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이야기 (섬세한 돼지)

by 시원시원

피터 이야기 (섬세한 돼지)

피터이야기.jpg

© bhris1017, 출처 Unsplash


나는 섬세한 돼지다.

사람들은 말한다.

"돼지는 섬세하면 안된다고"

돼지들도 말한다.

"돼지는 섬세하면 안된다고"


피터는 어릴 적 15남매 중 7번째로 태어났다.

태어나자마자 눈을 뜨기 전에 본능적으로 엄마의 젖을 찾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다른 형제들도 피터와 마찬가지였다.

이때까지도 별반 다름이 없는 평범한 돼지였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났을 무렵에 어김없이 형제들과 같이 엄마의 젖을 물었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했다. 누군가 벌써 피터의 젖에 입을 댄 것이었다.

이미 축축해져버린 젖에 비위가 상했다. 그래서 그날 피터는 아침을 먹지 못했다.

점심시간에도 저녁시간에도 형제 중 누군가가 피터의 젖에 입을 댔다.


피터는 화가나 소리쳤다.


"누구야! 누가 내젖에 입을 갖다 댄 거야"


셋째 형 마틴이 젖을 문채 말했다.


"다른 젖 있잖아 피터"

"다 똑같은 엄마젖인데 니젖 내젖이 어딨어!"


마틴의 말에 화가 난 피터는 얼굴을 붉혔다.


"너희들은 그렇게 먹으라고"

"난 아무 젖이나 물면서 먹지않을거야"

"그러니 내 젖은 건들지 말란 말이야!"


피터의 볼맨소리에 여섯째 누나인 제나가 소리쳤다.


"너처럼 유별나게 구는 돼지는 없을 거다"

"동생들도 불평하지 않는데, 형이란 녀석이 저 모양이니"

"너, 창피하지도 않니?"


아홉째인 스티브가 거들었다.


"맞아! 맞아! 형은 너무 자기 멋대로야!"


형제들은 피터를 보며 웅성웅성했다.


"몰라! 몰라! 아무튼 앞으로 내젖에 손댔다간 알아서 해"

"나 분명히 경고했다"

형제들의 쏘아보며 피터는 말했다.

그리고 씩씩거리며 구석에 털썩 앉잤다.

그날 피터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엄마는 피터에게 다가갔다.


"피터, 돼지는 아무거나 잘 먹어야 돼"


엄마의 말에 고개를 든 피터는 울먹이며 말했다.


"저도 잘 먹고 싶지만 내 젖에 남이 손대는 건 싫어요"

"축축한 젖을 물고 싶진 않다고요"


측은하게 바라보는 엄마는 피터를 쓰담아주었다.


"피터야 그러다 너 자신을 싫어하게 될지도 모른단다"

"자 이어미가 꽃 아이의 이야기를 해줄께"

"꽃아이여?"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창문 밖 하늘, 별빛이 그들은 포근히 안아주었다.




"피터, 모든 동물과 마찬가지로 돼지도 순리대로 사는 거란다.

"우리는 잘만 먹으면 돼"

"착한 피터야, 형제들과도 사이좋게 지내야 해"

"그래야 형제들도 너를 아껴준단다"

"몇 달 후면 서로 모르는 돼지들과 같이 지내야 하는데 유별나게 굴다간 따돌림받을 수 있어"

"엄마 말이 무슨 말인지 알지"

"이리 오렴 내 새끼"


엄마는 피터를 안아주며 젖을 내준다.

피터는 엄마의 젖을 문다.

그리고 엄마에게


"엄마 전 유별난 게 아니고 섬세한 거예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피터는 흐르는 눈물과 젖을 함께 먹으며 서러움을 달랬다.

그날 저녁 피터는 생각에 잠겼다.


"내가 정말 유별난 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의 행동에는 잘못이 없다고 생각이 든 피터


"난 다른 돼지들과는 달라"

"감각이 다르다고"

"축축한 젖이 싫고 아무 데나 싸질러놓은 똥도 싫고 내 자리에 침범하는 것도 싫다고"

"착한 돼지는 절대 안 될 거야"


피터는 자신의 감각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다른 돼지들이 나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다음날 피터는 형제들이 먹기 전에 서둘러 엄마에게 가서 미리 젖을 먹었다.


7개월이 흐르고 피터는 형제들과 같이 엄마 곁을 떠나게 되었다.

주인아저씨는 2번째 누나와 5번째 형과 10번째 동생과 다른 몇몇 돼지와 함께 새로운 우리에 합방을 시켰다.

서로를 바라보면 어리둥절하는 순간 주인아저씨는 여러 가지 곡물을 섞은 밥을 주었다.

이것을 사람들은 짬밥이라고 한다.

인사를 나눌 틈도 없이 돼지들은 여물통에 코를 박고 허접 크지 겁먹는다.

사방으로 튀는 침들의 향연과 여물통을 킁킁 거리며 먹는 돼지들의 '우걱우걱'소리에 피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 큰일이다"

"엄마랑 있던 곳이 훨씬 나았어"


멀뚱멀뚱 보고만 있는 피터를 향해 한 돼지가 소리친다.


"피터 뭘 바라만 보고 있어"

"빨리 와서 먹어"

"안 그럼 이놈들이 너의 밥까지 다 먹을 거야"


둘째 누나인 스테파니가 말했다.

그 옆에서 먹던 열 번째 동생인 케빈도 음식을 입에 가득 문체 말한다.


"형! 이놈들 먹성이 대단해"

"방심하면 안 돼"

"벌써 밥이 절반이나 사라져 버렸어"

"젠장, 좀 더 속도를 내야겠어"

"우걱 우거 우걱 우걱"


피터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래 밥 한 끼 안 먹는다고 죽진 않아"

"내 자리를 먼저 차지해야 돼"


얼마 뒤 다 먹은 돼지들은 포만감을 느끼며 자리에 눕는다.

한 돼지가 피터 옆으로 오더니 벌러덩 눕는다.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피터가 앞발로 찬다


"이봐! 여긴 내 자리야"

"다른데 가서 누워"


누워있던 돼지는 고개만 쓱 돌려 피터를 쳐다본다.

그러더니 다시 고개를 돌린다.

피터는 앞발로 더 세게 찬다.


"이봐 비키라고!!!"


하지만 옆 돼지는 꿈적도 하지 않는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피터는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매일 피터는 다른 돼지와 싸웠다.


"야! 내 자리에 똥 싸지 말라고"

"야! 침튀기며 먹지 말라니깐"

"제발 저리 가! , 여긴 내 자리라니깐"

"똥 묻은 발로 여기저기 돌아당기지 마!"


돼지들은 참다 참다못해 피터에게 말했다.


"너 왜 그렇게 유난스럽니"

"네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우리들만 더럽니 너도 더러워"

"넌 돼지라고"

"돼지는 돼지처럼 행동해야 하는 거야"

"싫으면 네가 나가"


그 소리에 피터는 말했다.


"난 유난스러운 게 아냐, 섬세한 거라고"


피터의 말에 돼지들은 킥킥대며 웃는다.


"너희들, 섬세한 돼지 들어봤니?"

"섬세한 고양이는 들어봤지"

"쟤가 모라는 거니?"

"섬세하단다. 킥킥, 돼지가 섬세하데"

"우하하하"


그중에 제일 무거운 돼지가 말한다.


"돼지는 섬세하면 안 돼"

"돼지는 돼지인 거야"

"그냥 먹고 자고 싸면 되는 거라고"

"그렇게 유별나게 튀어봤자 너만 손해지"


돼지들의 비웃음에 피터는 화가 많이 났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멍청한 것들 같으니라고"

"난 너희와 다른 감각을 가졌다고"


그 다음날부터 피터는 주인아저씨가 밥을 줄 때 제일 먼저 가서 입안 가득 밥을 한입을 물고 자리에 앉자 천천히 먹었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피터는 점점 살이 빠지고 다른 돼지들은 점점 거대해져 갔다.

주인아저씨는 피터가 자꾸 살이 빠지는 것 같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니 왜 저 돼지만 살이 빠지는 거지"

"다른 돼지들이 못살게구나?"

"따로 분리 시켜 상태를 지켜봐야겠어"


주인아저씨는 바로 옆에 있는 새로운 우리에 피터를 옮겼다.

새로운 우리는 깨끗한 물과 짚이 깔려 있었다.

피터는 너무 신나서 펄쩍 펄쩍 뛰었다.

무엇보다도 우리에 혼자라는 사실에 더 기뻐했다.


주인아저씨는 피터에게 특식을 주었다.

피터는 신이 났다. 더러운 곳에서 벗어나고 깨끗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너무 좋았다.

피터는 특식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었다.

오랜만에 배불리 먹으니 배가 아팠다.

절대로 자신의 보금자리에는 똥을 쌀수 없었다. 생각에 잠긴 피터

이내 옆 우리에 둘러싸인 창살에 엉덩이 디민다.

잘 안 들어가자 왼쪽 엉덩이부터 집어넣고 천천히 중앙 엉덩이를 집어넣었다.

아픔이 밀려왔다

하지만 절대로 내 보금자리에 똥을 쌀수는 없었다

피터는 아픔보다 그것이 더 싫었다


''쿠에엑~~''


외마디 비명과 함께 엉덩이가 창살 사이로 들어갔다.

피터는 힘껏 힘을 주어 똥을 싼다.

옆 우리에 돼지들은 자신들의 우리에 똥을 싸고 있는 피터의 행동을 보고 있지만 관심이 없다.

그저 먹는 데에만 열을 올릴 뿐이었다.

피터는 매일 옆 우리에다 자신의 볼일을 해결했다.


이제 주인아저씨는 매일 피터에게 맛있는 특식을 준다.

한동안 피터는 맛있는 특식을 다 먹었다.


그런데 한번은 볼일을 보다가 옆 우리 창살에 엉덩이가 껴서 고생을 한 뒤로는 적당히 먹었다.

주인아저씨는 피터의 여물통에 남겨진 밥을 보고 말했다.


"처음 몇칠간은 잘먹더니 계속 밥을 남기네"

"어디 아픈거 아냐?"

"내일은 수의사를 불러서 진찰을 해봐야겠어"


아침 일찍 주인아저씨는 흰 가운을 입은 남자와 함께 피터에게로 갔다.

흰 가운을 입은 남자는 피터의 축축한 코를 보고 이빨을 들췄다.

순간 당황한 피터는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뿌리쳤다.

하지만 주인아저씨가 피터의 몸의 꽉 잡은 터라 소용이 없었다.

피터는 이내 체념한 듯 가만히 있었다.

사실 처음이라 당황했지만 흰 가운 입은 남자의 손길이 그다지 나쁘진 않았다.

흰 가운 남자가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주인아저씨에게 말한다.


"글쎄요, 코도 축축하고 귀도 좋고 이빨도 좋네요"

"사실 여타 돼지들보다 더 건강한 것 같아요"


주인아저씨는 흰 가운 남자에게 말했다.


"건강한데 왜 살이 안 찌는 거야?"

"그 이유를 도통 모르겠어?"

"정말 괜찮은거 맞아?"


흰 가운 남자가 말한다.


"네, 정말 건강해요"

"좀 더 두고 보시죠"

"제가 식욕 돋는 약을 드릴 테니 먹여보세요"


주인아저씨는 피터를 잡고 있는 손을 놓는다.

피터는 몸을 한번 털더니 구석자리로 가서 눕는다.

주인아저씨와 희 가운 입은 남자가 사라지는 것을 본 후 피터는 여물통에 있는 밥을 먹었다.

저녁이 되자 주인아저씨는 피터에게 늘 그렇듯 맛있는 특식을 주었다.

여물통에 다가간 피터는 냄새를 맡는다.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한입 크게 문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맛을 느끼고 있었는데 전과 다른 맛에 입에 있는 밥을 뱉는다.


"오늘따라 맛이 이상한데"

"뭐지?"

"온몸에 무언가 기분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잖아"


결국 피터는 하루 종이 굶었다.

실망한 피터는 구석으로 가더니 창문을 바라본다.

피터가 있는 우리 안쪽 벽 위에는 창문이 있다.

피터는 매일 그 창문 아래에 잠을 자면서 생각했다.


"저 벽 너머에 어떤 게 있을까?"


피터는 항상 궁금해했다.

갑자기 여물통으로 가더니 몸을 휙 돌려 창문을 향해 달린다

그리고 점프, 앞발을 힘차게 들어 올린다.

하지만 벽에 코가 먼저 세게 부딪힌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피터가 떨어진다.

이윽고 아픔이 몰려온다


"쿠에엑! 쿠에엑!"


피터의 비명소리에 모든 돼지들이 피터를 본다


"쟤, 또 시작이군"

"하여간 별종이라니깐"


여기저기서 피터를 비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피터는 코를 흔들며 아픔을 달랜다.

다시 한번 피터는 창문을 향해 달린다.

쿵! 하는 소리에 아픔이 몰려온다.

몇 번을 시도했지만 창문 너머를 볼 수가 없었다.

이내 포기한 피터는 자리에 눕는다.


다음날 아침 주인아저씨는 하나도 먹지 않는 여물통을 보고 놀란다.


"하나도 안 먹었네"

"약을 탄 것을 알았나?"

"거참 희한한 놈일쎄"

"하는 수 없지 오늘은 약 빼고 줘야겠군"


주인아저씨는 피터에게 새로운 특식을 가져다준다.

피터는 냄새를 맡고 조심스럽게 한입을 먹는다.

천천히 음미를 한다.


"그래 이 맛이지 정말 맛있잖아"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 피터는 노래를 부른다


"쿠에엑~~~~쿠에엑~~~`쿠에엑~~~~~"


피터의 노랫소리를 들은 주인아저씨는 놀라서 피터에게 달려온다.

피터를 요리조리 살핀다.

피터는 뒷발을 차고 앞발로 점프를 하면서 한껏 흥이 오른다


"쿠에엑~~~~쿠에엑~~~"


주인아저씨는 우리로 들어가 피터를 잡는다.

피터가 점프할 때마다 주인아저씨도 같이 점프를 한다.

한참을 뛴 피터는 숨을 헐떡거린다. 주인아저씨도 숨을 헐떡거린다.

진정이 된 피터를 보고 주인아저씨는 잡고 있던 손을 놓는다.

힘겹게 일어더니 피터를 보며 말한다.


"큰일이네"

"점점 미쳐가잖아"

"내일 그냥 싼값에 넘겨야겠어"


주인아저씨는 휘청거리며 우리에서 나온다

순간 피터는 이상한 감지를 한다

무언가 모를 불안함이 몰려온다.

어쩌면 내일 이 자리에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체념한 듯 고개를 돌려 자리에 가려는 순간 창문이 눈에 들어온다.

피터는 있는 힘껏 달려 점프를 한다.

뒷발을 힘껏 차올라 앞발로 창문 밑을 잡는다.

코로 힘겹게 창틀을 누르고 창문 밖을 본다.

비록 앞을 볼 수는 없지만 하늘을 볼 수 있었다.

파란 하늘과 유유히 흐르는 구름이 보인다.

이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피터가 떨어진다.

세게 떨어졌지만 아픔보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피터의 가슴에 파란색의 물결이 휘몰아친다.


"세상은 온통 파란색이구나"

"아! 밖에서 사는 동물들은 좋겠다"

"나도 밖에서 뛰어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피터는 내일 자신이 이곳에 없을 거란 것을 안다.

피터는 섬세한 돼지니깐

눈물이 난다 그래도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구석 자리에 조용히 앉자 눕는다.

피터는 점심이 지나도 잠만 잔다.

저녁이 되어도 잠만 잔다.


"휘어 잉~~~~"

"휘익~~휘이~~`"

"두둑, 두두둑,,,, 덜그럭,, 덕"

"캉!!! 우당탕!! 쨍그랑!"


세찬 바람소리에 우리 안의 돼지들이 놀라서 소리를 지른다.


"쿠에엑!!!"

"쿠엑!!!쿠에엑~~~~"


피터도 어느새 일어나 구석에서 짚을 뒤집어 쓴 채 웅크리고 있다

잠시 뒤 지붕이 뜯겨져 나간다.


"우드드득 ,,,,,퍼억...휘익~~~"


우리 안에는 여물통과 밥 그리고 똥과 짚이 바람에 뒤엉켜 날고 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 우리 속에서 피터만이 구석에서 차분히 웅크리고 있었다.

돼지들은 갈팡질팡 했으며 서로 뒤엉켜 부딪쳤다.

하늘로 짚과 여물통과 지붕이 날아가고 몇몇 돼지들이 뒤따라 날아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침 햇살이 피터를 깨운다.

피터는 슬며시 눈을 뜨지만 짚이 눈을 가려 몸을 턴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본 순간 피터는 놀란다.

초록의 풀들과 산 그리고 파란 하늘과 구름이 피터에 눈에 비쳤다.

부서진 우리에서 천천히 밖으로 걸어나갔다.

시멘트 바닥을 끝에 서있는 피터

피터의 발앞에는 초록 풀들이 있었다.

조심스럽게 앞발을 초록 풀들에 가져다 놓았다.

발가락 사이에 느껴지는 풀들이 간지러움에 움찔거렸다.

다른 앞발도 살포시 내려놓았다.

푹신하고 부드럽다. 뒷발도 차례로 놓는다.

그리고 그게 숨을 쉰다.

그러더니 풀을 한입 베어 물었다.

입안 가득 전해오는 풀 향기가 머릿속에 들어왔다.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피터는 갑자기 풀밭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래를 불렀다.


"꾸에엑~~~꾸엑꾸에엑~~~"


사람들은 돼지 비명소리인 줄 알겠지만 분명히 이 소리는 피터의 노랫소리이다.

그것도 매우 행복한 노랫소리다.

피터는 풀밭을 뛰다가 눕기도 하고 구르기도 했다.

그러더니 주위를 살핀다.

멀지 않은 곳에 나무들이 많이 있다.

피터는 나무를 향해 달렸다.

그동안 피터는 다른 돼지들 앞에서 똥을 싸는 것을 매우 부끄러워했다.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똥을 싸길 바랬다.

나무 뒤에서 볼일을 보는 피터는 말한다.


"난 섬세한 돼지라고!"


살아남은 돼지들은 여전히 여물통에 남은 밥을 먹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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