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로봇
아침에 이불속에서 미적거리는
그러다 늦게 일어나 허둥지둥거리며
같은 사는 사람에게 짜증을 부리는
나 닮은 로봇이 있다.
서둘러 집 밖에 나서다가
주머니에 휴대폰이나 지갑을 두고 와서
오던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하는
나 닮은 로봇이 있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친절하고
아는 사람에게는 대충 하며
가족에게는 불평하는
나 닮은 로봇이 있다.
남의 눈치를 보며 행동하고
남의 생각을 떠올리며 행동하고
남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나 닮은 로봇이 있다.
사는 게 힘들다며 투정 부리고
사회를 탓하며 화를 내다가
자신을 괴롭히는
나 닮은 로봇이 있다.
모처럼 휴일에 TV에 나온 어린 소녀가
나 닮은 로봇에게 말한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한지도 모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