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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계획실무노트 Oct 08. 2017

저성장 및 인구감소 시대의 새로운 도시계획

2017년 11월호 건축문화사랑 잡지 기고문


체코 프라하를 가면 오랜 역사라는 시간의 힘을 자산으로 하드웨어 측면에서 중세도시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다면, 베를린을 가면 변화하면서 도전적인 도시라는 색깔을 만들어 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우리 한국의 도시도 최근에 정체성을 그려내고 찾기 위하여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유형화하면 첫째, 과거에는 도시건축이 하드웨어적 접근을 하였다면 최근에는 시간이라는 무형의 가치와 도시건축 하드 웨어의 결합을 통해 핫이슈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버려진 땅, 구제 불능의 도시공간을 시간의 가치를 통해 새롭게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예를 들어 추억이 잔잔히 남은 오래된 극장이나 골목길을 새롭게 조명하다던지, 군산시․목포시처럼 근대건축물을 보전하거나 전주시와 같은 한옥마을을 만들고 있다.    

둘째는 과거에는 이론에 머물던 '도시를 만드는 주역이 시민’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현장에서 실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19세기에는 높고 큰 타워와 같은 도시 상징물을 행정이 주도하여 도시의 이미지를 만들었다면, 최근에는 도시녹지를 확충하고 공원을 지켜 도시민에게 여유와 휴식을 만들고자 하는 시민운동이 시작되면서 도시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이 중시되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체험하고 있다. 한 예로 최근 광주광역시의 경우 2020년 7월 1일 도시공원 일몰제를 앞두고 시민들이 '공원 일몰제 대비 광주시민연구모임'을 조직하여 연구결과물을 도출해 냈고, 토론회를 통해 다양한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행정에서는 민관 거버넌스를 구성하여 시민과 같이 정책을 고민하는 성숙한 과정을 보이면서 새로운 도시 이미지를 만들어 가고 있다. 도시계획을 영업에 비유한 다면 과거의 도시계획은 '뭘 팔까’였는 성장지향이었다. 그에 반해 저성장 시대는 ‘뭘 도와줄까’를 떠올려야 하는 성숙시대로 변모하고 있다. 전문가 중심의 계획에서 고객과 같은 눈높이를 맞추라는 것도 중요하다.

셋째는 도시 이미지는 오랜 시간을 가지고 다양한 구성원들이 합의하여 만들고자 노력할 때 나타나는 특성을 현장에서 차근차근 실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컨트롤하였다면, 최근에는 지역차원의 자생적 움직임이 있는 도시를 만들고 있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2030년 미래를 그리는 도시기본계획을 시민이 만들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건축 도시문화의 지역성을 강조하고 있다. 시민들이 새롭게 만들고 모방하는 것보다는 우리 지역의 가치를 소중히 하자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에게는 인구감소, 저성장 등 대형 악재가 있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위 3가지가 융합된 '소프트파워 도시'가 그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도시계획과 달리 현대도시에서는 도시계획으로의 기대와 요청이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고용', '거주인구 확보' 등 비물리적인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창의적이고 유능한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도시를 만들기 위하여 고유의 가치를 매력자본으로 삼고 도시공간을 조성하면서 라이프스타일, 음악, 예술 분야에서 최신 트렌드를 선도하는 도시가 소프트파워 도시이다. 사람이라는 매력자본을 담을 수 있도록 도시공간 정책을 시민, 전문가, 행정이 함께 논의하며 실현하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인구 감소시대에서 지역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기업이 찾아오는 곳은 번영하고, 기업이 쇠퇴하거나 떠나는 곳은 황폐해진다. 소도시였던 일본 도요타시(市)와 독일 볼프스부르크가 일본과 독일에서 부유한 도시의 하나로 성장한 것은 도요타자동차와 폭스바겐 덕분이었다. 북미 지역 50여 개 주(州)와 도시들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제2 본사’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것도 기업 유치로 인한 경제적 이득이 그만큼 커서다. 미국 디트로이트 등 소위 ‘러스트 벨트(Rust Belt)’ 도시들이 쇠락한 것은 자동차 등 제조업 기반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저성장시대에 또하나의 특징은 정보의 과잉 시대이다. 이에 따라 계획가의 자세도 대중에게 계획안을 제시하며 이끌어 가는 시대에서 경청하며 살아있는 정보를 계획으로 변환하는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 본 내용은 저작권이 필자에게 있으므로 인용 시 출처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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