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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ynthia May 18. 2019

감히 '다른 삶'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바치는 찬가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

여태껏 엄청나게 찾아해메던 바로 그 책이 세상에 나타났다.


연애나 결혼 이야기가 없는 비혼 여성의 담백한 이야기를 담은 책.


야망과 열정을 담은 치열한 삶의 모습을 그린 책.


이 책을 읽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책의 몇 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확신했다.


그래, 이 책이 바로 내가 찾아해메던 바로 그 책이다.


책 집필을 준비하면서 도와주시는 편집자분께서 기획서를 보시곤 '대체 어떤 책을 쓰고 싶은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는 피드백을 주셨다. 어떤 책과 비슷한 책을 쓰고 싶느냐는 질문에, 결국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단 한번도 그런 책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최근 서점에 가도 사고싶은 책이 없었다. 죄다 캐릭터가 그려진, 한 페이지에 글자도 몇개 없는 그림책같은 것들이 범람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체 이 유행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한때 출판사 입사를 꿈꾸던 사람으로서 이런 트렌드에 한숨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레퍼런스도 없는 채 나의 책을 써내려가야 하는가. 혼자만의 방을 꿈꾸고 홀로서기에 대한 다짐과 결심을 담은 책은 이 세상에 단 한권으로 끝날 것인가. 그럴리는 없을텐데 말이다.


문헌정보학과 서지학은 비슷한 책을 분류하고 엮으려는 데서 출발한 학문이다. 예로부터 한권의 책이 서점이나 도서관 안에서 어떤 위치에 놓일 것인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로 거론되어왔다. 하물며 책을 쓰는 사람에게는 어떻겠는가. 내 책이 어떤 카페고리에 들어가야 하는지, 내 책들과 비슷한 책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가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였다. 집필에 있어서 어느 정도 방향성이 있다는 것이 작가에게 있어 얼마나 중요한가.


그러나 그런 것 없이 사막에 던져진 듯, 마치 외계공간에서 글을 쓰는 듯한 막연함이 있었다. 글을 잘 쓰고 소재를 잘 고르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문제였다.





제목부터 표지를 지나, 내용을 읽으며 모든 점이 좋은 책은 최초이지 않을까? 모든 부분이 맘에 쏙쏙 들고 불편하거나 거슬리는 부분 없이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혼자만의 방과 혼자만의 삶을 상상할 수 있는 무모하고 용기있고 대범한 여성들에게 추천한다. 설령 만약 그렇지 못하다고 하더라도, 그럴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탐구하고 있다면, 더욱 강력하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이 책을 읽는다면, 외로이 야생에서 살아가는 늑대처럼, 털이 솟고 손톱이 돋는 듯한 생생한 야망이 온몸을 타고 흘러내릴 것이다. 그리고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이 외로워 보이는 늑대들끼리 무리를 지어 서로의 꿈과 미래를 상상하고 그려나가는 모습을. 서로를 지지하고 서로의 언니 동생이 되어줄 것임을.


이 책을 읽고서야 비로소 결론지을 수 있었다. 이 척박한 환경에서 여성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여성간의 연대를 만들고, 여성에게 일거리를 주고, 서로서로 이름을 불러주고 찾아주는 것이라는걸. 이 간단한 방법을 찾지 못해 애먼 길을 돌아갔어야 했던 세월이 너무나 야속하고 아깝다. 그렇지만 앞으로 우리에게 남아있는 수많은 세월을 두고 이러한 연대와 성장을 꿈꿀 수 있다면, 우리와 우리 뒤에 올 여성들의 삶이 얼마나 눈부시게 빛날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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