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산함에 물안개가 건물 사이로 짙게 드리운 날 비는 차 앞 유리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차 안에서 운전대를 잡고 늘 그렇듯이 출근하는 나, 그때 들려오는 노랫말이 내 감정선 하나를 무심히 툭 건드렸다. 잔 파동이 일렁이더니 큰 파도가 밀려오듯 온몸에 퍼진다. 그 노랫말을 되새이며 몇 번을 다시 들었다. 갑자기 센티해지고 싶은 생각에 입은 연신 노랫말을 이야기했다.
다정히 내 이름을 부르면 내 마음이
녹아내려 언제나 나 하날 위해 준비된
선물 같아 널 안으면 잠들지 않는 바다 위를
너와 함께 걷는 거 같아
(다정히 내 이름을 부르면 노래 중에서-)
누군가 다정히 내 이름을 부른다면 내 마음이 어떨까? 어릴 적에는 마당에서 놀고 있으면 어머니가 "시원아 밥 먹어"라는 소리가 그러했는데.. 그때 생각하니 울컥했다. 다행이다 아직 7시라 매장에 올 손님이 없으니.... 성인이 되고 보니 옛날의 그 시절이 그립고 참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사는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비 오는 오늘 같은 날 누군가 내 이름을 다정히 부르길 바라며 빨간 냉장고 위에 올려놓은 화병에 꽃들에게 다정히 말했다. "오늘도 고마워"
하루 종일 비 오는 날은 아침만 존재한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해는 사라지고 고독이 남기 때문이다. 시간이 멈춰져 있는 느낌이 든다. 아침도 오후도 똑같이 고독하다. 그것이 나에게는 바쁘게 살아가는 세상에 잠시 휴식 같은 시간이다. 커피 한잔에 창밖에 비 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독을 만끽한다. 예전에는 비 오는 날이 너무 싫었다. 걷다 보면 바지가 무릎 밑으로 젖는 것도 싫었고 운동화 속으로 양말이 젖는 것도 싫었다. 지금은 때론 비를 맞으며 걷기도 하는데.... 나이가 들어서일 테다. 내 감정은 비눗방울이다. 무심히 건들면 쉽게 펑하고 터진다.
차장 너머로 우산을 쓰며 걷는 사람들도 한결같다. 이따금 용감하게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도 있지만 사람들은 비 오는 날에 우산을 쓴다. 비는 우산을 타고 내려와 끝에 다 달으면 방울이 된다. 그것이 내 앞에서 떨어지면 손바닥을 펴 잡는다. 손바닥을 간질거리며 떨어지는 감촉이 좋기 때문이다.
어릴 적 이렇게 비 오는 날이면 우산 두 개를 나란히 세워두고 내 공간을 만들어 놀았다. 우산을 두 개 세워두고 떨어지는 빗물을 모으려 나뭇가지로 흙을 팠다. 그 옆에 물길을 내고 도랑을 만들었다. 두 개의 우산이 만들어 놓은 공간이 커서 집도 만들고 연못도 만들었다. 지금 그 공간을 만들려면 파라솔 같은 큰 우산이 필요하겠지만 그 시절 우산 속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다.
오늘 같은 날 비 소리도,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도, 시계 추가 움직이는 소리도, 모두 내 고독함을 채워준다. 그윽한 커피 향에 매료되고 은은한 조명 아래 시간이 멈추면 비 오는 날 나의 꿈은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