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아침이 즐겁다고 생각한다.

by 시원시원



© florenciapotter, 출처 Unsplash


어제저녁 러닝을 하는데 컨디션이 별로였습니다. 평소에는 8킬로 정도를 뛰는데 6킬로 남짓도 힘이 들어 거친 숨소리와 함께 힘겹게 집에 돌아왔습니다. 씻기조차 귀찮을 만큼 만사가 하기 싫어졌습니다. 하지만 코로나이니 어쩔 수 없었지요. 욕실에 들어가 땀에 흠뻑 젖은 셔츠를 벗으려 안감힘을 썼습니다. 셔츠가 몸에 달라붙어 머리 위로 올리기가 힘들어 아내를 불렀습니다. 아내의 도움으로 간신히 셔츠를 벗고 나니 거울에 잔뜩 상기된 붉은 얼굴이 보입니다. 짜증이 났습니다. 이런 것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몸은 호락호락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몸에 붙은 땀을 씻고 욕실을 나왔을 때는 아주 잠깐이지만 상쾌하더군요. 전 몸을 소파에 그대로 허락했습니다.


아무리 의지가 강해도 몸이 허락을 안 하면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몸은 순간순간에 의지보다 강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나쁘든 좋든 말이죠. 오늘이 그랬습니다. 어제 저의 의지는 오늘은 아무것도 안하리라 결심을 했습니다. 새벽 4시 35분, 휴대폰에서 알람이 울립니다. 평소 같으면 일어나야겠지만 어제의 의지로 몸을 한 바퀴 뒹글어 소파에 있던 휴대폰 알람을 오른손으로 정지를 시켰습니다. 그리고 다시 몸의 원래 자리로 되돌려 놓았습니다. 다행히 정신은 잠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불과 전달만 해도 어렴풋이 밝아 오던 것이 요즘 들어해도 늦잠을 자나 봅니다. 아직 밖은 밤과 다름없이 어두웠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꽤 오랜 시간 잠을 잔 것 같았습니다. 기분이 그랬습니다. 몸을 일으켜 휴대폰을 켜니 5시 30분이더군요. 겨우 1시간 정도 더 잤습니다. 분명 어제의 의지는 휴식이었는데 말이죠. 한숨이 나왔습니다. 몸이 운동 갈 시간이라 말해줍니다. 몸은 평소의 습관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여간해서는 의지에게 질 생각이 없어 보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주섬주섬 옷을 입고 현관문을 나섰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 피트니스 클럽을 가는 내내 찬바람이 잠을 깨웁니다. 한번 숨을 쉴 때마다 찬 공기가 몸에 들어와 막혀있던 바람길을 엽니다. 그때마다 시원함이 온몸을 돌아다니다 머리에 다 달라서야 사라집니다. 피트니스 클럽에 들어가면 저보다 늘 먼저 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코로나로 열체크와 수기로 작성을 하고 나면 곁눈으로 쓱 훑어봅니다. 그리고는 어깨와 고개를 돌리며 거울 앞에 섰습니다. 반바지에 슬러퍼를 신고 있는 머리가 잔뜩 성난 한 남자가 보입니다. 내 눈과 거울의 그의 눈은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머리였습니다. 이름 모를 여러 올레길이 그의 머리에 보입니다. 그 올레길은 귀 옆길과 사선 길이 만나 뒷길에 풀들이 사방으로 뉘어져 있었습니다. 커다란 불도저가 연신 올레길을 갈아엎습니다. 하지만 밤새 만들어놓은 올레길은 쉽사리 없어지지 않습니다. 저는 머리에 한 손을 얹고 화장실로 갔습니다. 물을 잔뜩 머리에 묻히고 손으로 비비고 털면서 올레길을 없애고 화장실에서 나왔습니다. 셔츠는 반쯤 물에 젖어있었습니다. 누군가 피트니스에 지금 들어와 본다면 땀으로 착각할 것 같습니다. 한바탕 올레길 소동에 처음부터 힘을 들었지만 어찌어찌하니 운동을 오늘도 끝낼 수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아내는 산행을 나갔습니다. 늘 그렇듯 아내는 비 오는 날에도 하루의 시작은 산행을 합니다. 그 때문인지 저도 지금의 아침 습관이 생겼지만 때론 쉬고 싶은 마음도 솔직히 자주 듭니다. 아들 녀석은 땀에 젖은 저를 보더니 웃습니다. 그 웃음이 무엇인지 잘 압니다. 분명 아들 녀석은 유튜브를 보았을 겁니다. 그냥 모른 채 했습니다. 샤워를 하고 출근 준비를 합니다. 아들 녀석에게 인사를 하고 현관을 나섰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된 차로 갔습니다. 손잡이에 있는 버튼을 누르지만 아무 대답이 없습니다. 손잡이들 당겨보았습니다. 주인인 나를 허락하지 않을 몹쓸 차입니다. 이상하다 싶어 주머니에 손을 가지고 갑니다. 이리저리 뒤져보아도 있어야 할 것이 없습니다. 아마도 어제 귀찮아 휙 던져 버린 바지에서 자동차 키가 빠진 것 같았습니다. 다시 집에 올라와야 했습니다. 한숨이 나오지만 꾹 참았습니다. 아침부터 한숨 쉬면 재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현관을 열고 집에 들어가자 아들녀셕이 또 웃네요. 역시 모른 채 했습니다. 어제 벗어놓은 바지 주위를 보니 제가 찾던 그것이 보입니다. 자동차 키를 집어 들고 조금 전 지나갔던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매장 근처에 맥도널드가 있습니다. 항상 맥도널드를 지나칠 때마다 이번 주는 꼭 맥모닝에 커피를 하리라 다짐했었죠. 그러나 매번 아침을 먹는 터라 좀처럼 그곳에 갈 일이 없었습니다. 오늘이 딱이었습니다. 시간을 조금 지체해 아침을 거르고 힘들게 운동한 터라 배는 배고프다며 아우성이었죠. 이런 기회를 잡기란 저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저 멀리 맥도널드 간판이 보일 때 마음속에선 환희가 일어났습니다. 드디어 외국사람과 같은 브런치를 먹겠구나 하고 말이죠. 요즘 코로라로 드라이브 스루가 인기라서 제가 있는 맥도널드 매장은 수많은 차들이 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웬일이지 차가 없었습니다. 이것 또한 신의 계시였던 거죠. 마치 너에게 편히 먹게 해 주겠노라 하고 말이죠. 제 차례가 오고 차 창문 너머로 점원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고객님 주문하시겠어요?" 전 세워진 입간판을 보고 10초간 고민후 말했습니다. "브렉퍼스트 단품 주세요". 왜 세트를 안 시키냐고 하시겠지만 매장엔 더 좋은 커피가 있거든요. 3분 정도가 지나자 점원이 유리창 너머 제가 원하는 것이 담긴 종이백을 건네며 말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매장에 도착해 바로 먹고 싶었지만 그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꽃에 물을 갈아주어야 하고 바닥을 쓸고 닦아야 했죠. 평소보다 빠르게 해야 했습니다. 책상 위 올려놓은 종이백에서 군침이 도는 냄새가 났거든요. 서둘러 청소를 마치고 커피머신을 작동시켜 커피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컴퓨터를 켜고 재즈음악을 틀었습니다. 이제 먹을 일만 남았죠. 그윽한 커피 향과 핫케익의 냄새 그리고 재즈음악이 혼자 카페에 앉자 있는 상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특별하진 않아도 오늘은 특별한 아침식사였습니다.


요즘 임후남 작가의 산문집 '나는 이제 괜찮아지고 있습니다'를 읽고 있습니다. 시골 책방을 운영하며 삶을 살아가는 작가의 모습이 따뜻하게 느껴지며 공감되는 책입니다. 이 책이 저에게 오기까지는 서점에 이상한 힘이 필요합니다. 그 힘은 바로 끌림입니다. 제가 지금 무엇을 고민하고 걱정하는지에 따라 서점은 거기에 맞는 책을 골라줍니다. 이 책도 그러했습니다. 표지에 손이 가고 펼친 제목에 위로를 받았습니다.


"주변에 있는 이들은 모두 저보다 나아 보였습니다"

"그들을 따라 살려고 애썼습니다"

"그렇게 하고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다들 웃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사는 동안 간간이 힘들었습니다"

-나는 이제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중에서-


오늘 저는 어제보다 아침을 더 즐겁게 보냈습니다. 무엇 때문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보면 삶이란 참 단순한 것 같습니다. 괜찮다고 생각하면 괜찮아질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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