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영업자입니다.
일요일 아침, 햇빛이 유난히 맑고 따가웠다. 매장 안 에어컨을 틀었지만, 더위는 출입문 틈을 비집고 들어와 내 어깨 위에 조용히 내려앉았다.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는 신호였다. 문득 달력을 보니 벌써 6월. 1월에 다짐했던 수많은 계획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그래도 오늘은, 내가 나를 꺼내야 하는 날이었다.
나는 매장 문을 잠그고 운동화를 신었다. 경기 침체, 오르는 인건비와 재료값, 그리고 한산한 가게 안. 현실의 무게는 가볍지 않았지만, 그 무게로부터 나를 놓아줄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산으로 향했다.
한동안 산은 나와 거리가 멀었다. 매일 새벽 문을 열고 밤늦게 불을 끄는 삶 속에서 자연은 늘 뒷전이었다. 그러다 8개월 전, 허리 디스크가 터졌고 나는 일도, 움직임도 모두 멈춰야 했다. 모든 게 무너져내리는 듯했다. 억울했고, 참 많이 속상했다. 누구보다 성실히 살아왔던 지난날들이 부정당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오늘, 나는 다시 산 입구에 서 있었다. 오르막길은 길었고 숨이 찼지만, 나는 기꺼이 그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가게 걱정, 통장 잔고, 임대료 문자… 이 모든 것들로부터 한 걸음이라도 멀어지고 싶은 마음에 힘껏 달렸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무엇인가가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200미터도 되지 않아 숨이 턱 막히고 다리는 휘청거렸다. "멈춰도 돼. 넌 이미 충분히 힘들었잖아." 내 안의 목소리가 속삭였다. 시야엔 안개가 끼고 마음은 점점 주저앉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기억 하나가 가슴을 쳤다. 매장 간판을 처음 달던 날, 첫 주문을 받던 날, 마감을 마치고 바닥을 닦으며 ‘오늘도 해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던 그 밤들. 그 날의 나를 기억해냈다. 그 따뜻하고 빛나던 순간들이 내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나는 멈추는 대신 제자리에서 뛰기 시작했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아도 괜찮았다. 중요한 건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하나였다. 땀은 흐르고, 숨은 거칠었지만, 내 안에 있던 의지가 다시 살아나는 게 느껴졌다.
3분쯤 지나자 폐가 다시 숨을 받아주었고, 나는 다시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길은 여전히 오르막이었지만, 이제는 두렵지 않았다. 땀이 흐르고 다리가 후들거려도, 그 속에 분명 ‘살아있음’이 있었다.
마침내 산 정상에 도착했을 때, 나는 두 팔을 세상 끝까지 벌렸다. 그리고 마음껏 숨을 들이마셨다. 매장에서 마시던 무거운 공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작 같은 공기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마치 내가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 나는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그래, 오늘 나는 다시 걷고, 다시 뛰었다.”
장사는 언제나 쉽지 않다. 변화는 느리게 오고, 노력은 때로 바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안다. 멈추지 않는 마음이 결국 무언가를 만든다는 걸.
오늘의 이 달리기가, 오늘의 이 숨이, 분명 내일을 바꿀 거라고 나는 믿는다.
내가 멈추지 않는다면, 삶도 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처럼, 나는 계속 나아간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