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기반으로 하는 대화식 서평입니다.
등장인물
달러구트, 시원시원, 페니, 스피도, 모그베리, 모태일, 그리고 비고 마이어스
팅커벨이 준 알약 덕분인지 아니면 늦게까지 대화를 나눈 덕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잠에 빠져들었다.
그 순간 무지개 회오리가 내 앞에 펼쳐져 있고 몸은 거기로 향하고 있었다. 난 멈추려고 있는 힘을 다해 발버둥을 쳤지만 그럴수록 무지개 회오리는 어느새 나를 집어삼켰다.
잠시 후 멀리서 파란 하늘이 보였다. 무지개 회오리는 나를 그 공간에 사뿐히 내려 앉히더니 연기처럼 사라졌다.
누군가가 나를 툭 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그 사람은 반쯤 눈이 감긴 상태였고 옷도 반바지만 입고 있었다.
그리고 입으로는 연신 중얼거렸는데 그 말을 알아들을 순 없었다.
"부딪히고 갔으면 사과라도 하는 게 예의 아냐?"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그보다도 여기가 어딘지 아는 게 급선무였다.
나는 먼저 주위를 둘러보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베개나 인형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다니는 사람, 입에 잔뜩 음식을 묻힌 사람, 게임기를 손에 든 사람, 아무것도 안 걸친 사람, 나와 부딪힌 사람처럼 아래만 입은 사람, 심지어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활보하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들 사이로 뛰어다니는 삽살개같이 털이 엉켜 있는 동물들이 보였는데 두발로 뛰어 당겼으며 앞발은 곰 발보다도 더 컸다. 거기에 발톱은 길게 구부러져 있고 다양한 잠옷들이 걸려있었다.
바닥은 파스텔 톤으로 초록 물결과 연핑크 물결무늬가 서로 엇갈려 있었다.
한번 걸어보았는데 매우 부드러웠으며 탄력도 제법 있어 힘차게 구르면 높이 점프까지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신발을 거의 신지 않고 맨발로 다녔다. 가끔가다 신발만 신고 활보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면 고개가 저절로 다른 곳을 향했다.
다행히 내 모습은 위아래 타이즈를 입고 있었는데 이 공간에서는 제법 걸쳐 입은 축에 속한다.
이 공간에서 제일 특이한 건 해와 달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하늘은 한쪽은 새벽하늘의 파란색이었고 다른 한쪽은 저녁노을처럼 붉은색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고 있을 때쯤 누군가 내 어깨를 툭툭 쳤다.
긴 손톱 때문인지 조금 따끔거려 눈썹이 조금 움직였다. 고개를 돌리니 아까 옷을 들고 다니는 털북숭이 동물이었다.
"여기 처음이신가요?"
털북숭이 동물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잠옷을 주기 위해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하지만 위아래의 타이즈를 입고 있는 내 모습을 보더니
"새로운 패션이군요"
"조금 민망한 부분도 있지만 그런대로 양호하네요"
털북숭이 동물의 말에 저절로 손이 밑으로 향했다. 그리고 숨을 크게 들키고 힘을 주어 둥근 보름달 배를 가리자 타이즈가 헐렁해졌다.
"여기가 어디인가요?"
조심히 털북숭이에게 물었다.
"역시 제 촉이 맞았군요"
"처음 오신 분들은 대게 멍하니 서있는 경우가 많아 우리 녹틸루카들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어요"
"여긴 꿈을 사는 마을이랍니다"
털북숭이가 녹틸루카라는 사실을 알았고 꿈을 살 수 있다는 사실에 내 작은 눈이 커졌다.
입을 벌리고 있는 나를 보며 녹틸루카가 말한다.
"처음 오신 분들도 목적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디를 찾고 계시나요?"
너무 동화 같은 공간에 빠져 있어 순간 내 목적지가 어디인지 까먹었는데 다행히 녹틸루카의 질문에 떠올릴 수 있었다.
"팅커벨이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을 가보라고 했어요"
"거기를 찾고 있는데 혹시 가는 길을 아시나요?"
녹틸루카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워낙 털이 수북해서 고개를 끄덕임 자체의 움직임을 없었지만 느낌으로는 알 수 있었다.
녹틸루카는 내 옆으로 왔다. 그때 보슬보슬한 털이 내 팔과 다리를 건드렸다. 너무 부드러워서 녹틸루카가 눈치를 못 챌 정도로 손가락으로 건드려 보았다. 부드러운 털이 손가락 사이에 들어오자 쓰다듬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이런 내 마음에는 관심이 없는 녹틸루카는 앞발을 들어 검지의 긴 손톱으로 한 곳을 가리킨다.
그곳을 따라 내 시선을 움직였다.
산 아래에 마을에서 제일 높은 집이 보였다.
"상점 같진 않아 보이는데 저기가 달러구트 꿈 백화점인가요?"
내 의심이 녹틸루카에게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네 저기가 바로 당신이 찾고 있는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이에요"
"물론 여기서 보면 상점 같지 않아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무척 황홀하고 여타 상점보다는 더 아름다운 외관을 가졌죠"
녹틸루카는 그 모습을 상상하면서 자신을 앞발을 이용해 아름다운 몸짓을 하며 말했다.
"이곳이 오늘 처음이니 제가 당신을 저기에 데려다 줄게요"
"자 제 목을 잡으세요"
"단단히 잡으셔야 돼요"
녹틸루카는 자신의 머리를 숙인다.
난 녹틸루카의 목을 끌어안았다. 부드러운 털에 내 몸이 반쯤 덮어서 따뜻함이 밀려왔다.
상쾌한 나무 향이 내 콧속으로 들어왔다.
녹틸루카는 발을 힘차게 굴렀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나와 녹틸루카는 하늘로 붕 떴다. 그리고 팔을 펼쳤다.
그때 털 때문에 보이지 않던 날개가 드러났다.
녹틸루카는 날개를 이용해 바람을 타고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으로 향했다.
어느새 꿈 백화점 도달한 녹틸루카는 날갯짓을 펄럭이며 사뿐히 정문 앞에 착지했다.
"다 왔어요"
"여기가 달러구트 꿈 백화점입니다"
녹틸루카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 키의 3배가 넘는 큰 나무 문에는 고풍스러운 조각들이 새겨져 있었고 그 주위엔 초록 넝쿨이 둘러싸여 있어 한층 더 신비로운 분위기를 주었다.
"데려다주어서 고마워요"
녹틸루카는 내 말에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털 때문에 그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그 느낌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자 그럼 꿈 백화점에서 좋은 꿈 사 가시지 바래요"
"전 바빠서 이만"
녹틸루카는 힘차게 발을 굴러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때 분 바람이 녹틸루카의 나무 향기가 숨 쉬는 곳으로 들어와 상쾌함을 느꼈다.
점점 작아지는 녹틸루카에게 손을 흔들고는 뒤를 돌아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보았다.
문은 양문이었는데 한쪽 물은 열려 저 있었다. 그 안으로 꽤 많은 사람들과 동물들 그리고 점원들이 보였다.
정문에 들어서자 한 여자가 인사를 한다.
그 여자의 모습은 연한 초록색 파스텔 톤 원피스에 하얀 카디건을 입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기다렸답니다"
기다렸다는 말에 깜짝 놀라 물었다.
"저를 기다렸다니요"
"그게 무슨 말인지..."
나의 당황한 표정이 웃기는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혹시 시원님 맞으시죠?"
"네, 제가 시원입니다만"
"사장님께서 시원님이 오실 거라고 해서요"
여자의 가슴 왼쪽에 이름표가 보였다. 거기에는 페니라고 쓰여있었다.
"제가 올 줄 알았다는 말이네요"
"놀랍네요 전 여기 처음이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제가 올 줄 알았을까요?"
페니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건 저도 잘 알지는 못해요"
"다만 어제 레프라혼 요정이 사장님을 만나고 갔답니다"
"그리고 사장님께서 절 호출하셔서 오늘 시원님이란 남자분이 오시면 자기에게 데려오라고 했어요"
"제가 아는 건 여기까지네요"
레프라혼 요정이라면 팅커벨이 말한 그 요정이 아닌가?
그제야 이해가 갔다. 팅커벨이 레프라혼 요정에게 내 이야기를 한 것이었다.
"그러면 페니 씨? 페니 씨라고 불러도 되죠?"
"명찰에 그렇게 쓰여있길래요"
싱그런 미소를 짓는 페니가 말했다.
"그럼요 그렇게 부르시는 게 전 더 좋답니다"
"여기요, 이봐요, 저기요 이런 말은 좀 그래요"
"그래서 명찰도 있는 건데...."
"모든 손님이 시원님처럼 절 페니 씨라고 불렀으면 좋겠어요 "
괜히 머쓱해져서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페니에게 물어봤다.
"혹시 사장님이 달러구트씨 인가요"
"제가 아는 어떤 사람이 달러구트씨를 만나보라고 해서요"
페니는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을 따라오라고 말했다.
페니는 로비 가운데를 지나 2층 계단으로 올라갔다.
나는 페니의 뒤를 따라서 걸어갔다.
계단 오른편에 오래된 문 하나 가 있었는데 그 문을 페니가 손으로 두드렸다.
"사장님 시원님이 오셨습니다"
페니의 말에 오래된 문이 삐~~ 이익 마찰 소리를 내며 열린다.
문이 열리자 정갈한 셔츠 차림에 키가 크고 마른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남자는 흰머리와 검은 머리가 적절히 섞인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쓸어 넘기더니 말했다.
"시원님이시군요"
"어서 와요"
남자는 나에게 인사를 하더니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난 그 남자의 손을 맞잡았다. 그의 손은 주름이 많고 말랐지만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 왔다.
"시원이라 합니다."
달러구트는 페니를 보며 말했다.
"수고했어요 페니 양"
"시원님 안으로 들어오시죠"
달러구트의 안내에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사무실 안에는 오래된 집기들이 대부분이었다. 집기들은 나무와 철제로 되어있는데 대부분 오래된 것들이라 꿉꿉한 냄새가 났지만 역하진 않았다. 오히려 그 향기 때문에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 풀렸다.
달러구트는 오래된 철제 나무의자를 끌고 왔다.
"여기에 앉으세요
"그리고 이건 제가 좋아하는 쿠키인데 한번 드셔 보세요"
"기분이 차분해집니다"
달러구트가 권한 쿠키를 집어 들고 의자에 앉았다. 그때 삐익 소리가 나서 조금 놀랐다.
쿠키를 한입 베어 물자 고소함이 입안으로 들어왔다.
"어제 레프라혼 요정이 다녀갔습니다.
"그들이 말하길 귀한 손님이 올 예정이니 잘 부탁한다고 하더군요"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레프라혼 요정이 부탁을 하는 편이 아니라서요"
"그 부탁을 듣고 시원님이 매우 궁금해졌답니다"
"그래서 손님 목록을 찾아보았어요"
"오래전에 한번 오셨더군요"
내가 왔었다는 말에 놀라 물었다
"제가요?"
"전 기억이 나질 않는데...."
"동명이인 아닐까요?"
의자를 반쯤 걸터앉자 자신으로 몸을 기울인 채 놀란 표정을 짓는 나를 보며 웃는 달러 구트가 말했다.
"아주 어릴 적이에요"
"기억이 나질 않는 건 당연한 겁니다"
"그래도 냄새와 분위기는 오래되어도 남을 텐데..."
달러구트는 한 손으로 턱을 만진다.
그 모습도 왠지 낯설게 느껴지진 않았다.
"네 맞아요"
"처음에는 매우 낯설었어요"
"커다란 문이며 로비에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위에 조명까지..."
"눈으로 보이는 건 낯설었는데 느낌은 그게 아니었어요"
"냄새며 분위기며 소품 하나하나까지 어디서 본 것처럼 친근하더군요"
"달러구트씨 말처럼 내 기억 속에 깊이 저장이 되어있었네요"
난 어릴 적에 여기 온 내 모습을 잠깐이지만 상상을 하였다.
이런 내 모습을 바라보는 달러구트는 손깍지를 꼈다.
달러구트 눈빛이 달라졌음을 난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른 음성으로 달러구트가 말한다.
"시원님이 사갈 꿈에 대해 무척 궁금하군요"
"어떤 꿈을 원하시나요?"
단도직입적인 달러구트의 말에 조금 움찔거렸지만 내가 가진 생각은 변함이 없기에 당당히 말할 수 있었다.
"전 저를 알고 싶습니다"
달러구트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을 알고 싶다니요?"
"감정을 알고 싶다는 건가요?"
"가령 짝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이거나, 상대방의 마음..."
"자신의 소망 같은 건가요?"
"너무 포괄적이네요"
달러구트는 생각지도 못한 내 말에 의문을 품었다.
그런 달러구트에게 대답했다.
"포괄적이긴 하나 한 가지로 좁힐 수 있어요"
"지금의 나의 모습을 내가 제삼자로 바라본다면,,,,"
"내가 나오지만 정작 나는 내 행동을 보면서 바라보는 거죠"
"원래 사람이란 자기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착각이죠"
"자신을 제일 모르는 건 바로 본인이죠"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전 저에 대해 알고 싶답니다"
달러구트는 아무 말 없이 나를 쳐다보았다.
난 쑥스러워 고개를 이따금 숙였다. 이제는 됐겠지 하며 고개를 들면 여지없이 달러구트의 눈과 마주쳤다.
한동안 우리는 그렇게 말없이 나는 달러구트의 다리를, 그는 내 정수리를 보았다.
달러구트가 침묵을 깼다.
"마땅히 지금 생각이 떠오르질 않네요"
"저희 매니저들이 알 수도 있으니, "
"제가 이미 말해놓았답니다"
"2층부터 5층까지 다니면서 직원들에게 물어보세요"
"시원님이 바라는 대답을 나올 수도 있을 겁니다"
"그동안 저도 시원 님의 꿈에 대해 생각해 볼게요"
지금 해답을 들을 수 없어 아쉬웠지만 달러구트의 말대로 해보자는 생각을 들었다.
자리에서 일어나자 어김없이 의자는 삐~익 소리를 내었다. 손으로 의자를 흔들자 그 소리가 다시 들렸다.
"의자 다리의 나사가 좀 풀린 것 같네요"
난 다시 의자를 흔들며 달러구트에게 보여주었다.
달러구트는 알았다는 손짓을 내게 보여주었다.
가볍게 달러구트에게 인사를 한 뒤 문 옆에 있는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은 매우 깨끗했다. 목재 진열장이 규격에 맞게 잘 배치되어 있었고 어느 곳 하나 앞으로 나오거나 뒤로 들어가거나 하지 않았다. 군대로 치면 군악대같이 배열이 딱 들어맞았다. 사람들은 제법 많아 보였으면 각자 손에는 꿈 상자가 하나씩 들려있었다. 아마 여기 매니저는 꽤 능력이 있는 것 같았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한 남자가 다가온다. 앞치마를 두른 직원들과 달리 고급 재킷을 차려입고 가슴에 브로치에 비고 마이어스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그가 다가올 때마다 가슴의 브로치가 조명에 반짝였다.
"시원님이시죠?"
"전 2층 매니저 비고 마이어스라고 합니다"
"그냥 마이어스라고 불러주세요"
그의 말에 가볍게 손을 뻗어 악수를 청했다
"전 시원이라고 합니다"
"괜히 저 때문에 번거롭게 하는 건 아닌지요"
그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닙니다. "
"시원님은 어떤 꿈을 원하세요"
난 달러구트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마이어스에게 대답했다.
"나를 찾는 꿈 이런 꿈이 있을까요?"
마이어스도 달러구트와 마찬가지로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글쎄요 "
"2층은 주로 일상적인 걸 판매하는 곳이긴 하나..."
"소소한 여행을 가거나 친구를 만나는 꿈, 그리고 어릴 적 추억 등등 지극히 일상적인 것을 판답니다"
"언뜻 시원 님의 원하는 꿈이 일상적이긴 하나 여기선 자신이 주인공이라서요"
"시원님이 찾는 것은 여기에 없을 것 같네요"
마이어스 말에 슬픈 표정을 지었다.
"할 수 없지요"
힘없는 대답에 마이어스는 내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너무 걱정 마세요"
"3층은 좀 더 자신이 바라는 꿈이 많답니다"
"거기로 가보세요"
마이어스는 나를 계단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난 가볍게 목 인사를 하고 3층으로 올라갔다.
3층은 2층보다 훨씬 화려했다.
조명도 여러 가지 색으로 반짝였고 벽에는 다양한 상품의 포스터들이 보였다.
마치 외국의 바에 온듯한 느낌이 들었다. 음악소리도 그 느낌을 주는 역할을 했다
그 음악소리에 어깨를 살짝 흔들었는데 누군가 볼까 봐서였다.
진열된 상품 중에는 환상의 꿈, 정의의 수호자 스톰, 우주여행의 상자들이 보였다.
때마침 한 소년이 정의의 수호자 스톰을 집었는데 옆에 있던 직원이 말했다.
"히어로 물입니다. 영웅이 되거나 괴물이 되는 건데 무엇이 나올지는 몰라요"
"하지만 몰입은 잘 될 겁니다. 워낙 유명한 꿈 제작가가 만들었답니다"
소년은 직원의 말에 대답했다.
"딱 내가 원하는 거예요"
"얼마 전 아이언맨을 보았어요"
소년은 상자를 가슴에 안고 웃었다.
나도 그 소년처럼 내가 원하는 꿈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찰나 누군가 나에게 인사를 한다
"시원님이시죠?"
다정한 인사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2층 마이어스처럼 그 여자 왼쪽 가슴에 모그 베리가 쓰여 있는 브로치가 보였다.
"아 네, 제가 시원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모그 베리는 내가 청한 악수를 하더니 꿈 상자 하나를 보여주었다.
거기엔 ' 하늘을 날아오르는 꿈"이라 쓰여있었다.
모그 베리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저의 층에서 제일 잘 나가는 거예요"
"하나밖에 안 남았답니다"
난 모그 베리에게 나 자신을 찾는 꿈을 원한다고 말했다.
아쉽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모그 베리가 상자를 진열장에 올려놓고 말했다.
"레프라혼 요정의 최신작인데 아쉽군요"
"하늘을 날아올라 기분이 좋아지면 자신을 알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모그 베리는 조금 억지라고 생각했는지 말끝을 흐린다.
난 그런 모그 베리에게 미소를 지었다.
"괜찮습니다. 하하"
"그래도 저를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그 베리와 인사를 한 뒤 4층으로 올라갔다.
4층은 낮잠용 꿈을 파는 곳인데 거기엔 사람보다 동물들이 많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얕은 잠은 자는 동물들이기에 낮잠용 잠은 동물들 몫이었다.
갓 태어난 아기들도 많았는데 아기들 역시 잠자는 시간이 짧기 때문이었다.
아기들을 보며 나도 혹시 이때 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상점 끝에서 장발을 휘날리며 나에게 오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여러 동물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하며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스피도라고 합니다"
"4층 매니저입니다"
그 역시 가슴 왼쪽에 브로치를 달고 있었다.
"전 시원이라고 해요"
다시 스피도에게 내가 원하는 꿈을 말했다.
마치 데자뷔처럼 말이다. 오늘 하루만 벌써 똑같은 말은 4번이나 했으니....
내 말을 들은 스피도 역시 고개를 갸우뚱했다.
"자신을 찾는 꿈이라"
"제가 여기 매니저로 8년을 있었지만 시원님이 원하는 꿈은 처음 들어보네요"
"여긴 주로 동물들이나 아기들 또는 잠깐의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서 시원님이 원하는 것을 찾기는 힘들 것 같네요"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예의 있는 스피도 말이 조금을 위로가 되었다.
하지만 연이어 내가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하자 실망감이 밀려왔다.
내 표정은 그것을 온전히 담고 있어서 스피도는 내 감정을 알아차렸다.
"실망하지 마세요"
"5층은 예전에 있는 것들이 많아요"
"아마 제가 지나친 것들도 있을 겁니다"
"가끔가다가 희귀한 꿈들도 발견이 되니까요"
스피도에 말에 거기라면 정말로 있을 것 같았다.
난 스피도와 인사를 하고 5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단숨에 올라갔다.
5층은 다른 층보다 직원과 손님들로 북적였다.
바로 내 앞에 있던 한 남자 직원은 매대 위로 올라갔다.
그는 매장이 울릴 정도로 크게 외친다.
"오늘만 특별히 1+2입니다"
"하나를 사면 두 개를 드리는 초대박 찬스"
그의 말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내 몸은 사람들이 밀침 속에서 밖으로 점점 밀려났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내 꿈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4층으로 내려가려는 찰나 누군가 소리친다.
"시원님이시죠!!!"
사람들 사이로 힘겹게 비집고 나오는 남자가 말한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손님 지나가겠습니다"
"손님 잠시만요"
힘겹게 나온 그의 얼굴을 뻘겋게 달아올랐다.
가쁜 숨을 몰아세우고 말했다.
"시원님 그냥 가시면 어떡해요"
"절 만나고 가셔야지요"
"여기까지 올라오셨다는 건 아직 원하는 꿈을 못 찾으셨다는 말인데..."
"이쪽으로 와보세요"
쉴 새 없는 그의 말과 손에 이끌려 따라갔다.
"어떤 꿈을 원하시나요?"
곁눈으로 그의 가슴에 브로치를 보았다.
5층 매니저의 이름은 모태일
모태일의 물음에 또 한 번 말하려니 조금 짜증이 났다.
내가 찾는 꿈에 대해 미리 팅커벨에게 말해놓지 않은 걸 후회했다.
"전 나를 찾는 꿈을 꾸고 싶어요"
모태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모태일은 가림막을 걷어내더니 큰 상자를 꺼내왔다.
상자 속에는 다양한 꿈들이 들어있었다.
"제가 사 가려고 모아둔 꿈들입니다"
"제 보물이나 마찬가지죠"
"자 골라보세요"
모태일은 자신이 모은 보물 상자를 뿌듯하게 보며 말했다.
난 모태 일이 가져온 상자를 보았다.
거기엔 "연예인과의 데이트", "남자가 되는 법", "첫 경험" 등 제법 야한 꿈들이 있었다.
모태일은 남자가 되는 법을 집어 들며 말했다.
"시원님 자신을 알려면 우선 남자가 되어야죠"
"이것을 꾸면 분명히 자신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모태일의 말에 그것보다는 ' 첫 경험'이 당기는군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아뇨 제가 알고 싶은 건 그런 원초적인 것이 아닙니다"
"전 저를 느끼고 싶어요"
모태일은 이번에도 씩 웃으며 상자를 뒤진다.
그러더니 '취향저격'을 꺼낸다.
"자신을 느끼려면 이것만 한 게 없죠"
사실 궁금하긴 했지만 강하게 부인했다.
"그런 것이 아니에요"
모태일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가 도움을 드리지 못할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난 그런 모태일의 말에 미안함을 느꼈다.
"아닙니다."
"제가 너무 까다로운 꿈을 원해서 미안합니다"
모태일과 인사를 하고 계단을 내려왔다.
2층에 달러구트의 사물실 앞에 도착했다.
축 늘어진 손으로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내 어두운 표정을 보자 달러구트는 말했다.
"원하는 것을 찾지 못했군요"
"음.... 어쩐다..."
"거기 서있지 말고 여기에 앉으세요
이대로 갈까 하다가 달러구트의 말대로 의자에 앉았다.
여전히 삐익 거리는 의자를 보니 내가 고쳐 주고 싶었다.
달러구트가 나를 보며 말했다.
"같이 고민해 보죠"
"자신이 나오는 꿈을 자신이 관찰하는 꿈을 꾸고 싶다는 거죠?"
난 힘없이 대답했다.
"네.."
달러구트는 갑자기 일어나 문을 연다.
그리고 1층에 있는 페니에게 말했다.
"페니 2층에 가서 마이어스 좀 오라고 해 줄래"
페니의 목소리가 문에서 들려왔다.
"네 사장님"
달러구트는 페니의 대답을 듣고 다시 제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나에게 물었다.
"시원님 꿈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달러구트의 물음에 잠깐 생각을 하고 대답했다.
"꿈이란 현실에서 보다 더 자유로운 거죠"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잖아요"
달러구트는 내 대답이 흡족하지 웃었다.
"그렇죠 꿈은 자유롭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한 가지 더 있답니다"
"꿈은 자신의 의지가 들어가 있지 않답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난 달러구트의 질문에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글쎄요"
"혹시 그것이 현실과의 차이입니까?"
달러구트는 손뼉을 쳤다.
"맞아요"
"꿈은 자신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아요"
"난 오늘 이런 꿈을 꿀 거야라고 하지만 막상 꿈을 꾸지 않거나 다른 꿈을 가죠"
"운이 좋아 원하는 꿈을 꾼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자신의 의지가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자유롭지 못하고 자신이 원하는 걸 오히려 가질 수 없게 됩니다"
달러구트는 흥분된 목소리로 계속 말을 이어갔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하셨을 겁니다"
"바로 이곳이죠"
난 달러구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여긴 꿈을 살 수 있는 곳이잖아요"
달러구트는 정돈된 콧수염을 손으로 쓸어내리고 말했다.
"손님이 원하는 꿈을 꿀 수 있게 꿈 상자를 팔죠"
"하지만 손님들은 꿈 상자를 갖더라도 원하는 꿈을 다 꿀 수는 없답니다"
"날개를 가진 꿈을 꾸더라도 자신의 모습에 날개가 있을 수도 있고 자신이 동물이 되어 날개를 가질 수도 있죠"
"그건 자신이 되고 싶다는 것보다는 자신의 영혼이 평소에 억압된 것을 투영하는 경우가 많아요"
"영혼은 꿈에서만큼은 자유롭고 싶어 하기 때문이죠"
달러구트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짐작이 갔다.
"네 맞습니다."
"제 고민은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영혼과 나의 사이에 간극을 알고 싶어서요"
"물론 전 영혼이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다만 그것은 내 속에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습니다"
"예전에 영혼이 마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리석은 생각이었다는 걸 얼마 전에 알았답니다"
"나 자신을 찾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현실보다는 꿈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것이 제가 달러구트씨를 찾아온 이유죠"
그때 문에서 '똑똑' 소리가 났다.
"사장님 마이어스입니다"
달러구트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들어오게"
마이어스는 문을 열고 들어와 나에게 눈인사를 하였다.
"저기 의자를 가져와 이곳에 앉게"
달러구트는 손가락으로 의자와 앉을 장소를 가리켰다.
마이어스는 의자를 가져와 달러구트와 내 사이에 앉았다.
여전히 달러구트의 의자들은 소리를 삐익 내었다.
마이어스가 자기를 부른 이유가 궁금해서인지 입을 떼었다.
"무슨 일로 부르셨나요?"
달러구트는 몸을 반쯤 틀어 마이어스를 보며 말했다.
"시원 님하고는 인사는 했겠지?"
마이어스는 간단히 '네'라고 대답했다.
"시원님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 거야"
"예전에 자네가 꿈 제작자가 되지 못한 이유를 새삼스레 꺼내야겠네"
"그래도 괜찮겠나?"
마이어스는 좀 놀란 표정을 짓더니 나를 한번 보고 말했다.
"사장님께서 한 번도 제 과거에 대해 말씀을 안 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
"시원 님의 원하는 꿈과 제 과거가 무슨 연관이 있나 봅니다"
눈치가 빠른 마이어스의 대답에 역시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드는 달러구트였다.
"그래 맞네"
"그래서 어려운 부탁을 하려 하네"
"내가 아는 꿈 제작자 중에서는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이네"
"자네만이 할 수 있지"
"예전 일을 들춰서 미안하지만 어찌 보면 그 일이 이일 때문에 생긴 거라 보네"
달러구트의 말에 더욱 궁금해진 마이어스와 시원은 귀를 쫑긋 세웠다.
"자신이 나오는 꿈을 만들어 주게나"
"자네는 자네가 나오는 꿈을 만들었지만 이번엔 시원님 자신이 나오는 꿈 말 알쎄"
"모든 꿈이 자신이 나오는 것이지만 이번 꿈은 자신이 나오지만 그 꿈을 바라보는 진짜 자신이 등장해야 하네"
"자네는 자네가 주인공이 되는 꿈을 만들어 보았으니 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네"
마이어스 자신의 꿈을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달러구트가 자신에게 꿈을 만들어보라는 제의를 하니 눈물이 나왔다. 마이어스는 손으로 눈물을 훔치고 말했다.
"솔직히 제가 다시 꿈 제작자가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꿈을 포기할 순 없었어요"
"이제 와 말하지만 몰래 만든 꿈이 몇 개가 있습니다"
"거기엔 시원님이 원하는 꿈 상자가 있습니다"
마이어스는 나를 보며 죄송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까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전 꿈 제작자도 아니라서 시원님께 말하지 못했습니다"
난 고개를 숙인 마이어스의 어깨를 양손으로 잡고 일으켜 세웠다.
"무슨 말씀을요"
"제가 원하는 꿈의 상자가 있다니.."
"정말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어요"
볼을 꼬집을까 생각하다가 설마 하는 생각에 그만두었다.
달러구트는 내 말에 크게 웃었다
"하하하"
"대충 짐작을 하고 있었네"
"마이어스, 자네가 만든 꿈 제목과 내용을 말해보게"
마이어스는 헛기침을 하고 나서 말했다.
"제목의 나의 로봇입니다"
"내용은 어떤 물체와 부딪혀 몸과 분리된 영혼이 누군가와 계약을 합니다"
"거기서 영혼이 몸으로 돌아가려면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반드시 1년 후에 지금과 달라진 자신이 되어야 하죠"
"영혼과 분리된 몸은 지금껏 습관대로 행동하고 말합니다"
"그것을 영혼은 바라보게 되죠"
"분리된 몸이 잘 때 영혼은 잠시 잠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루에 한 번 몸에 명령을 내립니다"
"몸은 그 명령에 따라 움직이죠"
"이런 꿈입니다"
난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었다.
"내.,,, 가 ,,, 바로로,,, 원하던,,,,,"
달러구트는 흥미로운 듯 마이어스를 쳐다보았다.
"오 새로운 형태의 꿈이군"
"그렇지 않아도 자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네"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되면 협회에 가서 말할 생각이네"
마이어스는 달러구트의 손과 내 손을 잡으며
"감사합니다. 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나도 마이어스를 따라서
"저도 정말 감사합니다"
"달러구트 씨에게도 감사하고"
"마이어스 씨에게도 감사합니다"
셋을 서로의 손을 잡고 같이 기뻐했다.
달러구트는 의자에 일어나 나를 보며 말했다.
"일주일 후에 이곳에 오시면 마이어스가 꿈을 좀 더 다듬어 가져올 것입니다"
"여기 오실 때는 이 사탕을 자기 전에 드세요"
"좀 더 편하게 이곳에 오실 수 있답니다"
달러구트는 내 손에 작은 사탕 하나를 건네주었다.
난 사탕을 손으로 움켜쥐고 마이어스와 함께 달러구트 사무실에서 나왔다.
"마이어스님 잘 부탁드립니다"
"일주일 후에 뵐게요"
"감사합니다"
마이어스와 악수를 하고 계단으로 내려오는데 페니가 다가왔다.
"표정을 보아하니 원하는 걸 얻으셨군요"
"너무 잘 되셨어요"
진심으로 기뻐해 주는 페니를 보니 더 기분이 좋아졌다.
"감사합니다"
"다 페니 씨가 잘해준 덕분이에요"
페니의 안내를 받으면 꿈 백화점의 정문을 나섰다.
페니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일주일 후에 뵈어요"
"그동안 좋은 꿈 많이 꾸길 바래요"
난 그런 페니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고마워요 페니"
가벼운 발걸음과 걸을 때마다 푹신한 바닥이 내 몸을 한층 날아오르게 하였다.
5층 창문에서 모태일이 떠나갈 듯 말한다.
"제가 준 꿈상자가 도움이 될 겁니다."
나는 모태일을 향해 꿈상자를 흔들었다.
꿈상자의 표지에는 '연금술사'가 마법 문양처럼 쓰여있었다.
다음 서평은 연금술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