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 측면에서 성숙시대의 삶의 가치 모색하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넣으면 바로 답이 나오는 수학공식 같은게 있으리 만무해서 어떤문제도 쉽게 풀리는 법이 없다. 그러니 이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현상 뒤에 숨어 있는 본질을 꿰뚫어 보는 힘이 필요하다.
'본질'을 보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현상'만 판단하면 절대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 그러나 본질은 평소에 문제나 현상 뒤에 숨어 잘 보이지 않는다. 고성장 시대에는 성장하고 있다는 달콤함에 취해 수많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본질을 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나타났다.
본질을 알면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있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해진다.
글을 쓰려거나 새로운 일을 막상 시작하려면 무엇부터 시작할 지 막막할 때가 있다. 그에 반하여 어떨때는 경험이나 이론이 너무 많지만 전달하기에 시간이 한정되어 압축하기 어려울때도 있다. 이때 유용한 방법중에 하나는 '본질찾기'이다.
얼마전 모대학에서 전문가 초청이란 제목으로 특강요청을 받았다. 주제와 내용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하다가 특강의 본질을 생각하였다. 국어사전에 의한 특강이란 " 현재여건을 고려하니 일상적 학문과정중에 특정분야를 깊이 알기위하여서 이던지, 아니면 전문분야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기회"라고 하였다. 학생들이 알고 싶어하는 특정분야가 '본질'이라고 정리하고 나니 특강주제와 내용이 잡혀졌다. 이처럼 본질은 방향과 나침판 같다.
모든일이 그렇겠지만 도시계획 역시 본질이 중요하다. 도시계획 실무를 깊이 할수록 기법보다 방향의 중요성을 느낀다. 도시계획은 다양한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실무를 하면 할수록 최근엔 대안을 검토할때 본질이 무엇인지를 찾곤 한다.
일예로 도시관리계획 재정비를 시작하면서 도시계획변경 민원이 5개월만에 100여건이 접수되었다. 2년 일정의 재정비 기간동안 변경민원을 언제 처리할건지에 논의가 되었다. 일부에서는 과거관례에 따라 현재까지 접수된 것을 유형화해서 방향을 설정 해서 1단계로 마무리 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한 쪽에서는 시대변화에 따라 저성장 시대를 고려하여 재정비가 완료된 시점에 하자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이때에 많은 고민이 있었다. 이번에 설정한 방향이 2단계에 미치는 영향이 없는 범위를 설정 하자. 그리고 법령의 개정으로 즉시 반영할 사항, 예전 재정비과정에 누락된 사항 등으로 2단계와 독립된 분야를 1단계 정비분야로 하였다. 여기에서 본질은 과거 관례가 아니라 "왜 단계별로 하지?"라는 질문이었다.
*관련 내용을 별도로 정리하여 소개하겠습니다.
"국제"라는 이름만 붙히면 "국제도시"인가라는 S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여기에서 본질은 이름이 아니라 콘텐츠이고 외국인 투자이다. 경제자유구역인 S국제도시를 찾는 내국인 중 이런 의문을 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외국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데다 내국인 아파트만 빼곡해 국제도시로서의 정체성을 느끼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도시는 2005년 외자 유치를 통해 국제도시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로 만들어졌지만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외양만 보면 얼핏 국제도시 같다. 테크노파크로, 아카데미로, 센트럴로, 하모니로 등 12개 대로 가운데 7개가 외국어 명칭이다. 아파트명도 거의가 외국어다. 때문에 처음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원들은 적응하는 게 쉽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인구 11만 5626명 가운데 외국인은 2475명뿐이다.
2016년 S국제도시와 육지를 잇는 송도 1∼3교의 명칭을 외국어로 변경한 것도 논란을 불렀다. 국토지리정보원이 송도 1∼3교의 이름을 송도국제교, 컨벤시아교, 아트센터교로 각각 바꾸자 시민들은 인지성이 뛰어난 교량 명칭을 굳이 바꾸는 게 효율적인지 이의를 제기했다. 2011년 주민들의 강력한 민원에 따라 국제도시 대열에 합류한 C지구의 사정도 역시 외자 유치가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고 내국인 아파트가 주를 이루고 있다. C도시 인구 8만 6731명 가운데 외국인은 760명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Y지구의 명칭도 ‘국제도시’로 변경 추진중이다. Y지구 주민들은 그동안 도시 명칭 변경을 요구하는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Y지구만 국제도시 이름을 못 갖는 것은 차별이라는 논리로, 자연스러운 권리로 보이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름에 집착하는 이면엔 국제도시라는 명칭으로 외국냄새를 풍기면 부동산값이 오를 것이라는 믿음이 숨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제도시라는 이름은 국내용이라는 얘기다. 실제 국제도시라는 이름을 얻는 것으로 외국인들에게 제공되는 투자 혜택은 없다. S, C, Y은 이미 경제자유구역으로서 외국인들에게 세제 혜택 등을 주고 있다.
삶이 성숙할수록 본질을 찾는다. 성장하는 청년시절엔 느끼지 못하였는데 나이가 들어가는 성숙의 시대에서 삶의 가치와 의미를 찾는게 본질이다.
최근과 같이 급변하는 속에서 때론 광야속에 혼자 있곤 한다. 그때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에게서 에너지를 받을 때가 있었다. 그럴땐 삶의 본질은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때론 답이 없을 것 같은 광야속에서 있는 때에 그 응원의 에너지가 삶을 지탱한다.
이 가을 따뜻한 날씨속의 등산과정에 문득 삶에서 본질은 사람이 주는 에너지라는 생각이 든다. 저 역시 당신의 팬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본질을 파악하려면 청렴해야한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함이 공공성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도시계획의 주요한 키워드는 공공성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