에 듭니다"
노래를 배운 지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고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박진영의 고함소리가 들린다
"공기 반 소리반이라고 했습니다"
"고음을 낼 때는 몸에 힘을 빼시라고요"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니 소리가 뻗어나가지 못하잖아요"
혹부리 영감은 말한다.
"알겠소이다"
"그만 성내시오"
"사랑, 사랑, 내 사랑이여~~~ 어이~~~~"
박진영은 말한다.
"좀 더,,,, 좀 더,,,, 감정을 실으시라고요 감정을..."
"그렇게 하면 마음을 움직일 수 없어요"
"자 처음부터 다시....."
계절이 바뀌고 일 년이 지났다.
박진영이 말한다.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다 가르쳐 드렸습니다"
"이제부터 영감님이 스스로 터득을 하셔야 합니다"
"누군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시고 연습하세요"
"많은 사람들이 영감님의 노래를 듣고 싶다는 상상을 하세요"
혹부리 영감이 말한다.
"그동안 감사했소"
"이은혜 잊지 않으리다"
"안녕히 계시오"
그렇게 혹부리 영감은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혹부리 영감은 장터에 가서 소리가 멀리 퍼질 수 있는 높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혹부리 영감의 혹을 보고 수군거렸다.
하지만 혹부리 영감이 개의치 않았다.
"사랑, 사랑, 내 사랑이여~~~ 어이~~~ 어화둥둥 내 사랑이여~~"
"이리 보아도 내 사랑, 저리 보아도 내 사랑"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노래를 하니 사람들의 시선이 노랫소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혹부리 영감의 노랫소리에 어떤 이는 춤을 추기도 하고 어떤 이는 같이 부르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박자를 맞추어 주었다. 온 장터에 혹부리 영감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노래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소문은 금방 퍼져 나갔다.
혹부리 영감의 노랫소리에 감동한 사람들은 너도 나도 혹부리 영감이 찾아 회갑잔치 돌잔치 고을 잔치에 초대하였다.
그토록 싫어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지금은 너무나 황홀하고 좋았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자 왠지 쓸쓸한 감정이 들었다.
분명 사람들의 시선은 다른 시선으로 바뀌었는데도 우울한 감정이 든 건 왜일까?
안 되겠다 싶어 이민규 서생을 찾아갔다.
이민규 집 문을 두드렸다.
"이보시오 선생, 나 혹부리 영감이오"
이민규가 문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영감님"
"이 마을 저 마을이 다 영감님 이야기뿐입니다"
"이제는 남들의 시선이 그리 나쁘지는 않으시죠?"
혹부리 영감을 말했다.
"그렇소 이제는 그 시선을 즐기고 있소이다"
"하지만 한쪽 구석에 쓸쓸한 감정이 자꾸 나와 괴롭히는 구려"
"어떡하면 좋겠소"
"내 그것을 물어보려 왔소'
이민규가 말한다.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둘은 방으로 들어가고 서로 마주 보고 앉는다
이민규가 말한다.
"영감님 제가 생각할 때는 남들의 불편한 시선을 느끼지 못해서입니다"
"자기가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과 불일치한 기분을 느끼면 모순이라 생각해서 우울해지거든요"
"아직까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계신다고 생각이 드네요"
혹부리 영감이 말한다.
"선생 말을 들으니 그런 것 같소"
"확실히 내 혹보다 노래에 관심이 많아진 건 사실이오"
"한편으로는 내 노래에 관심이 없어진다면 예전으로 돌아갈까 봐 겁이 난다오"
"그래서 슬슬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오"
"전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면 할수록 더 눈치를 보고 있으니 큰일이오"
이민규가 말한다.
"죽도록 열심히 일한다고 삶이 나아진다고 할 수는 없어요"
"지금 영감님은 효율적으로 일하시는 것과 같습니다"
"효율적이란 성과와 상관없이 노련하게 일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효과적으로 일을 해야 성과나 기여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효과성은 고려하지 않으면서 그냥 일만 열심히 합니다"
"영감님, 무작정 사람들이 부른다고 가서 노래를 하시면 효율적이 될 수밖에 없어요"
"영감님의 가치는 스스로 높이는 겁니다"
"효과성에 주목하셔야 합니다"
"유명한 집이나 자신의 노래를 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곳에서만 하세요"
"혼자만의 조용한 장소를 찾고 거기서 노래 연습과 자신의 가치를 어떻게 높일지 생각해보세요"
혹부리 영감은 말한다.
"알겠소 "
"역시 선생에게 오길 잘했소이다"
"내 마음이 후련해지는 것 같소"
"감사하오"
혹부리 영감은 그 뒤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 곳에서만 했다.
산 중턱에 조용한 폐가에서 노래 연습을 하고 생각을 정리를 하고 실행을 했다.
평소와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그날따라 너무 피곤함을 느낀 혹부리 영감은 폐가에서 낮잠을 잤다.
일어나 보니 어둑해져 도저히 집에 갈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오늘은 여기서 자야겠다고 했지만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무서움을 달래고자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랫소리를 누군가가 듣고서 혹부리 영감이 있는 폐가로 들어왔다.
혹부리 영감은 깜짝 놀랐다.
다름이 아닌 도깨비들이었다.
그중 비쩍 마른 도깨비가 혹부리 영감에게 물었다.
"이봐 영감 지금 노래한 거 영감이 한 거 맞아?"
혹부리 영감은 벌벌 떨며 말했다.
"내.... 내가 불렀소"
뚱뚱한 도깨비가 말한다.
"영감, 노랫소리가 너무 좋아서 그러니 하나 소설만 다시 불러봐 "
혹부리 영감이 말한다.
"지금요..... 전 못합니다"
키 큰 도깨비가 말한다.
"영감 우리가 누군지 몰라"
"우린 도깨비라고"
"그것도 무지막지한"
"시킬 때 하는 게 좋아"
도깨비들은 혹부리 영감을 에워싸고 노려봤다.
너무 무서워 혹부리 영감은 두 손을 머리를 감쌌다.
그 순간 이민규 서생이 한 말이 떠올랐다.
"영감님 "싫다"라고 말해보세요 그럼 "예"가 쉬워진답니다"
이 상황에서 왜 이 말이 떠올랐는지 혹부리 영감도 몰랐다.
싫다고 하면 도깨비들이 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이민규 서생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싫소이다"
"내 노랫소리는 그렇게 쉽게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오"
"차라리 날 죽이시오"
혹부리 영감의 당당한 말에 도깨비들은 화들짝 놀랐다.
비쩍 마른 도깨비가 말한다.
"영감 그러지 말고 한번 해줘"
"며칠 뒤 노래자랑이 있어서 그래"
"거기서 일등을 해야 하거든"
혹부리 영감이 말한다.
"그거야 당신들 사정이지"
"내 노랫소리는 아무 데서나 들려줄 수 없어"
뚱뚱한 도깨비가 말한다.
"어떤 걸 원하는데"
"우리가 다 들어줄게"
"혹시 금은보화가 필요해?"
뚱뚱한 도깨비가 방망이를 딱 치니 금은보화가 혹부리 영감 앞에 나타났다.
혹부리 영감은 자신 앞에 금은보화를 보고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뻔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혹부리 영감
키 큰 도깨비가 말했다.
"너 얼굴에 있는 거 혹이야?"
"혹시 거기서 노래가 나오는 건 아니겠지?"
그 소리에 혹부리 영감의 눈이 반짝거렸다.
"혹에서 나오진 않소"
"정 듣고 싶으시면 내 혹을 좀 떼어주구려"
"그럼 노래를 해보겠소"
"그리고 노래도 가르쳐 드리리다"
혹부리 영감의 말에 도깨비들은 신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노래를 들려주는 것만 아니라 가르쳐 준다고..."
"정말이야?"
뚱뚱한 도깨비가 혹부리 영감의 혹에 방망이를 가져다 대자 혹이 똑떨어졌다.
"자 됐지"
"이제 노래를 불러봐"
혹부리 영감은 얼굴에 있는 혹이 떨어지자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자 노래 시작하겠소"
"사랑 사랑 내 사랑......."
혹부리 영감의 노랫소리에 도깨비들은 신이 나 춤을 추었다.
그리고 혹부리 영감은 도깨비들에게 노래를 가르쳐주었다.
"어허... 공기 반 소리 반..."
"몸에 힘을 빼고 배에 힘을 주라고"
........
얼마나 지났을까?
새벽닭이 힘차게 울어댔다.
도깨비들은 놀라서 혹부리 영감에게 말한다.
"영감 오늘 정말 고마웠어"
"덕분에 노래자랑 1등 할 수 있겠어"
"고마워 그리고 금은보화는 우리들 마음이니 가져가 "
"그럼 안녕"
혹부리 영감은 도깨비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털썩 주저 안 졌다.
"휴 너무 긴장했더니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네"
"얼굴에 혹을 떼다니... 상상이 정말 현실이 됐네"
"게다가 금은보화까지...."
"어서 이사실은 이민규 서생에게 알려줘야겠어"
그렇게 혹부리 영감은 혹도 떼고 금은보화도 얻고 게다가 노래까지 잘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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